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30 재보선으로 열어젖힌 문틈, 당대표돼서 더욱 활짝 열겠다""대선 후보 경선 '슈스케' 방식으로… 국민 설득하는 것도 미래 지도자 덕목"
  • 전남 곡성에서 나서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나왔으면서도 민정당에 투신해 정치를 시작한 사람이 있었다. 23년 동안 낙선에 낙선을 거듭하면서도 저 하늘을 높이 날겠다는 거위처럼 도전을 계속했던 이정현 의원(3선·전남 순천)이 그 주인공이다.

    23년 동안 겪은 설움을 입밖으로 꺼내놓지는 않았지만, 여의도 정치권 문화 속에서 짐작가는 바는 있다. 같은 당에서도 "이정현은 호남 출신인데 믿어도 될까"라는 눈초리를 받았으리라. 지역에서는 "이정현이는 사람은 참 좋은데 당이…"라는 소리를 셀 수도 없이 들었으리라.

    그가 나온 광주 살레시오고는 야권 유력 정치인들의 요람. 3선 의원으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지냈던 우윤근 국회사무총장이 그와 살레시오고 동기이고, 윤장현 광주시장, 정동채 전 의원 등도 살레시오고 출신이다. 동문 모임이 있을 때마다 "이정현, 너는 왜 거기서 그렇게 고생하고 있어? 그러지 말고 이리로 와"라는 취중농담이 없었을 리 없다.

    당내에서의 숱한 설움, 지역에서의 거듭된 낙선으로 인한 고통, 끝없는 유혹의 손길 속에서도 흔들림없이 새누리당을 지킨 이정현 의원이 마침내 당 사무처 간사병(丙)으로부터 17계단을 올라와 당대표에 도전하게 됐다.

    왜 이렇게까지 사서 고생했을까. 무엇을 지키기 위함이었을까.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23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밀짚모자를 고쳐쓰고 배낭을 들며 배낭 토크에 나서려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23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밀짚모자를 고쳐쓰고 배낭을 들며 배낭 토크에 나서려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23년 설움 견뎌낸 원동력 "나의 출세가 아닌,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지키겠다는 신념"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은 21일 오전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뉴데일리〉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이와 같은 질문을 받고 "신념"이라고 잘라말했다.

    "단지 나의 출세가 아니라 지역 구도를 깨보고 싶다는 신념과 진심·진정성, 이 세 가지가 오늘의 나를 있게 했다"며 "호남 출신으로서 최초로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의 당대표가 돼서 대한민국, 대한민국 국민,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켜내는데 온 몸을 바치는 것, 그것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23년 동안 온갖 설움을 겪으면서도 지켜내고 싶었다는 그 '대한민국의 가치'는 무엇일까. 이정현 의원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고 즉답했다.

    이정현 의원은 "중공이 중국이 되고 소련이 러시아가 되면서 종국에는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받아들이는 것을 봐도, 우리의 선배 선열들은 너무나 소중한 일을 해주셨다"며 "소중한 생명을 바쳐가면서 지킨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그걸 위협하거나 도전하거나 흔드는 세력으로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른 모든 것은 혁신하고 시대 조류에 맞춰 바꿔나가야겠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선열들이 목숨을 버려가면서 지켜낸 가치에 대해서는 아주 조금의 흔들림도 없다"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데 있어서는 한 발자국의 양보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23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23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대한민국·대한민국 국민·대한민국 가치에 감사하는 '보은의 정치'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 부딪치고 또 깨지며, 끊임없이 창공으로 날아오르려 했던 23년. 신념을 지키기 위해 너무도 오랜 기간 고난을 겪었다보니 혹시 한(恨)이 쌓이지는 않았을까. 이정현의 정치는 혹시 '한의 정치'가 되는 것은 아닐까.

    "이정현은 보은의 정치, 감사의 정치다"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곧이어 "이렇게 뽑아주신 순천·곡성 주민들 너무 감사하다" "전라도놈 뽑아 여기까지 키워준 새누리당 감사하다" "모두가 버렸지만 나같은 사람을 챙기고 열정과 진심을 받아준 박근혜 대통령 감사하다"는 헌사(獻詞)가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이어졌다.

    그는 "이정현 같은 루저가, 모든 것을 실패하고 가진 것도 없고 스펙도 형편없는 이 이정현이가 청와대 수석을 두 번이나 하고, 집권당 최고위원을 두 번이나 하고, 국회의원을 세 번이나 할 수 있는 풍토와 환경을 만들어준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에 한없이 감사하다"고 토로했다.

    나아가 "이제는 보은(報恩), 내가 입은 은혜를 꼭 갚고 싶다"며 "보은과 감사의 정치를 위해 당대표가 돼서,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켜내는데 온몸을 바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23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23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정현 당대표 되면 530만 호남인의 마음의 문 훨씬 크게 열릴 것"

    지난 2014년 7월 30일, '정치혁명'이며 '선거혁명'이라 할 수 있는 사건이 일어난 날이다. 전남 순천·곡성에 출사표를 던진 이정현 의원이 새정치연합 서갑원 전 의원을 꺾고 당선되는 파란이 일어났다.

    그 이후로 2년, 짧은 기간이지만 '이정현 효과'가 정치권에 미친 파장은 이루 열거하기 어렵다. 오랜 기간 1당 독재 체제 아래에서 신음하고 있던 호남은 전면적인 다당 대결 구도를 맞이했다. 4·13 총선에서는 전북 전주을에서 정운천 의원이 '이정현 효과'의 바람을 안고 당선됐다.

    대구·경북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지역주의의 파고를 넘어 깃발을 꽂았다. 그토록 강고해보이던 지역주의의 벽이, 이정현 의원이 당선된지 불과 2년 만에 곳곳에 균열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 한 명의 탄생이 이와 같은 변화를 이끌어냈는데, 만일 그 사람이 당대표가 된다면 어떤 후폭풍이 뒤따를까. 보수 성향의 집권여당 당대표를 호남 출신이 맡는다는 미증유의 사건에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사람들조차 감히 예단을 꺼리는 가운데, 이정현 의원 본인은 자신이 당대표가 되면 530만 호남인, 그리고 출향 향우들에게 미칠 파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정현 의원은 "영향이 크게 미칠 것"이라며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새누리당에 홀홀단신 들어가 당대표가 됐다? 아마 많은 호남 사람들이 새누리당을 달리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정현이는 오래 전에 고향을 떠난 사람도 아니고, 지금도 아버지 어머니가 고향에 사는 토속적인 사람"이라며 "이런 이정현을 대구·경북, 경상도를 포함한 새누리당 사람들이, 보수 성향의 새누리당 당원들이 받아들여 당대표를 시켜준다고 하면 호남 사람들의 마음의 문은 훨씬 크게 열리리라 본다"고 단언했다.

    지난 2014년 7·30 보궐선거를 통해 이정현 의원이 동서 간을 가로막은 채 굳게 잠겨 있던 바로 그 문을 열어젖혔다. 문은 나갈 수도 있지만, 그리로 들어오기도 하는 것. 선구자 격인 이정현 의원이 온몸으로 문을 밀어 비집고 틈을 낸 그 사이로 벌써 많은 사람들이 오고갔다.

    정운천 의원이 그 문을 통해 나아가 전북 전주을에서 당선되기도 했지만, 김부겸 의원을 비롯한 많은 야권 인사들 또한 이 문을 통해서 영남으로 들어왔다. 작은 문틈 사이로도 이와 같은 변화가 벌어지고 있는데, "훨씬 크게 열린다"고 하면 그 파장은 어느 정도일까.

    이정현 의원은 "호남 사람들의 마음이 이번에는 활짝 들어올 것"이라며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던 호남의 정서와 생각, 불만·요구들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새누리당 정책에 반영하고, 특정 지역의 소외·설움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와 변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호남의 마음이 변화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23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배낭 토크를 떠나기 위해 준비해둔 밀짚모자와 배낭이 눈에 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23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배낭 토크를 떠나기 위해 준비해둔 밀짚모자와 배낭이 눈에 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지역주의 벽 무너뜨린 이정현이 계파 화합 못 시키겠느냐"

    수십 년 묵은 지역주의의 벽을 무너뜨리고, 영남과 호남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균열을 메운 이정현 의원이다. 그에 비하면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당내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시키는 일은 작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정현 의원은 "민생에 당 소속 의원들이 전념하도록 당을 이끌어간다면 계파 싸움은 절로 없어진다"며 "구르는 돌에 이끼 낄 새가 없다고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당대표부터 앞장서서 잠바와 면바지를 입고 각종 민생 현장에 가서 순전히 경청할 것"이라며 "야당의 시각으로 독하게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고 온 다음, 여당의 책임감으로 실무를 담당하는 실·국장을 모셔다 당정회의를 통해 해법을 찾아 정책·예산에 반영하고 입법하는 민생 정치에 몰두한다면 친박~비박을 따지고 논할 사이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민생에 몰두하고 대통령을 중심으로 약속했던 공약 사항들을 정부·여당이 함께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같이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전념하면 새누리당은 어느 순간 다시 한 덩어리가 된다"며 "정권재창출은 그래야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차제에 당청(黨靑) 관계에 대한 설명도 뒤따랐다.

    이정현 의원은 "여당에는 이중적 지위가 있다"며 "크게 말해 당정(黨政)과 함께 '여권'으로서 공동운명체이기 때문에 대통령과 함께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의 행복을 이뤄나가는 게 있고, 다른 하나는 여당이기 이전에 129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한 원내정당으로서 행정부를 비판하고 감시하는 기능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두 가지 역할을 조화롭게 해야 하는데, 마치 야당이 청와대를 대하듯 두 번째 역할에만 치중한다면 그게 갈등이고 분열이며 국민과 당, 대통령이 모두 불행해진다"며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고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한데, 청와대·국회·원외(院外)의 경험이 모두 있는 내가 가장 잘 이끌어갈 수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23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뒤 배낭 토크를 떠나기 위해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취재진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23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뒤 배낭 토크를 떠나기 위해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취재진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대선 후보 경선 '슈스케'식으로… "단순한 흥행 목적 아니다" 그럼 왜?

    민생에 몰두하고 전념해서 비생산적인 계파 싸움을 가라앉히는 것은 좋다. 그러나 우리 정당 문화에서 계파가 독버섯처럼 계속해서 자라나고 근절되지 못하는 것은 공천을 비롯한 '자리 싸움' 때문이다. 해가 넘어가면 내년은 대통령 선거가 있다. 대선 후보 자리를 둘러싼 '거대한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다시금 계파 갈등이 고개를 들지는 않을까.

    "좋은 후보를 모셔다 내세우는 관리도 소홀히 여기지는 않겠지만,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되찾는 게 먼저"라고 말문을 연 이정현 의원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정당일 때, 훌륭한 사람도 오는 것"이라고 전제를 분명히 했다.

    민생 전념을 통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는 것을 전제로, 이정현 의원은 "어떤 경선이든 당내 경선은 무제한의 치열한 경쟁이 돼야 한다"며 "무제한 토론을 통해 강한 후보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문수·오세훈·남경필·반기문·김무성… 누구를 막론하고 모시고, 신뢰받고 촉망받으며 참신한 때묻지 않은 외부 인사도 과감히 영입해서 국정에 관한 제한없는 토론을 아주 세게 시키겠다"며 "'슈스케' 식으로 탈락시켜가면서 하게 되면 최종 후보 2명은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 남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새누리당 대선 후보 선출에 국민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가 '슈스케'식 대선 후보 경선을 그리는 것은 단순히 국민의 이목을 끌기 위한 '쇼'의 차원이 아니었다. 단순한 흥행이 목표가 아니라, 이러한 경선 방식이 다음 대통령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덕목을 검증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정현 의원은 "이제는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지도자들은 묵묵히 일만 잘해서는 안 된다"며 "일도 잘해야 하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설득을 못하면 이제는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해서 국정을 이끌어나갈 수가 없는 시대가 됐다"며 "대권 주자들에게는 지옥보다 더한 지옥훈련일 수 있고, 유격보다 더욱 고된 과정이겠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단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23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를 마친 뒤 배낭 토크를 떠나기 위해 나서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23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를 마친 뒤 배낭 토크를 떠나기 위해 나서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광장 토크'에서 '배낭 토크'로… 전 국민의 탄식과 기대 듣는다

    그는 정말로 '준비된 당대표 후보'였고, 심중에 이미 구상하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여기까지 단숨에 쏟아낸 이정현 의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엉겁결에 악수를 마친 취재진을 뒤로 한 채 그는 밀짚모자를 고쳐쓰고 배낭을 맨 뒤, 또 훌쩍 떠나려 했다.

    '배낭 토크'의 방식으로 이정현 의원이 8·9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바다. 그의 SNS에는 "어제는 수원·천안·온양을 다녀왔다" "오늘은 성주와 구미에서 배낭 토크를 진행했다"는 글들이 계속 올라온다.

    배낭 토크란 무엇일까. 이정현 의원이 방문지에 내려가면 흔히 칭하는 '조직책'이 사람들을 모아놓고 기다리고 있고, 이정현 의원은 그 앞에서 일성(一聲) 사자후라도 토하는 것일까.

    이런 질문에 이정현 의원은 "비상 상황에서 치러지는 당대표 경선이 줄세우기나 당협위원장을 확보해 그 사람들로 하여금 표를 움직이게 하는 경선 문화부터 타파하고 싶었다"며 "오늘(21일) 가면 20번째 출발인데 나는 당협위원장이나 국회의원, 표를 갖고 있는 시장·군수·구청장·도의원을 절대 개별방문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터미널에 앉아서 기다리는 시민들과 대화하고, 공인중개사무실에 들어가 듣고, 공원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조선산업 구조조정 문제가 있는 거제·통영·고서에 가더라도 본사가 아닌 하청·재하청·재재하청 업체에 가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보육이 문제라고 하면 주소 검색해서 근처 어린이집 하나에 불쑥 들어가 원장과 학부모를 만나고… 이렇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배낭 토크'는 어제 오늘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8·9 전당대회가 임박해서야 시작된 것도 아니다. 4·13 총선 이후 그를 다시 뽑아줘 3선 의원으로 키워준 순천시민들에게 '당선 인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벌써 2개월 가까이 진행되고 있다. 순천에서 진행하던 '광장 토크'가 '전국 방송'으로 가시청 권역을 넓힌 셈이다.

    경청하는 전국 행보, 어떤 이야기들이 쏟아질까. 국민은 4·13 총선을 통해 새누리당에 회초리를 때렸는데,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면서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는 당의 모습을 보며, 이정현 의원에게 질타가 쏟아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정현 의원은 "질타라기보다는 탄식"이라며 "회초리를 때렸으면 눈물을 흘리고 잘못했다며 빌어야 하는데, 그렇게 매를 때렸는데도 뜨거운 줄도 모르는… 아픈지도 모르는 것 같은 최근의 모습에 국민들이 탄식하는 거다. 완전히 탄식하는 거요"라고 긴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그런 차원에서 많은 분들이 '이정현, 너한테라도 기대를 한 번 걸어보마'라더라"며 "하도 당이 어렵다보니 '담금질해온 쇠, 너라도 마지막 선택으로 믿어보겠다'는 절실하고 절박한 심정, 이런 게 보이더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또다시 바쁘게 '배낭 토크'의 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