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원장 "문재인과 대질심문 하라면 하겠다" 자신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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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지난해 11월 20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리는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서울시당의 '탈당권고' 결정과 관련해 직접 소명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007년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북한에 결재를 받으며 국정을 운영했다는 이른바 '송민순 회고록' 논란과 관련해 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노무현 정부에서 북핵(北核)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빙하는 움직인다' 회고록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표는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과정에서 북한의 의견을 물어본 뒤 기권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북한에 의견을 물어보자'고 가장 먼저 제안한 인물이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라고 송 전 장관은 증언했다. 문 전 대표의 '북한 결재' 논란을 풀 수 있는 진실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이 바로 김 전 원장이란 얘기다.
김 전 원장은 "송 전 장관을 국가기밀누설죄로 고발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회고록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북한 결재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지난 17일 통일부는 "2007년 11월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을 전후해 정부가 판문점 연락사무소 등 공식 대화 채널을 통해 북한과 전통문을 주고받은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북한 결재 논란이 사실일 경우 정부의 공식 대화 통로가 아니라 국정원의 비선 채널을 이용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당시 김만복 전 원장이 국정원의 대북 핫라인의 주역이라는 주장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시 김만복 전 원장이 국정원의 대북 핫라인을 독점하고 있었던 상황"이라며 "정황상 김 전 원장이 직접 북한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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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년 9월 2일 오전에 아프가니스탄 피랍자들과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기자회견에 배석한 김만복 국정원장과 검은 선글라스를 낀 국정원 요원./ 조선일보DB
그는 2007년 9월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선교사가 피랍됐을 당시, 선글라스를 착용한 국정원 요원을 대동하고 기자회견을 하는 해괴한 행태를 보였다. 요원 노출은 물론 첩보 세계의 웃음거리를 자초한 것이다.
특히 김 전 원장은 2011년 일본 잡지 '세카이'에 '천안함 폭침'을 '천안함 침몰'로, '연평해전’을 ‘연평패전’이라고 부르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천안함 폭침이라는) 한국 국방부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북한식 주장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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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년 10월 두손을 맞잡고 북한 김정일에게 고개숙여 인사하는 김만복 국정원장.-조선일보DB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 김정일에게 시종일관 머리를 조아리며 두 손으로 악수를 해 굴종적 태도 논란을 야기했고, 같은 해 12월 대선 전날에는 북한으로 올라가 김양건 통전부장을 만나 "이명박 후보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고하기도 했다.
김 전 원장은 지난해 8월 느닷없이 새누리당 당협위원회에 팩스를 보내 남몰래 입당했다. 그는 한 달 뒤인 9월, 10.28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부산광역시 의원 후보의 필승 결의대회에 참석해 '야권 인사'처럼 행동하기도 했다. 국회 입성을 위해 엽기적인 행보를 보였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김 전 원장은 참여정부의 북한 결제 논란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과거 행적에 비춰보면 내년 대선과 이후 총선 등을 거치면서 또 다른 회고록 등을 통해 정치권에 폭탄 발언을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원장은 지난해 11월 '노무현의 한반도 평화 구상-10·4 남북정상선언'이라는 회고록을 냈지만 국가기밀누설 논란에 휩싸이며 책은 결국 판매 중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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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지난해 11월 20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리는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서울시당의 '탈당권고' 결정과 관련해 직접 소명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여권 관계자는 "김 전 원장은 한때 보수인사로 분류됐었는데 노무현 정부를 기점으로 이해할 수 없는 논란들을 자초했다"며 "앞으로 또 어떤 돌출 행동을 보일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 새누리당이 자신을 국회 정보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못 나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특히 김 전 원장은 송민순 회고록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표와의 대질심문도 하라면 하겠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당의 반대로 '김만복 증인채택'엔 실패했지만, 더민주는 김 전 원장의 돌출 발언으로 외통수에 걸리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북한 통모' 논란 전모와 문재인 전 대표의 실체를 알고 있는, 갈지자 행보를 걸어온 김 전 원장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