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하청업체 대변자 동시에 자임해온 野 딜레마 봉착
  • ▲ 23일 더불어민주당과 대우해양조선 협력사 간 간담회 모습. 김영보 대우해양조선 협력사 협의회장은 ▲최저임금 인상 재고 ▲ 장애인 분담금 유예 ▲ 각종 세금 유예 ▲ 대출 조건 완화 등을 더민주에 요청했다. ⓒ뉴시스 DB
    ▲ 23일 더불어민주당과 대우해양조선 협력사 간 간담회 모습. 김영보 대우해양조선 협력사 협의회장은 ▲최저임금 인상 재고 ▲ 장애인 분담금 유예 ▲ 각종 세금 유예 ▲ 대출 조건 완화 등을 더민주에 요청했다. ⓒ뉴시스 DB

    더불어민주당이 23일 거제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대우·삼성 중공업 협력사를 연달아 면담한 가운데, 양측의 상반된 의견을 피력하면서 내심 곤란한 처지에 빠졌다.

    김종인 대표는 이날 먼저 간담회 형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의 노조와 만났다.

    김 대표는 "현재 상황을 볼 것 같으면 협력사들 문제, 특히 종업원 문제가 더 큰 상황이 아닌가 한다"면서 "정부가 현재 상황에서 협력업체에 어떤 지원을 집중적으로 해줘야, 앞으로 조선업계가 호황이 될 때까지 참고 견딜 수 있겠느냐 하는 측면에서 기탄없이 말씀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대우해양조선 노조는 다소 결이 다른 대답을 꺼냈다. 현시환 대우해양조선 노조위원장은 "무엇보다 조선산업 종사자 구성원과 노동자, 회사관계자, 정부, 관료, 정치권 할 것 없이 노사정협의체를 구성해서 의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김상수 부위원장은 "MB정부가 자원외교 성과물을 가지려 일방적으로 떠넘기기식으로 해외 자회사를 투자한 게 40여 개"라면서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책임을 이전 정부에 떠넘겼다.

    이어 "지금 현장에는 사람이 없어서 배를 더 못 만드는 지경인데, 구조조정 미명하에 기존에 가진 생산인력을 빼버리면 우리가 호황이 됐을 때 일할 여건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 해양에 대한 인적 구조조정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그러나 협력사의 입장은 달랐다. 뒤이어 이어진 대우·삼성 협력사 대표 간담회에서는 실질적 지원대책을 내달라는 성토가 빗발쳤다.

    김영보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협의회장은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협력사가 더욱 고충을 겪고 있고, 자금 압박을 많이 받는 게 사실"이라며 "양대 조선솔ㄹ 보면 거제 인구의 1/3을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현재 시중은행의 모든 대출좌 다 묶인 상태"고 토로했다.

    이어 "조선산업 자체가 몇 년 전부터 어렵다 보니 각종 부과 세금이나 4대 보험 등이 상당히 많이 밀려있다"면서 "세금 부분을 숨통이 트일 때까지 유예해준다면 회생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도 했다.

    뿐만 아니라 김영보 협의회장은 최저임금 상향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작년과 재작년 최저임금이 많이 오르다 보니 보너스 550%를 빼고 나면 최저임금이 적용된다"면서 "올해도 최저임금을 더 많이 올리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아는데 한 번 더 신중하게 들여다보신다면 저희도 힘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또 "많게는 해마다 8천만 원, 적게는 4천만 원 내는 장애인분담금의 유예도 검토해달라"고 부탁했다. 안내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황에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읍소였다.

    노조는 정치적인 방법을 동원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방향의 문제 해결을 강조했지만, 협력사 대표들은 경제적인 접근을 통한 시장의 유연성 확보에 목소리를 높인 셈이다.

    당초 더민주는 노동자와 하청업체 모두를 대기업의 횡포에 짓밟히는 '을'로 상정하고 이들을 대변하는 정당이 되겠다는 입장을 표방해왔다. 하지만 이날 대우조선해양 문제에 대해 양측이 서로 다른 시각을 보이자 난처해진 김종인 대표는 '정부가 내놓는 정책을 보고 방향을 정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김 대표는 간담회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사회 안전망 확보라는 것은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다. 야당으로서는 수단이 없다" 고 재차 강조했다. 한쪽을 편들지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김 대표는 "조금 전에는 노동조합 측면에서 구조조정 관련된 견해 들었고 직접적 영향 미칠 협력사 의견도 들었기 때문에 (경영진까지 만나 이야기를 듣고) 종합해서 조선산업 구조조정에 관한 당의 입장 분명히 제시하겠다"고 했다.

    그간 대기업을 비판하면서 노동자와 하청업체 문제에 목소리를 높여온 더민주. 상반된 노조와 협력사 주장에 대해서 어느 편의 손을 들어줄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