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참패 직후 "나를 버린 것인지 겸허히 기다리겠다" 남은 건 실천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창동성당에서 열린 김근태 4주기 추모 미사에서 스쳐지나가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대표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창동성당에서 열린 김근태 4주기 추모 미사에서 스쳐지나가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대표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막다른 길에 몰렸다. 야권 대표 대권주자 타이틀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게 빼앗긴데다가, 정계은퇴 여부가 달려 있는 호남에서의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29일 발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17%에 그쳐, 21%를 기록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게 1위를 빼앗겼다. 문재인 전 대표가 야권의 대선 주자 중 2위로 떨어진 것은 올해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광주·전라 등 호남에서의 선호도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에서 18%의 선호도를 얻는데 그쳤다. 28%를 얻은 안철수 대표와 비교하면 오차범위를 벗어난 열세다.

    같은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를 추세로 살펴봐도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에서 1월에 23%를 얻은 이후 2~3월에 19%를 기록해 10%대로 추락한 뒤, 이달에는 급기야 18%로 다시 한 발짝 떨어졌다. 올해 들어 호남 선호도가 최저치인 것은 물론 끝없는 하락세라는 게 문제다.

    4·13 총선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8~9일과 11~12일 호남 곳곳을 방문해 지원유세를 했는데도 더민주는 호남 지역구 28석 중 불과 3석을 얻는 대참패를 맛봤다. 이후 문재인 전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3남 김홍걸 박사를 대동하고 DJ의 생가가 있는 전남 신안의 하의도를 방문했는데도 하락세를 반전시키지 못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지역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는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표=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지역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는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표=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8일 광주 충장로에서 "호남이 지지를 거둔다면 미련없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국민과 약속했다. 그러나 호남 지역 총선에서 참패한 직후 "호남 민심이 나를 버린 것인지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호남 민심이 문재인 전 대표를 버린 것은 버린 것이라는 게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기타 그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야권에서는 더 이상의 기다림은 무의미하다는 게 중론이다. 빨리 정계를 은퇴하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해 자신이 한 말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전날 종합편성채널 MBN에 출연해,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왜 그렇게 거짓말하고 변명하느냐"며 "기장 토굴에 가서 반성하면서 겸허히 있으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내가 은퇴하라고 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자기가 호남 지지를 못 받으면 은퇴하고 대통령 후보를 안하겠다고 했던 것"이라고 주의를 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