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北 장성에게 “100만 파운드로 기밀관리자 포섭? 웃기는 소리”
  • 英선데이 익스프레스는 "태영호 공사는 '英핵잠수함 기밀 관리자에게 100만 파운드를 주고 포섭, 나중에 北으로 망명시키라'는 황당한 지시 때문에 압박감을 느껴 망명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해당 기사는 가장 많이 본 기사로 올라와 있다. ⓒ英선데이 익스프레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 英선데이 익스프레스는 "태영호 공사는 '英핵잠수함 기밀 관리자에게 100만 파운드를 주고 포섭, 나중에 北으로 망명시키라'는 황당한 지시 때문에 압박감을 느껴 망명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해당 기사는 가장 많이 본 기사로 올라와 있다. ⓒ英선데이 익스프레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지난 8월 영국에서 한국으로 귀순한 태영호 공사의 실제 망명 이유에 대해 설득력 있는 주장이 나와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英일간지 ‘익스프레스’ 일요판 ‘선데이 익스프레스’는 16일(현지시간) “북한이 100만 파운드의 뇌물을 사용해 英국방부 안에 김정은을 위한 ‘두더지(Mole, 첩자의 속어)’를 만들려 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선데이 익스프레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英국방부에서 근무하는 사람을 포섭해 영국군의 핵무기 정보를 얻으려 했다고 한다. 김정은 집단은 이를 위해 100만 파운드(한화 약 13억 8,200만 원)를 뇌물로 제공하려 했으며, 포섭 공작을 태영호 당시 英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에게 맡기려 했다는 것이다.

    ‘선데이 익스프레스’는 정보기관 소식통과 외교 소식통을 인용, 태영호 공사가 한국으로 귀순하기까지 있었던 상황을 소개했다.

    김정은은 2014년 자신의 체제를 공고하게 하려고, 핵보유국의 핵무기 관련 기술정보를 수집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태영호 공사가 근무하던 英주재 북한대사관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선데이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태영호 공사는 “英국방부에서 핵무기 탑재 전략 잠수함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민간인(군무원)을 포섭하는 것은 가능하나, 그를 통해 핵무기 관련 정보를 빼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정은 집단은 태영호 공사에게 압박을 가하면서 “100만 파운드로 어떻게든 영국 핵잠수함의 기밀을 빼내라”고 종용했다고.

    태영호 공사는 귀순하기 6개월 전에는 북한 고위층으로부터 “英핵무기의 기밀을 빼내지 못하면 당신의 외교관 경력은 끝장날 것”이라는 경고까지 받았다고 한다.

    김정은 집단이 지시한 임무의 황당함은 날이 갈수록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나중에는 “英국방부에서 근무하는 첩자를 북한으로 망명시키라”는 황당한 요구까지 했다고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김정은 집단의 명령이 황당무계한 것으로 바뀌자 태영호 공사는 북한에 있는 고위층(인민군 장성으로 추정)에게 “(겨우) 100만 파운드를 써서 英핵잠수함 관계자를 포섭하고, 공화국(북한)으로 망명시키라는 임무는 웃기는 소리”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정은 집단 관계자들은 “그래도 임무를 수행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경력은 끝장날 것”이라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결국 태영호 공사는 귀순 6개월 전 英정부 관리의 소개로 英정보기관(MI6) 관계자를 만나 심경을 털어놨고, 김정은 집단이 “해외 공관에서 적과 내통하는 반동분자를 찾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서는 귀순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선데이 익스프레스’는 “태영호 공사의 귀순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영국과 미국 정보기관이 합동신문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선데이 익스프레스’의 이 같은 보도는 북한이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서도 다양한 공작을 벌이고 있는 ‘현실’을 드러낸다.

    과거 북한은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북미, 중남미, 유럽,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에서 활발한 첩보활동을 벌였다. 특히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는 이슬람 테러조직이나 공산 반군 조직들에게 각종 무기를 제공하고 교관을 파견하기도 했다.

    21세기 들어 북한의 해외 공작은 냉전 시절에 비해서는 줄어들었다고 하나, 여전히 한국과 동맹국을 위협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