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새누리 '안보 이슈' 모른척… 자유총연맹 정책위 구성해 적극적 대응 나서
  • 2008년 광우뻥 사태의 핵심은 'MB의 아침이슬'이었다. '설마 그런 괴담을 국민들이 믿겠어'라는 정권의 안이함이 부른 참사였다. 단지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만을 꼬집을 수 없다. 웰빙에 젖어 선동에 맞서지 않은 당시 집권 여당(한나라당)이 더 문제였다.

    '대응은 정부의 역할'이라던가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이라며 모른 체 했다. 진실을 왜곡하는 선동 세력을 그대로 놔뒀다. 그 결과,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뼈저린 책임을 져야 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도 그런 안이함으로 여러차례 곤혹을 겪었다. 임기 첫해 국정원 댓글 의혹과 이듬해 세월호 사태, 그 다음은 메르스까지.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겪은 국정 논란은 다행히도 다 국내에 국한된 문제였다.

    하지만 '사드 배치 문제'는 다르다. 북한은 물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이 엮인 외교 문제다. 광우병 사태가 '반미 정서' 폭발과 함께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점에서 사드 문제는 세월호나 메르스 보다 좀더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사드 문제'에 사활을 걸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DJ 햇볕정책'이 낳은 북핵 문제의 당사자라는 점도 있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의 정권교체를 진두지휘하는 박지원에게 사드 만큼 인화성 강한 이슈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드 배치를 통해 국민정서에 내포된 반미정서를 불붙일 발화물질만 찾아낸다면 제2의 광우병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 25일 나라사랑 어머니연합 등 12개 보수단체는 사드배치 반대 세력의 선동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25일 나라사랑 어머니연합 등 12개 보수단체는 사드배치 반대 세력의 선동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번에도 웰빙 여당인 새누리당의 적극적인 대응은 찾아보기 어렵다. 박지원 위원장이 사드배치 반대 12시간 필리버스터를 벌이는 와중에도 새누리당은 당권 다툼에만 바쁘다.
    사실 사드를 반대하는 국민적 여론은 그리 높지 않았다. 지난 15일 발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사드 배치 찬성은 50%, 반대는 32%였다. 응답자의 거주지역에 배치한다고 해도 수용하겠느냐는 질문에도 46%가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여당의 안이함이 계속되면서 그나마 유리했던 여론이 서서히 반전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제지로 한동안 주춤했던 더불어민주당도 박지원의 기세에 서서히 끌려가고 있다. 추미애, 송영길, 김상곤 등 차기 당권주자들은 물론, 친문 수장 문재인까지 모두 사드배치 전면 재검토를 천명하고 있다. 조만간 제1야당 더민주도 박지원 위원장에 힘을 모아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론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지만, 웰빙에 물든 새누리당에선 맞설 사람을 찾기 어렵다. 19대 국회 당시 새누리당은 박지원의 정보력을 높이 평가하며 영입하고 싶은 인물 2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1위는 조경태 의원이었다. 새누리당의 지도부 중 감히 박지원 위원장과 맞설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 김경재 자유총연맹 총재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두 사람은 미국에서부터 50여년간 인연을 이어왔다. ⓒ 뉴데일리 DB
    ▲ 김경재 자유총연맹 총재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두 사람은 미국에서부터 50여년간 인연을 이어왔다. ⓒ 뉴데일리 DB

이런 상황에서 자유총연맹의 김경재 총재가 사드 배치 추진 여론전에 뛰어들었다.

자유총연맹은 오는 27일 14시,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정전63주년 기념 '사드배치 지지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5천명 가량의 지지자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에는 대구에서도 같은 주제로 시사토크쇼를 추진 중이다.

새누리당 어느 누구도 제동을 걸지 못하는 박지원의 폭주에 자유총연맹이 나서는 셈이다.

50년 이어온 인연과 악연, 결자해지

김경재 총재와 박지원 위원장은 약 50년 전 미국에서부터 인연과 악연을 이어온 사이다.
 
1970년대 미국에서 만난 박 위원장과 김경재 총재는 사업가와 언론인으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 김 총재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 시절 워싱턴까지 동행해 박 위원장을 소개시켰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오히려 박지원 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과 더 가까운 사이가 된다. 그것도 지금의 사드배치와 밀접한 관계있는 대북 문제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김 총재는 지난 1999년 현역의원이자 DJ의 특사로 방북한 뒤 돌아와 청와대 보고에서 김정일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인민을 굶겨죽이는 지도자와 이념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김정일과의 관계는 서둘러선 안 됩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김총재의 의견을 선뜻 수용하지 않자 심지어 "이렇게 대북관계를 서두르니 대통령님이 노벨평화상에 대한 욕심 때문이라는 말이 돌지 않습니까"라고 따져묻기도 했다.

이 일화는 김 총재가 DJ정부에서 북한 문제에 손을 떼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반면 당시 원외였던 박지원 위원장은 김 총재와는 달리 '햇볕정책'을 충실하게 추진하면서 DJ 권력의 중심에 섰다. 박지원의 첫 작업은 남북정상회담이고, 이 과정에서 대북송금 논란이 일었다. 사드 배치 논란의 근본적 문제인 '햇볕정책'과 '북핵 개발'이 박지원과 김경재의 인연이 악연으로 바뀌는 시작이었던 셈이다.

DJ 서거 이후 박지원은 햇볕정책의 후계자가 돼 동교동계 좌장에 올랐고, 김경재는 그 노선에서 이탈, 박근혜 정부 홍보 특보를 거쳐 자유총연맹을 맡았다. 두 사람의 운명이 김대중 정부의 남북정상회담에서부터 완변히 갈라지게 된 것이다.
 
김경재 총재는 박근혜 정부로 노선을 옮기기 전부터 박지원 위원장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 꾸준히 비판해왔다.

2010년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이명박 정부를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이라고 했다"는 박 위원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자, 김 총재는 "중국 사대주의 발상"이라며 비판했다. "왜 우리가 '시진핑의 평화'에 잣대를 맞춰야 하느냐"는 일침이었다. 마치 현재의 사드배치 논란을 예견이나 한 듯, 박 위원장을 친중 사대주의라 비판했던 것이다.
 
박지원 위원장은 국민의당과 더민주 친노 강경파들을 규합해, 사드배치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안을 관철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새누리당 친박 TK 의원들이 오히려 사드배치 반대에 나서면서, 김 총재가 도움 받을 수 있는 여당의 힘은 제한적이다.
 
  • 14일 패트리어트를 운영하는 수도권 지역의 한 부대에서 국방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패트리어트 레이더 전자파 측정 참관이 진행된 가운데 공군 관계자가 광대역 전자파 측정기를 활용해 전자파를 측정하고 있다.ⓒ국방부
    ▲ 14일 패트리어트를 운영하는 수도권 지역의 한 부대에서 국방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패트리어트 레이더 전자파 측정 참관이 진행된 가운데 공군 관계자가 광대역 전자파 측정기를 활용해 전자파를 측정하고 있다.ⓒ국방부
    이에 따라 김 총재는 총재 취임 이후, 자유총연맹에 정책위원회를 구성해 적극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 김용삼 미래한국 편집장,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 이춘근 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김동근 청년대학생연합 대표 등 재야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또 아스팔트 우파의 상징 신혜식을 홍보특보, 오랜 정치적 동지인 변희재를 사회특보로 영입했다. 또한 사드 관련 집회 및 토크쇼 방송 등에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군사전문가 양욱, 법률 전문가 류여해 교수, 황성욱 변호사 등을 초청하고 있다. 이른바 자유총연맹과 재야 연합군이다.
     
    더민주 전당대회가 끝나고 차기 지도부가 들어서면, 사드배치 관련 찬반 투쟁은 최고조로 가열될 전망이다. 현재까지는 찬반 양측의 사령관으로 박지원 위원장과 김경재 총재가 맞설 공산이 크다.

    미국에서 시작해 50여년간 이어진 두 사람의 인연과 악연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에 관심 가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