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의 소신…새누리 출구 전략의 마중물 될까
  • ▲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이 27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이 27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소속인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이 국정감사 참석을 추진하고 나서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김영우 위원장의 돌발행동에 비박계의 조직적인 행동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김무성 전 대표가 진땀을 흘리는 모습이 연출됐다.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은 27일 정오 무렵 문자 메시지를 통해 "오후부터 국감을 재개하겠다"고 전격적으로 밝혔다. 의원총회 등에서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은 깜짝 발표였다.

    앞서 새누리당은 지난 24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해임건의안을 강행 의결한 정세균 국회의장과 야당에 반발해 국정감사 일정을 보이콧한 상태였다. 김영우 의원의 국방위 국정감사 재개 발표는 당론으로 정한 보이콧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졌다.

    이에 당황한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기자회견 10분 전 국방위원장실로 몰려가 국감 재개를 만류하고 나섰다.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정오로 예고했지만, 이 때문에 본의 아니게 국방위원장실에 고립됐다. 기자회견을 하지 못한 것이다.

  • ▲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은 국회 국방위를 재개하겠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12시에 연다고 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이 만류에 나서면서 오후3시가 되서야 국방위원장실을 나설 수 있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은 국회 국방위를 재개하겠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12시에 연다고 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이 만류에 나서면서 오후3시가 되서야 국방위원장실을 나설 수 있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영우 위원장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국감 재개의 이유에 대해 "의회민주주의 원칙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국회는 상임위 위주로 운영돼야 한다는 양심과 소신이 시키는 대로 국정감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어젯밤에도 국토를 지키기 위해 동해 상에서 훈련 중이던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와 승무원 세 명이 생사를 알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라며 "국방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말의 책임을 지겠다"고 언급했다.

    김영우 위원장이 국감 재개를 선언하자 당 지도부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박명재 사무총장은 의원총회 직후 "우리 당에서 필요한 조치를 해줄 테니 당 방침을 따라달라 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의 '맏형' 서청원 전 대표도 "외국에도 정당은 종교와 양심의 자유에 관한 것은 개인에 위임하지만, 당론은 따르게 돼 있다"며 "양심과 종교와 달리 당론은 따라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런데도 김영우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할 기색을 보이자 새누리당 소속 황영철·김도읍·경대수·주광덕 의원 등이 급기야 국방위원장실로 직접 찾아가 설득에 나섰다.

    특히 정세균 의원 사퇴 관철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원진 수석최고위원은 직접 만류를 위해 김영우 위원장을 찾아갔지만 위원장실에 진입하지 못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시간을 넘겨서도 국방위원장실에서 대치가 길어지자 고성도 흘러나왔다. "나가주세요", "그만하세요", "내가 너를 살리기 위해서 이러는 거야" 등의 말이 벽을 넘어 기자들의 귀에 들릴 정도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비박(非朴)의 반란'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계파 프레임으로 바라보려 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주류인 친박계의 의사일정 전면 거부 방침에 반발해 비박계가 조직적으로 움직이려 했다고 해석한 것이다.

  • ▲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이 27일 오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국방위가 재개돼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사회권을 넘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이 27일 오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국방위가 재개돼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사회권을 넘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실제로 이날 오전 이혜훈 의원은 PBC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입법부가 행정부를 감시·감독하는 국정감사, 이게 어떻게 보면 국회가 할 수 있는 일 중의 알파와 오메가 아니겠느냐"며 "새누리당이 국감에 무기한 임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감을 재개해야 한다는 사견을 피력한 셈이다. 이혜훈 의원은 김영우 위원장과 같은 비박계로 분류된다.

    하지만 여권 관계자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들은 "비박계의 조직적인 움직임은 아니다"라며 "김영우 국방위원장의 개인적인 소신"이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정국의 대치가 심화되고 당대표가 단식하는 와중에 적전분열(敵前分裂)하는 모양새를 의도적으로 연출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전통적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 호불호가 엇갈리는 김무성 전 대표가 새누리당의 적전분열을 주도한 것으로 비치게 되면 본인의 대권 가도에도 긍정적일 리가 없다는 분석이다.

    이를 의식한 듯 김무성 전 대표는 이례적으로 김영우 국방위원장 설득에 직접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13시 30분경 권성동 의원을 대동하고 김영우 위원장실을 방문했다. 긴 시간 머문 것은 아니었지만, 김영우 위원장과 만난 김무성 전 대표는 국감 재개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영우 위원장이 소신을 굽히지 않았기에, 위원장실을 나선 김무성 전 대표는 착잡한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만 절레절레 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후 3시경 김영우 위원장은 위원장실을 나오면서 "국방위가 열려야 한다는 게 소신"이라고 거듭 밝혔다. 다만 야당 의원에게 위원장 자리를 포기하는 이른바 '사회권 이양'에 대해서는 "사회권 포기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김영우 위원장의 돌출행동을 계기로 출구 전략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감사 일정의 전면 거부는 국민적인 비판에 직면하기 쉽다. 일부 국감 일정에 한해 선별적 복귀하는 '투 트랙 전략'을 쓸 수도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로 김영우 위원장은 이날 본인이 국정감사에 복귀해야 하는 명분으로 "북핵, 미사일 도발 등 시급한 안보 상황"을 꼽았다. 특히 이날은 훈련 도중 헬기가 추락하는 사건도 있었다. 정세균 의장 사퇴 투쟁이 더 중하다면서 마냥 가벼이 여길 수는 없는 명분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핵심 당직 의원은 "김영우 위원장이 의원총회에서 사전 조율을 하지 않고 먼저 치고 나간 것은 잘못"이라면서도 "국민이 관심을 갖고 있는 핵심 안보 사항이나 최근 영남 일대 지진에 따른 안전 문제, 전기세 등 민생 결부 사항에 대한 국감은 선별적으로 복귀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