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성, 신화는 없다

    <김일성 신화의 진실-김성주, 진지첸, 김일센, 김일성으로 살았던
    한 인간의 생애>
    김용삼 著, 북앤피플

    정재욱 기자  jujung19@futurekorea.co.kr / 미래한국

오직 거짓과 날조·왜곡 남의 공 가로채기만 있을 뿐

김일성 항일무장투쟁의 신화는 진실인가? 김용삼 미래한국 편집장의 신간 <김일성 신화의 진실>은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일성은 일제시대에 한(韓)민족의 해방을 위해 항일투쟁을 한 것이 아니라, 중국 국적자로서 중국 공산당에 입당하여 자신의 새로운 조국인 중국의 실지(失地) 회복과 중화(中華)조국의 옹호를 위해 빨치산 활동을 했다.

후에 토벌대에 쫓겨 소련으로 탈출한 후에는 입신출세를 위해 재빨리 소련 공산당 당원으로 변신, 소련군에 입대하여 새 조국 소련에 충성을 바친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나라의 역사학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조차 무장 항일투쟁가로서 김일성의 경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런 흐름은 보수진영의 인사들에게서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저자는 이런 잘못된 김일성에 대한 신화, 우상화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수많은 사료 분석을 통해 김일성의 행적을 추적했다.

저자에 따르면 구한말 대한제국의 멸망기에서부터 일제하 만주 일대에서 김일성이란 이름으로 활동했던 항일 독립운동가나 공산 빨치산 활동가는 총 11명인데, 이 중 세 명 정도가 김형직의 아들(후에 북한의 지도자가 된 김일성) 김성주의 활동시기와 비슷하여 김성주로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북한 당국은 김일성이 한 명이건, 11명이건 상관없이 모든 김일성들의 활동을 자신들의 수령이 한 것으로 날조해 놓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김일성이 한 명이냐, 아니면 여러 명이냐를 가지고 논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그 수많은 김일성들이 어떤 항일 활동을 했는가를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의 초점도 이 책의 초점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중국으로 간 김일성은 거의 모든 교육을 중국 학교에서 받아 중국어가 한국어보다 더 능통했고, 중국 국적도 취득했다. 어린 시절부터 중화(中華)사상이 골수에 박힌 인간이 바로 북한 지도자 김일성이다. 이 책은 김일성이 1933년 9월 동령현성 전투에 공산유격대원으로 참가하면서 빨치산 생활을 시작하는 과정, 또 김일성이 중국공산당 내 한인 간부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하는 민생단의 광풍에서 동료와 상관들을 밀고하며 살아남는 행동 등을 사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특히 김일성이 만주에서 빨치산 활동을 했던 기간은 약 7년인데, 이 기간 동안 영웅적 행적은커녕 시종일관 중국 국적의 중국 공산당 하급당원으로서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명령을 받아 중화조국 옹호와 실지동북(失地東北, 즉 만주)을 위해 만주군·일본군과 빨치산 투쟁을 벌였다. 그 투쟁이란 것도 토벌에 쫓겨 민가 습격‧약탈‧양민 납치 등을 일삼았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보천보 전투'의 허구...그나마 남의 전과 가로챈 이유

우리에게 잘 알려진 보천보 전투는 전과(戰果)라고 하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100명 미만의 병력을 이끌고 군인이 없는 경찰 5명이 지키는 국경 산골 마을에 나타나 방화하고 식량과 금품을 약탈해 간 것에 불과하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물론 이 보천보 전투도 다른 김일성의 공로를 가로챈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보천보 전투를 무지막지한 항일투쟁의 꽃으로 미화 찬양해야 하는 이유다. 그것은 만약 국내에 진공하여 일본 파출소를 습격한 보천보 사건이 없으면, 김일성은 만주에서 중국 공산당원으로서 중국의 해방과 독립을 위해 싸운 일개 용병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소련으로 탈출한 김성주는 재빨리 상황파악을 끝내고는 자신의 상전을 중국 공산당에서 소련 공산당으로 재빨리 포맷한다. 저자는 소련군정 사령부에서 근무했던 인물의 증언을 인용하여 소련 군정이 ‘미래의 수령’ 만들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고 설명한다. 소련의 젊은 장교들이 해방 후 하바로프스크에서 소련의 군사첩보 공작원 교육을 받던 김성주를 당시 항일 빨치산 운동에 공을 세운 것으로 풍문이 자자했던 ‘김일성 장군’으로 날조했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런 문제의식을 갖게 된 배경은 명확하다. 북한의 김일성은 항일 무장 독립투쟁의 주인공이자 민족의 영웅으로 떠받들고, 대한민국의 건국 대통령 이승만은 미국이라는 외세를 끌어들이고 친일파와 야합한 분단의 원인 제공자로 폄하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문제였다.
결국 김일성이 했다는 항일 무장투쟁의 본질이 현재 한국 사회, 남북 및 남남 이념 전쟁의 핵심이라는 것으로 저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오늘날 남북 대결의 철학적 뿌리는 항일이다. 항일을 했느냐, 안 했느냐, 여기서 수세로 몰리면 한쪽은 항일세력이 만든 국가라는 정통성과 민족적 권위를 선점하게 되고, 반대쪽은 친일 민족반역자들이 세운 국가라는 낙인과 오물을 뒤집어쓰게 된다. …

주체사상을 받아들여 한국 사회를 친북 혹은 종북의 소굴로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 온 주사파와 좌익 운동권, 좌익 언론인, 그리고 국사(國史)라는 이름으로 항일 무장 독립운동가들에게 월계관을 씌워준 국사학자들 덕분에 그 우상은 더더욱 역사적 사실인양 화석화되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