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서 열린 노무현 7주기 추도식…이해찬·노건호 두고도 상주 자처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분향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분향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을 따르는 분들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을 따르는 분들이 함께 손잡고 힘을 모아야 된다는 생각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세력을 친문(親文) 하나로 규합하는 한편, 자신을 둘러싼 '정계은퇴론'을 잠재우고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재개하려는 것일까. 

    문재인 전 대표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7주기 추도식을 맞아 상주를 자처하는 등 행사 내내 전면에 나섰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경남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도식에 참석해 "오늘 추도식은 추모를 넘어 희망을 바라는 자리였다"라며 "오늘 추도식의 컨셉은 '김대중과 노무현은 하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위한 소망이 남아 있다면 이제는 '친노'(親盧)라는 말로 그분을 현실정치에 끌어들이지 말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4·13 총선에서 더민주가 1당이 된 것에 대해선 "김대중·노무현께서 평생동안 몸바쳐서 노력하신 우리 정치의 망국적 지역구도 타파, 우리 당의 전국정당화를 이번 총선에서 국민께서 만들어주셨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봉하마을에 도착한 문재인 전 대표는 시민들과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는 등 환대를 받았다. 추도식 때는 당대표들과 자리를 달리했고 이어진 묘역 참배에서도 노무현재단 및 참여정부 인사 자격으로 분향했다.

    분향을 마친 문재인 전 대표는 권양숙 여사와 친노좌장 격인 이해찬 전 총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건호 씨 등과 함께 정치권 및 참여정부 인사, 시민 참배객들을 일일이 맞이했다. 

    그러다 권양숙 여사와 이해찬 전 총리가 회동을 위해 사저로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상주를 자처했다. 노건호 씨는 문재인 전 대표보다 앞에 있었는데 어느새 자리가 바뀌기도 했다. 

  • 분향을 마친 문재인 전 대표가 시민참배객과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하고 있다. 권양숙 여사와 이해찬 전 총리가 사저회동에 가면서 문재인 전 대표는 노건호 씨보다도 앞에 자리했다. ⓒ뉴데일리 김민우 기자
    ▲ 분향을 마친 문재인 전 대표가 시민참배객과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하고 있다. 권양숙 여사와 이해찬 전 총리가 사저회동에 가면서 문재인 전 대표는 노건호 씨보다도 앞에 자리했다. ⓒ뉴데일리 김민우 기자

    노건호 씨는 지난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해 수위높은 면박을 쏟아내면서 올해도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날은 묵묵히 준비된 유족 인사말을 읽어 내려갔다. 잘 들리지 않자 주변에서는 크게 말하라는 참석자의 고함이 들리기도 했다. 

    문재인 대표로선 친노의 성지로도 불리는 '봉하마을'에서 자신의 존재감이 한껏 부각된 셈이다.

    이날은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만한 발언도 사전에 차단했다.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난 문재인 전 대표는 국민의당 지도부와 대화를 나눴냐는 질문에 "추도하는 시민들 인사드리느라 그분들과 따로 대화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면서도 "같은 마음으로 추도식에 함께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안희정 충남지사가 '불펜투수론'을 내세우며 차기 대권 주자로 떠오르는 것에 대해선 "오늘 정치적 질문은 받을 생각 없다"고 했고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오늘은 추도식 얘기만 하죠"라고 일축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4·13 총선 당시 광주에서 약속했던 '정계은퇴'를 사실상 번복하면서 그간 호남에서 조용한 행보를 고수해왔다. 

    지난 5·18 민주화운동 기념행사를 맞아 광주를 방문했을 때는 한 시민으로부터 "총선 때 광주에서 했던 약속을 지켜달라"며 항의를 받기도 했다. 기념행사 당일에도 더민주 지도부와 함께 선두에 서지 않고 한발 물러서며 참배를 했다. 

  • 문재인 전 대표가 23일 추도식에서 상주를 자처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달라진 내년 대선 환경을 의식해 지지세력을 규합하려는 의도가 아닌가는 관측이 제기된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문재인 전 대표가 23일 추도식에서 상주를 자처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달라진 내년 대선 환경을 의식해 지지세력을 규합하려는 의도가 아닌가는 관측이 제기된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문재인 전 대표가 조용한 행보를 접고 이날 행사 내내 자신을 부각시킨 모습은 '노무현의 친구'라고만 하기에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호남 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는 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는 다짐이 호남 외의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족을 대신해 본인이 상주를 자처한 것은 달라진 내년 대선 환경을 의식해 지지세력을 규합하려는 의도가 아닌가는 관측이 제기된다. 

    3당 체제가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후보단일화 없는 완주 의사를 밝혔고, 과거 더민주의 텃밭이던 호남에서 민심을 다지고 있다. 

    최근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새 판 짜기에 앞장서겠다"며 사실상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이후 일본을 방문하며 청년 일자리, 개헌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언급도 아끼지 않고 있다. 

    당내에서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열심히 훈련하고 연습하고 불펜 투수로서 몸을 풀고 그래야 한다"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재인 전 대표로선 연이어 하락하고 있는 자신의 대선주자 지지도도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23일 리얼미터 발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손학규 전 고문이 5·18 기념행사를 기회로 광주에서 정계복귀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면, 문재인 전 대표는 '정계은퇴' 논란의 중심이자 반문(反文) 정서가 팽배한 호남이 아닌 5·23 추도식이 열린 봉하마을에서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