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결과 따라 거센 후폭풍 불가피...외부 감정서 반영 여부 관심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10월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아들 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된 질의를 받고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 ⓒ 뉴데일리DB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10월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아들 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된 질의를 받고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 ⓒ 뉴데일리DB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핵심쟁점으로 하는, 양승오 박사(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센터 핵의학과 주임과장) 등 시민 7명의 공직선거법 위반(낙선목적 허위사실 유포 혐의) 재판 1심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판결을 둘러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건의 핵심 쟁점이 야권의 유력 정치인인 박원순 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여부라는 점에서, 선고 결과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높다.

    이 사건 피고인들이 수 년 동안 지속적으로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해 온 이면에는, 고위층 자녀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병역을 면탈하는 그릇된 폐단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을의 분노’가 놓여 있다는 점에서, 선고 결과가 갖는 의미 역시 상당하다.

    일부 시민단체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병역비리 방지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해당 법안에 대해 정치권이 관심을 가지면서, 판결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박원순 시장이 이 사건 피고인들의 의혹 제기를 ‘근거 없는 정치적 음해’로 비난하면서, 재판 마지막 순간까지 아들 주신씨의 법정 출석에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힘에 따라, 선고 이후 박 시장의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묻는 시민사회의 목소리 역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재판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20일 결심공판을 끝으로 마무리된 이 사건 전망과 관련해서는, 피고인들의 무죄를 점치는 견해가 많다.

  • 영상의학전문의 양승오 박사가 지난해 9월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설명하고 있다. ⓒ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 영상의학전문의 양승오 박사가 지난해 9월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설명하고 있다. ⓒ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검찰이 양승오 박사와 치과의사 김우현 원장 등 이 사건 핵심피고인들에게 법정 최저형량의 벌금형을 구형한 것은, 검찰이 사실상 재판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기대 섞인 분석도 있다.

    실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피고인들의 죄책을 강하게 지적하면서도, 이 사건 공동피고인들에게 300~500만원의 벌금형을 각각 구형했다.

    공직선거법 상 낙선목적 허위사실유포죄의 법정형량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법 250조 2항). 따라서 검찰의 구형량은 법률이 정한 최저형량을 밑도는 수준이다.

    약 10개월에 걸쳐 사건을 수사하고, 5차례의 공판준비기일과 14차례의 공판기일을 연 것 치고는 검찰의 구형량이 너무 적다.

    선고결과가 피고인들에게 유리하게 나올 것이란 전망의 이유는 더 있다.

    선고 결과를 낙관적으로 내다보는 이들은, 결심공판 직전 나온 외부 감정인들의 감정결과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박주신씨가 대리신검 혹은 영상자료 바꿔치기 등의 방법으로 병무청으로부터 부당하게 병역변경처분을 받았느냐에 있다.

    검찰이 피고인들에게 적용한 혐의가 낙선 목적 허위사실 유포죄인만큼,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의 사실 여부는, 이 사건의 방향을 결정하는 절대적 기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피고인들의 유무죄 판단을 위해서는 주신씨에 대한 신체검증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주신씨의 신체검증은 박원순 시장 측의 비협조로 무산됐다.

    박 시장 측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검찰과 병무청 등 국가기관이 이미 6번이나 검증을 한 사안”이라며, 이 사건 공판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결국 재판부는 두 차례에 걸쳐 주신씨를 증인으로 소환했으나, 그는 끝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주신씨에 대한 신체검증이 무산되면서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엑스레이 외부감정이었다. 주신씨 명의의 엑스레이는 모두 3장이 있다.

  • 박주신씨 명의의 엑스레이. 왼쪽부터 공군훈련소-자생병원-비자발급용 엑스레이. ⓒ 뉴데일리DB
    ▲ 박주신씨 명의의 엑스레이. 왼쪽부터 공군훈련소-자생병원-비자발급용 엑스레이. ⓒ 뉴데일리DB

    이 가운데 2011년 12월 자생병원이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엑스레이는 이 사건 재판 시작 전부터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반면 2011년 8월 주신씨가 공군훈련소 입소 당시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엑스레이와, 2014년 7월 주신씨가 영국 출국에 앞서 비자발급을 위해 촬영한 엑스레이는, 이번 재판과정을 통해 새롭게 확인된 것들이다.

    피고인들은 이들 3개의 엑스레이 가운데, 공군훈련소 엑스레이와 비자발급용 엑스레이는 주신씨 본인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피고인들은 이와 달리 자생병원 엑스레이는 대리신검자의 것으로 보고 있다.

    피고인들은 이들 엑스레이에 대한 비교판독 결과 나타나는 각종 차이점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피고인들은 주신씨 명의의 엑스레이를 비교 판독해 보면, 극상돌기 배열 방향의 차이, 석회화 현상의 존재 여부 등에 있어, 엑스레이 속 피사체를 동일인으로 볼 수 없는 유의미한 차이점이 나타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의사단체인 의료혁신투쟁위와 남동기 전 아주대 의대 교수 등, 피고인들과 같은 의견을 나타내고 있는 의사들도 많다.

  • 의료혁신투쟁위가 박주신씨 명의의 엑스레이에 대한 비교 판독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가운데 내용을 설명하는 사람은 남동기 전 아주대 의대 교수. ⓒ 뉴데일리DB
    ▲ 의료혁신투쟁위가 박주신씨 명의의 엑스레이에 대한 비교 판독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가운데 내용을 설명하는 사람은 남동기 전 아주대 의대 교수. ⓒ 뉴데일리DB

    특히 의료혁신투쟁위는 두 차례에 걸친 공개 기자회견을 통해, 주신씨 명의 엑스레이에 대한 비교판독 결과, 이들 엑스레이 속 피사체는 동일인이 아니라는 의학적 소견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의료혁신투쟁위는 흉곽의 형태, 기관(氣管)의 뻗은 모양 등을 추가 증거로 제시했다.

    주신씨 신체를 촬영했다고 알려진 엑스레이 피사체를 동일인으로 볼 수 없는 의학적 소견이 공신력을 얻는다면, 이는 주신씨가 대리신검 혹은 영상자료를 바꿔치기해 병역을 면탈했다는 피고인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가 된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가 나온다면, 재판 결과는 피고인들의 유죄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항변을 받아들여 주신씨 명의의 엑스레이에 대한 외부감정을 결정하고, 지난해 말 이를 위한 감정단 구성에 들어갔다.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 측이 각각 추천한 6명의 전문의를 외부감정위원으로 선정하고, 이들에게 주신씨 명의의 엑스레이 3장에 대한 판독을 맡겼다.

    외부감정위원들은 협의를 통해 주신씨 명의 엑스레이에 대한 감정항목을 모두 14개로 정하고, 이들 항목에 대한 개별의견 및 종합의견, 의학적 근거 등을 포함한 감정서를 지난해 12월 30일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부가 지난달 4일 공개한 감정결과는 3대3으로 갈렸다. 검찰 측이 추천한 감정위원들은 “일부 감정항목에서 차이점이 발견됐으나 이는 방사선 촬영 각도 및 촬영당시 피검자의 자세 변화에 따른 것”이라며, 피고인 및 변호인 측의 주장과 다른 결론을 내렸다.

    반면 변호인 측 감정위원들은 “비교판독 결과 방서선 촬영 각도나 자세의 변화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차이점이 발견된다”며, 주신씨 명의 엑스레이 피사체는 동일인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정했다.

    변호인이 추천한 감정위원들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35명의 일반인 지원자를 대상으로, 엑스레이 촬영 방법 및 피검자의 자세 등을 바꿔 실험한 결과를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 공군훈련소 엑스레이(왼쪽)와 자생병원 엑스레이 비교 판독 결과(극상돌기 부분). ⓒ 의료혁신투쟁위 제공
    ▲ 공군훈련소 엑스레이(왼쪽)와 자생병원 엑스레이 비교 판독 결과(극상돌기 부분). ⓒ 의료혁신투쟁위 제공

    기대를 모았던 외부감정위원들의 판정 결과가 첨예하게 갈리면서, 감정서의 내용을 어떻게 반영할지는 전적으로 재판부의 몫이 됐다.

    이에 대해 의료혁신투쟁위 소속 의사 등은, 일반인 지원자 35명에 대한 실험 결과 등 객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근거자료가 충분한 만큼 감정결과가 피고인들에게 불리하게 나오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와 다른 견해를 내놓는 이들도 있다.

    판결이 피고인들에게 불리하게 나올 것으로 보는 이들은, 재판부가 선고 기일을 한 차례 연기한 사실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은 지난 3일이었으나, 17일로 한 차례 연기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통상 선고기일이 연기된 경우 피고인들에게 불리하게 결과가 나온 경우가 많았다. 재판부가 피고인들에게 유죄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더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 사건 변호인 중 한명인 박진식 변호사는 “담당 재판부의 심리일정이 일부 지연됐기 때문”이라며, “선고기일 연기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판결이 피고인들의 무죄로 나올 경우, 현재 검찰에 계류 중인 박주신씨에 대한 병역법 위반 고발 사건과 주신씨의 치아를 치료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치과의사 문모씨에 대한 증거위조 혐의 고소사건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문씨는 박원순 시장의 경기고 1년 선배이자, 참여연대 운영위 부위원장을 지낸 인물로 박 시장과 친분이 있다.

    특히 문씨는 양승오 박사 사건 피고인들이 대리신검자의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자생병원 구외 엑스레이(이하 치아 엑스레이)와 관련해, 해당 엑스레이는 박주신씨 본인의 것이 맞고, 문제의 엑스레이 사진에서 보이는 아말감 치료를 자신이 직접 했다고 주장하면서, 요양급여 청구내역 등을 검찰에 증거로 제출했다.

    이에 대해 이 사건 피고인들은, 문씨가 허위진술을 하고 있다며 지난해 4월 그를 모해증거위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만약 문씨의 증언과 그가 제출한 자료가 조작됐다는 피고인들의 의혹 제기가 사실로 판명난다면, 그가 주신씨의 치아를 치료했다는 검찰 진술과 법정 증언은 거짓임이 확실해진다.

    이는 곧 자생병원 치아 엑스레이는 주신씨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따라서 문씨의 증거조작 여부에 대한 실체규명은, 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해소하는 데 있어 또 하나의 결정적 변수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치과의사 문모씨에 대한 고소사건 수사와 관련해, “아직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이 사건 재판결과를 지켜본 뒤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사건 선고는 17일 오후 2시를 조금 넘겨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