필리핀, 中으로부터 30억 달러 이상 투자 유치…中, PCA 판결 결과 무용화 희망
  • ▲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中공산당의 밀월 관계는 얼마나 갈까. 사진은 두테르테의 방중 소식을 전한, 홍콩 SCMP의 보도. SCMP는 최근 마윈의 소유가 됐다. ⓒ홍콩 SCMP 관련보도 화면캡쳐
    ▲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中공산당의 밀월 관계는 얼마나 갈까. 사진은 두테르테의 방중 소식을 전한, 홍콩 SCMP의 보도. SCMP는 최근 마윈의 소유가 됐다. ⓒ홍콩 SCMP 관련보도 화면캡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동남아 균형자’가 되려는 걸까. 최근 두테르테의 행보에 가장 큰 호의를 보이고는 곳은 中공산당이다. 지난 18일부터의 중국 국빈방문 일정과 中관영매체들의 보도 태도만 봐도 그렇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中공산당은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방중에 극진한 예우를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8일 中베이징에 도착한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장관급인 왕 이 中공산당 외교부장이 직접 맞이했고, 그에게 “중국과 필리핀 관계의 새로운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19일 中외교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0일 中공산당 지도부와 만나 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일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만나는 中공산당 지도부는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 장더장 전인대 상무위원장, 장가오리 부총리 등이다. 모두 中공산당 최고 권력자들이다.

    같은 날 中상무부는 브리핑을 통해 “필리핀과의 경제무역 협력강화를 위한 방안을 적극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中매체들은 中공산당이 주도하는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을 통해 필리핀에 차관을 제공할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고 한다.

    中공산당의 극진한 환대에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도 화답하는 모양새다. 그는 中공산당 관영매체 ‘신화통신’ ‘CCTV’와의 인터뷰에서 “내 조부 가운데 한 분이 샤먼 출신 중국인”이라며 “나의 방중은 대통령 임기 중 결정적인 순간이다. 중국만이 우리(필리핀)를 도울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中공산당에게 원하는 것은 ‘돈’이다. 이번 방중에는 400여 명의 기업인이 동행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이번 방중을 통해 中공산당으로부터 30억 달러(한화 약 3조 4,000억 원)의 투자 유치와 필리핀 고속철도 건설에 중국이 참여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中공산당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바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였다.

    그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에 대해 “그건 기껏해야 종이 한 장”이라며 “후순위 논의 대상”이라고 폄하했다. 그러면서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는 시 주석이 직접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기다려야 한다”며 저자세를 보였다고 한다.

    中공산당도 남중국해 영유권과 필리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맞바꾸고자 하는 의도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

    화춘잉 中외교부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을 믿고 있으며, 우리는 그의 이번 방중을 통해 관련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기를 바라며, 합작을 확대하고 양국 관계가 새로운 상황을 개척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화춘잉 대변인은 “중국해 문제에 관련해 중국 측은 유관 당사국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자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한 뒤 “우리는 누가 중국의 친구인지, 우리가 판단할 것”이라고 말해,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방중 행보가 향후 남중국해 문제에 큰 영향을 줄 것임을 내비쳤다고 한다.

    中공산당은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국내 지지도를 위해 ‘작은 구멍’도 마련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英‘로이터’에 따르면, 中공산당은 남지나해 스카보로 암초 일대에 필리핀 어선의 접근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잇단 ‘반미 발언’과 함께 중국 국빈방문에서 한 이야기, 中공산당이 그의 방중에 대해 평가한 이야기 등을 종합해 보면, 필리핀은 현재 바닥을 기고 있는 경제를 살리는 조건으로 ‘친중파’가 되겠다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中공산당 입장에서는 필리핀에 수십 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해도 손해가 아니라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미국 식민지였고, 지금도 미국의 남지나해 해상 전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필리핀이 ‘친중 국가’임을 선언하면, 미국의 체면이 구겨지는 것은 물론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대중 전략’이 상당부분 수정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中공산당의 ‘밀월’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미국 입장에서는 필리핀을 대체할 만한 동남아 우방국들이 있기 때문이다.

    中인민해방군의 남지나해 인공섬 건설 이후로는 반미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마저 미군의 자국 항만 이용을 허용하는 등 대미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어, 中공산당이 기대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