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1년 동안 무기금수 조치 해제…베트남, 여객기 100대 등 대규모 수입 약속
  • 지난 23일(현지시간)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통해 베트남 무기금수조치 해제를 발표하는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 ⓒ英BBC 관련보도 화면캡쳐
    ▲ 지난 23일(현지시간)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통해 베트남 무기금수조치 해제를 발표하는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 ⓒ英BBC 관련보도 화면캡쳐

    베트남 전쟁 이후 40년 넘게 남아있던 미국과 베트남 간의 ‘마지막 적대적 장애물’이 제거됐다.

    지난 23일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과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양국 간의 협력에 대해 설명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 美대통령은 1975년부터 취해오던 ‘對베트남 무기수출 금지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 1995년 美-베트남 수교 이후에도 ‘인권’ 등을 이유로 남아있던, 마지막 反베트남 정책을 걷어치운 것이다.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은 여기에 화답하듯 160억 달러 상당의 구매계획을 밝혔다. 여기에는 美보잉의 여객기 100여 대 구매도 포함돼 있다.

    베트남 저가항공사 ‘비엣젯 항공’은 美보잉의 B737 맥스 여객기 100대를 113억 달러에 구매하기로 했다. ‘비엣젯 항공’은 또한 美플랫 앤 휘트니에게서 항공기 엔진 30억 달러 어치도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美풍력발전 설비업체 ‘GE 윈드’는 베트남과 풍력발전 개발을 위한 합의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기업들이 미국으로부터 구매할 물품은 모두 160억 달러에 달한다. 베트남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구매하고자 하는 무기는 포함되지 않은 액수다.

    지금까지 알려지기로는, 베트남 정부는 최근 中공산당이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만드는 등 위협적인 태도를 보이자 미국에게 레이더, 정찰용 무인기 등의 판매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번 미국의 對베트남 금수조치 해제에 따라 도입하려는 무기는 공격용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남중국해를 시작으로 동중국해, 나아가 서태평양 일대에서 ‘패권’을 차지하겠다던 中공산당은 최근 필리핀에 이어 베트남까지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가는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中공산당은 공식적으로는 “미국과 베트남이 ‘동맹’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고 한다.

    같은 날 中공산당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베트남 인권 상황에 대한 美의회의 태도, 베트남 현대사 등을 거론하면서 “베트남이 필리핀과 같은 미국의 동맹국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인 베트남의 주류는 여전히 공산주의자이며, 이들은 정치적인 신뢰를 할 수 있는 中공산당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는 게 근거였다.

    中‘환구시보’는 그러나 1979년 2월 中인민해방군의 선제침공으로 시작된 ‘베트남-中 전쟁’에 대해서는 별 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베트남이 공산주의를 선택한 것이 ‘배타적 민족주의’ 때문이라는 점을 애써 외면하는 듯 했다.

    中공산당의 기대와 달리, 베트남 국민들의 특성상 中인민해방군이 계속 남중국해에서의 ‘패권’을 요구하며 압박할 경우 베트남 정부는 언제든 미국과 손을 잡고 中공산당에 맞서 싸울 수도 있다는 것이 20세기 베트남 역사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