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미국에서 확산되는 北核 예방공격론

    미국의 전 합참의장, 미국 본토를 위협하므로 자위적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

    趙甲濟    
      


  •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다양한 北核 응징책이 거론되는 가운데
    마이크 멀린 전 미 합참의장은 16일(현지 시각) 미 외교협회(CFR)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만약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에 아주 근접하고 미국을 위협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북한을 예방적으로 타격할 수 있다"며
    "이론적으로 (미사일) 발사대나 과거 발사했던 곳을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을 공격할 수 있을 만큼 핵탄두를 소형화했다. 도발의 수위가 한계를 넘어섰다"며 "선제 타격은 다양한 잠재적 옵션의 하나이지만 김정은(노동당 위원장)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문제"라고 했다.
       멀린 제독은 미 외교협회의 북핵 관련 대책반 공동 의장으로서 최근 정책 건의서를 발표하였다. '더 날카로운 對北 선택'(A Sharper Choice on North Korea)이란 제목의 건의서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능력 향상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준이 되었다면서 이런 제안도 했다.
     
       <한국 및 일본과 미국의 동맹관계를 강화하기 위하여 (북한에 대하여) 집단안보선언을 발표한다: 韓美日 중 어느 나라에 대한 공격이라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1962년 10월 케네디 대통령은 소련이 핵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고 있는 쿠바에 대한 해상봉쇄를 선언하면서 비슷한 경고를 한 적이 있다.
     
       "(앞으로) 쿠바 지역에서 발사되는 핵미사일이 우리의 동맹국이나 자유진영의 나라를 타격할 경우, 미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우리는) 소련에 대한 전면적 응징을 가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미국이 핵무장한 북한에 대하여 해상봉쇄 등 군사조치를 취할 경우에도 비슷한 경고를 할 것이다.
       "북한 지역에서 발사되는 핵미사일이 우리의 동맹국이나 자유진영의 나라를 타격할 경우 미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 북한정권에 대하여 전면적 응징 조치를 취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압도적인 핵보복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핵폭탄으로 한국, 일본, 괌,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없을 것이다. 케네디 대통령은 연설에서 자신의 선택이 핵전쟁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점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가 선택한 길은 어렵고도 위험한 길임이 분명합니다. 이 길이 어디로 갈지, 얼마나 많은 대가(代價)와 희생을 치러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무엇보다 큰 위험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유의 대가는 항상 비싼 법입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항상 그 대가를 지불하였습니다. 우리가 절대로 선택하지 않는 길이 있다면 그것은 항복하거나 굴복하는 길입니다."
      
       멀린 전 의장의 예방공격 가능성 언급은 최근 달라지고 있는 워싱턴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 7월 뉴욕타임스의 기사 제목은 <북한 핵무기의 목표는 한때 생각하였던 것보다 더 심각한 것 같다>였다. 이 기사는 워싱턴의 전문가들 사이에 달라지는 北核 평가를 소개하였다. 북한의 핵개발은 체제유지용이라고 생각하면서 핵능력을 과소평가하여온 데 대한 반성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인으로선 미국의 소위 전문가들 수준이 이 정도였나 하는 느낌도 든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2014년부터 김정은이 미사일과 핵실험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고는 '이건 쇼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핵무기의 개발 목적이 최악의 경우에도 테러집단에 팔려는 정도라고 생각해온 이들도 김정은이 정말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판단으로 기울고 있다고 했다.
       루이스란 전문가는 북한의 전쟁계획이 <미국으로 하여금 한반도로 증원군을 보내지 못하도록 괌, 오키나와, 일본의 미군 기지를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했다. 핵장착 장거리 미사일로 미국의 서해안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예비적으로 확보하려는 것도 같은 목적이란 것이다. 피츠패트릭 씨는 <핵무기를 쓰지 않더라도 그런 가능성 자체가 미국과 한국 등 동맹국 사이에 쐐기를 박을 것>이라고 했다.
      
       "전혀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었다."
     
       부산의 동서대학에서 근무하는 북한 전문가 B.R.마이어 교수는 뉴욕 타임스에 이렇게 말한다.
       "북한의 핵계획은 미국을 겁주려는 목적일 뿐 아니라 언젠가는 남한을 압박, 북한 방식의 통일을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목적만이 (핵개발에 따른 제제 등으로)10년 전보다 더 악화된 북한의 안보 사정을 합리화해줄 수 있다."
       마이어 씨는 북한 주도의 통일만이 이 정권의 안보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서 <가장 큰 북한의 불안정 요소는 외부의 위협이 아니라 내부적 정당성의 약화다>고 했다.
       "북한은 한민족의 진정한 수호자라고 선전하지만 남한보더 너무나 가난하다. 따라서 별도의 국가로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통일만이 장기적 해결책이 된다."
       마이어 교수는 VOA(미국의 소리)와 한 인터뷰에서 북한을 IS와 비슷한 존재라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하였다.
       <북한은 극단적인 민족주의 국가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나는 북한이 공산주의 국가도, 실패한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서방 세계가 자신들을 공산주의 국가로 보면서 위협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데 불만이 많다. 공산주의 국가들은 핵무기를 갖고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워싱턴은 최악의 경우에도 북한은 핵물질을 테러리스트들에게 파는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북한은 극단적인 용어로써 워싱턴에 이런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중동에 있는 당신들의 적들처럼 싸우고 죽을 각오가 되어 있음을 잊지 말라.'
       우리는 북한이 과격 이슬람 세력처럼 이념을 중시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정의로운 존재이고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북한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남한에 미군이 있는 데 대하여 진정으로 분노하면서 통일에 매달리고 있다.>
       CNN도 최근 미국 정부의 깊어가는 걱정을 전했다. 북한은 이동식 미사일, 잠수함 미사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하여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전제를 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 동맹국들은 핵위협에 노출될 뿐 아니라 핵공격을 미리 알아낼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진다. 예비역 중장인 마크 허트링 씨는 이렇게 말한다.
       "다른 주권 국가뿐 아니라 미국 영토의 일부까지 위협할 능력을 갖는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게임이 시작된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재래식 군사력으로 기습하는 것은 수십 시간 전에 파악할 수 있지만 핵미사일 공격을 미리 알아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뿐 아니라 발사 후 5~7분만에 서울 상공 등 목표에 도달한다. CNN은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 '북한의 핵무기는 더 이상 '이론적인 위협'(theoretical threat)이 아니라 '실질적인 위협'(practical' threat) 이 되었다'고 했다.
     
       두 번 놓친 예방공격 기회
     
       한국 쪽에서도 예방 공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종대학교 세종대학원에서 펴내는 '글로벌 어페어' 최근호에서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 박휘락 교수는 <이미 핵무기를 개발해버린 상태라서 북한에 대한 예방타격은 쉽지 않으나 상황이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검토해볼 만하다>고 했다. 예방타격은 선제공격과는 달리 사전에 충분히 준비한 뒤 결행할 수 있어 성공 가능성이 크지만 북한이 잔존한 핵무기로 남한을 공격하게 되면 핵전쟁으로 돌입하게 된다는 점에서 위험성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는 <예방타격은 최선의 방안이라서가 아니라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해지는 차악(次惡)의 방책이다>고 했다.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은 적의 공격이 임박하였다는 판단 아래 먼저 때리는 것이고 예방공격(preventive strike)은 적의 위협능력을 사전에 제거하는 공격이다. 논의되는 북핵 제거 작전은 후자(後者)이다.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공격은 정보 및 해공군력을 중심으로 하므로 미국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보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한국이 반대하면 미국 단독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1994년 클린턴 행정부가 북폭(北爆) 계획을 세울 때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은 서울이 공격 당한다면서 이를 반대,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사태를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만든 것이다. 김영삼은 회고록에선 자신이 전쟁을 막았다고 자랑하였으나 나중엔 후회하였다고 한다. 당시엔 北에 핵폭탄이 없었고, 중국은 지금처럼 강대하지 않았으며 러시아의 옐친 정부는 친미적(親美的)이었다.
       2007년에 북한이 핵폭탄 제조용 원자로를 시리아에 지어주고 있는 것이 발각되었을 때는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응징할 기회를 버렸다. 부시 대통령은 핵물질을 외국으로 확산시키면 보복하겠다고 여러 차례 천명하였으나 막상 이스라엘이 증거를 들이대자 뒤로 빠졌다. 이라크 전쟁 뒷수습에 허둥대던 미국은 1년 전에 핵실험을 하였으나 핵무기를 실전에 사용할 수준이 되지 못하였던 북한을 때릴 의지가 부족하였고 한국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김정일을 찾아가 만날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해 9월6일 새벽 이스라엘 전투기가 시리아로 들어가 북한 기술자들이 지어주고 있던 원자로를 부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시리아 내전은 더 심각한 양상이 되었을 것이다.
       두 번의 실기(失機) 끝에 마지막 찬스이자 위기가 찾아온 셈이다. 한국과 미국이 검토하고 있는 작전은 실전배치되었거나 배치 직전의 핵미사일을 제거하는 작전이란 점에서 쿠바 미사일 위기와 비슷하다.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