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이 제 닭 훔친격? 행정부 집어삼킬 입법권력, 靑 거부권 포함 대응안 검토
  • 19일 열린 마지막 본회의는 노동개혁 등 주요 쟁점법안은 다루지도 못한 채 인사안건과 무쟁점 법안 등 130여 건만 처리하고 막을 내렸다. 지각 개의, 저조한 출석률 등 '식물국회'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19일 열린 마지막 본회의는 노동개혁 등 주요 쟁점법안은 다루지도 못한 채 인사안건과 무쟁점 법안 등 130여 건만 처리하고 막을 내렸다. 지각 개의, 저조한 출석률 등 '식물국회'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모두가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금배지들의 생각은 좀 다른 듯 하다.

    싸우고, 헐뜯고, 욕하고, 발목잡기가 일상이 돼 있는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한 숨이 절로 나온다. 그저 제 밥그릇 지키기가 먼저인 사람들이다.

    당장 먹고사는 게 문제다.

    IMF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경제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외면한 국회가 또 다시 국정(國政)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청문회 제도'를 상시화 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국회는 19일 '소관 현안의 조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를 추가한다는 조항을 넣은 국회법 청문회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의원들이 제 입맛에 따라, 행정부를 마음껏 주무를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입법권력이 절대권력으로 수직상승한 순간이다. 이른바 '상시 청문회법'으로 통한다.

    222인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17명(새누리당 6명, 여권 무소속 5명, 야권 106명)으로 법안이 통과됐다.

    찬성표를 던진 것은 야당 의원 뿐만이 아니었다. "정의화 주연-유승민 조연의 국회 쿠데타"라는 비난이 새누리당 내에서 쏟아졌다. 법안을 주도한 비박계의 핵심 정의화 국회의장과 친유승민계로 불리는 이들의 찬성표가 법안 통과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는 후문이다.

    개정안대로라면 국회의원들이 입을 맞춰 상임위 청문회를 열 수 있다. 또한 관련부처 공무원이나 소관 장관을 수시로 청문(聽聞) 대상자에 올려놓고 국정 전반을 쥐락펴락 할 수 있다.

    더욱이 20대 국회가 야소야대(與小野大)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개정안이 행정부 견제라는 입법부 본래의 기능보다 사실상 행정부 위에서 군림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비박 필두로 꼽히는 무소속 유승민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비박 필두로 꼽히는 무소속 유승민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부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사항들이다. 여야(與野) 정치권의 눈치만 보게 될 공무원들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개정안이 처리되면 일하는 공무원은 눈에 띄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신 정치인들의 권력에 편승하는 고위 공무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권력을 기웃거리는 관피아(官·fia) 세력만 신날 판이다.

    결국 민생(民生)을 뒷전으로 미뤄둔 국회의 욕심 탓에, 행정마비 사태가 찾아올 수 있다는 비판이 쇄도한다.

    상시 청문회법을 두고 '양날의 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넓은 숲은 보지 못하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나무에만 매달리는 금배지들이다. '상시 청문회법'의 부작용은 나몰라라 하는 이들이다.

    청와대 안팎에서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발목잡기'가 더욱 심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경제위기를 눈앞에 두고도 박근혜 정부를 마비시키려는 친노(親盧) 더불어민주당의 패권주의가 가장 큰 부담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당 사안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검토를 해보고 알릴 것이 있으면 알리겠다"고 밝혔다.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진 않았지만 민감한 사안마다 청문회가 열릴 경우 국정이 멈춰설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청와대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상시 청문회법은 사실상 (국회가) 정부를 상대로 매일 청문회를 열겠다는 것인데, 이 상태로 가면 눈치만 보게되는 공무원들이 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고 답답해 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내부에선 개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안이 터지면 대안을 세우고 수습을 해야 하는 정부 관계자들이 국회에 끌려다니게 된다는 것인데, 대체 소는 누가 키운단 말인가"라며 반문했다. 

    청와대는 이후 내부 회의를 열고 거부권을 포함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7일 오후 광주 금남로 일원에서 열린 제 36주년 '5.18 기념식' 전야제에서 팔뚝질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7일 오후 광주 금남로 일원에서 열린 제 36주년 '5.18 기념식' 전야제에서 팔뚝질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헌법 제53조에 따르면, 국회에서 의결한 법률안은 정부로 이송돼 15일 내 대통령이 공포하거나 국회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그렇지않으면 법률로 확정된다. 그러나 15일 내 국회 임기(29일)가 끝나는 것이 변수로 작용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임기만료인 29일까지 이 법을 공포하지 않고 사실상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때 법안이 폐기된 것으로 볼지 해석의 여지가 있다. 29일 이전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면 국회가 임기만료 전 본회의를 다시 열어 재의결하기엔 시간이 촉박할 수 있다.

    국회 임기가 끝난 후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20대 국회에서 이 법안을 재의결해야하는지 아니면 19대 국회 종료에 따른 자동 폐기인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게 된다. 경우의 수가 많은 탓에 청와대의 검토 결과에 따라 향후 정국의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의 검토 여부를 떠나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민생(民生)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뜨거워 질 수밖에 없다.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도를 넘어섰다는 것이 핵심이다. '일하는 정부', '일하는 국회'를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는 얘기다.

    행정부를 통째로 집어삼킬 궁리만 하는 패권 세력이 국정운영 마비사태를 초래한다는 논란 자체가 국민들에게 거부감으로 다가갈 공산이 크다. 

    국민들은 "제발 정신차리고 국회가 일 좀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주먹구구식, 놀고 먹는 국회다. 정치권은 4.13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民意)를 다시 한 번 거스르는 우를 범하고 있다. 엉터리 법안 처리가 나라에 해를 끼치고, 자신들에게 화(禍)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여기저기 국회 곳곳에 끌려다녀야 할 공직자들을 향해, 대놓고 '줄을 잘 서라'고 요구하는 국회의원들이다. 국가전반 위기는 아랑곳 않고 제 목소리만 키우려는 정치권이 과연 제 정신일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