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사용하는 김정은, 노동당 비꼬는 표현 가리켜 ‘내부 불순분자의 적대행위’
  • "아니, 내가 과체중으로 군 면제를 받은 건 실은 미국 탓이야…." 최근 북한에서는 보위부가 직접 나서 주민들에게 "이게 다 미국 탓" 등의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협박하고 있다고 한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아니, 내가 과체중으로 군 면제를 받은 건 실은 미국 탓이야…." 최근 북한에서는 보위부가 직접 나서 주민들에게 "이게 다 미국 탓" 등의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협박하고 있다고 한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북한의 ‘자칭 최고존엄’ 김정은을 조롱하는 것은 세계 공통 오락 가운데 하나다. 이제는 북한도 예외가 아니어 보인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9월 2일 北국가안전보위부가 주민들에게 “당과 수령을 은유적으로 빗대어 표현하는 말을 용서치 않겠다”며 “입단속 잘 하라”는 경고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전한 북한 소식통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北국가안전보위부는 인민반 회의를 소집해 주민들에게 직접 경고했다고 한다. 그런데 北국가안전보위부가 주민들에게 “하지 말라”는 말들은 김정은의 심각한 ‘피해망상’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자강도 소식통은 “보위부 지도원이 직접 인민반 회의를 조직하고, 주민들에게 내부 불순분자들의 적대행위에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면서 “입단속을 잘 하라는 강연을 했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양강도 소식통은 “지난 8월 28일 저녁, 인민반 담당 보위지도원이 주민들을 불러놓고 강연을 했다”면서 “인민반 담당 보위지도원은 주민들이 흔히 사용하는 ‘이게 다 미국 탓이다’ ‘바깥구경도 못하는 바보’와 같은 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이것이 내부 적대분자들의 음흉한 언행이라 설명했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소식통들은 “‘이게 다 미국 탓’이라는 표현은 이미 10년 전부터 주민들이 일반적으로 쓰던 표현”이라며 불평을 털어놨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 사회에서 ‘미국 탓’이라는 말은 북한이 김일성 시절부터 어려운 일이 생기면 무조건 ‘미국 때문에 빚어진 사태’라고 우기던 관행에서 비롯됐다”면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뻔한 문제의 원인을 엉뚱한 데로 돌리는 노동당의 태도를 비웃는 의미로 통한다”는 소식통의 설명도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또한 “바깥구경도 못하는 바보라는 표현은 평양에서 먼저 유행한 말”이라면서 김정은이 집권한 뒤 외국 정상과의 회담은커녕 전통적인 우방국인 중국,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조차 참석하지 못한 데 대해 충격을 받은 노동당 간부들 사이에서 번지기 시작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소식통들은 “이밖에도 북한에서는 남 탓만 하는 노동당의 행태를 비꼬거나 은유적으로 ‘최고존엄’을 풍자하는 표현들이 많다”면서 “이런 표현을 다 적대분자의 책동으로 다스린다면 주민 대부분이 적대분자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사실 김정은에 대한 조롱과 비판은 세계적인 오락거리가 된 지 오래다. 한국 사회의 경우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김정은을 부를 때 ‘체고조넘’이라고 비꼬거나 ‘돼지X끼’ ‘돼정은’ ‘절뚝돼지’ ‘정은이’ 등으로 낮춰 부르는 경우가 매우 많아졌다. 과거 김정일을 향해 ‘뽀글머리’ 등으로 부르던 것보다 훨씬 낮춰 보고 있다는 뜻이다.

    몇몇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 또한 탈북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바깥세상, 특히 중국이나 러시아 등에서 김정은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알게 되면서, 김정은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거나 우습게 보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