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의 부상이냐 힐러리의 수성이냐 관심 폭발
  • 아이오와 코커스가 실시되기 며칠 전 아이오와주에서 큰 권위를 가지고 있는 디모인 레지스터(Des Moines Register) 신문은 여론 조사를 발표했습니다.
    민주당 코커스에서는 힐러리가 3% 차이로 샌더스를 앞섰고, 공화당 코커스에서는 트럼프가 크루즈를 5%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투표 결과, 민주당 여론 조사는 오차 범위 3%가 0.2%로 좁혀지기는 했으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공화당 여론 조사는 많이 빗나갔습니다.
    트럼프가 5% 이길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크루즈가 트럼프를 4% 차이로 승리했습니다.


  • 조직적인 운동으로 트럼프를 깨고 선두에 올라선 크루즈 공화당 후보가 아이오와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 조직적인 운동으로 트럼프를 깨고 선두에 올라선 크루즈 공화당 후보가 아이오와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가장 중요 원인은 크루즈의 조직적인 선거 운동이 위력을 발휘한 것입니다.
    수천 명의 크루즈 선거 운동원들이 집집을 방문하고, 집요한 전화 공세로 지지 성향의 유권자들을 독려했습니다.
    어떤 유권자는 크루즈 운동원 전화를 30통이나 받았다고 했습니다.
    발로 뛰는 지상군 전략이 주효해서 지지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구름표를 방지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트럼프는 바람 잡는 선거운동으로 지지자를 투표로 연결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또 다른 원인은 표심이 막판에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약 30%에 달하는 유권자들이 투표가 임박해서 후보자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많은 공화당 유권자들은 투표 막판에 후보자를 정하면서 트럼프 대신 루비오를 찍었습니다.
    디모인 레지스터 여론조사에서는 루비오가 15%를 얻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23%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트럼프와 1% 차이로 3위를 한 것입니다.

    표심이 트럼프에서 루비오 쪽으로 크게 옮겨진 것은 코커스를 며칠 앞두고 가졌던 토론회에서 루비오가 돋보이는 토론을 한 것이 주효했다고 선거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보수 매체인 FOX-TV와의 불화로 토론회를 거부했고, 이 도박이 대가를 치르게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민주당 샌더스와 한께 아이오와 '이변'의 또 다른 주인공 루비오 공화당 후보가 트럼프에 1% 뒤진 3위로 껑충 뛰어 오른 여세를 몰아 뉴햄프셔 운동에 나서 손을 흔들고있다.(연합뉴스)
    ▲ 민주당 샌더스와 한께 아이오와 '이변'의 또 다른 주인공 루비오 공화당 후보가 트럼프에 1% 뒤진 3위로 껑충 뛰어 오른 여세를 몰아 뉴햄프셔 운동에 나서 손을 흔들고있다.(연합뉴스)

    아이오와 코커스 일주일 뒤에 시행되는 뉴 햄프셔 프라이머리는 아이오와와 예선과 성격이나 형태가 크게 다르지만, 아이오와 결과는 아직 후보자를 결정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고, 후보자들에게도 심리적 전략적 영향을 줄 것입니다.
    미국 중부의 시골 동네인 아이오와주는 이밴제리컬(복음주의 기독교인) 입김이 크고, 공화당이나 민주당 모두 우파 좌파의 색깔이 강해서 미국의 전반적인 표심을 알아 보는 데는 상당한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아이오와 코커스는 골수 진보와 골수 보수의 열기를 측정하는 체온계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뉴 햄프셔주는 정치 의식의 1번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개방된 마음이 강하고, 보수 진보도 중도 합리적 성향을 띄고, 무당파 독립 유권자들이 많기 때문에 미국의 전반적인 민심을 살피는 풍향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여론 조사는 민주당은 샌더스가, 공화당은 트럼프가 크게 앞서고 있어 무난한 승리가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처럼 예측 불허의 돌풍이 부는 상황에서는 수치가 어떻게 뒤집힐지 모릅니다.
    뉴햄프셔주 민심의 향배는 후보자들의 운명을 크게 좌우할 것입니다.



  • 아이오와에서 선전한 샌더스(왼쪽)와 뉴햄크셔를 놓쳐선 안되는 힐러리 후보가 4일 TV 토론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 아이오와에서 선전한 샌더스(왼쪽)와 뉴햄크셔를 놓쳐선 안되는 힐러리 후보가 4일 TV 토론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힐러리는 샌더스에게 17%(RCP 종합 여론조사 샌더스 55%, 클린턴 38%)의 큰 격차로 밀리고 있어서 뉴햄프셔를 포기하고 다음 예선 지역인 사우스 캐롤라이나와 네바다로 선거운동을 옮길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이오와 코커스가 치러진 후 힐러리는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선거 참모들이 모두 뉴햄프셔를 단념하고 다음 예선지로 옮길 것을 강하게 권고했으나, 힐러리는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뉴햄프셔 유세를 하기로 했습니다.
    힐러리가 뉴햄프셔를 단념할 수 없는 것은 뉴햄프셔에서 너무 큰 표차로 밀리면 그 패배의 여파가 다음 예선지로 튈 수 있고, 자칫하면 힐러리의 “민주당 후보 불가피성”에 균열이 생길 수 있고, 샌더스가 승세를 몰아 다른 지역을 흔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다른 지역에서는 전반적으로 힐러리가 샌더스를 크게 앞지르고 있으나 힐러리 측은 안심할 수 없습니다.

    힐러리는 뉴햄프셔에서 샌더스의 불길을 최대한 진압시키고, 욕심을 부린다면 예상 밖의 역전승으로 판도를 바꿀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힐러리는 8년 전 오바마를 누르고 역전승의 기회를 안겨준 것처럼, 이번에도 승리의 기회를 달라고 뉴햄프셔 주민들에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면, 힐러리의 민주당 후보는 확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이변이 될 것입니다.
    자신의 선거구인 버몬트 주와 인접해 있는 뉴햄프셔주는 샌더스가 절대로 져서는 안 되는 결정적인 요새입니다.
    샌더스는 아이오와의 기세를 뉴햄프셔에서 압도적인 승세로 만든 뒤 힐러리의 가장 중요한 성곽인 사우스 캐롤라이나를 점령한다는 전략입니다.

    공화당은 민주당보다 더욱 복잡하고 예측을 불허하고 있습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트럼프는 한풀이 꺾였습니다.
    예상을 뒤엎고 2위를 한 뒤 트럼프는 지지자들 앞에 나와 전에 없이 겸손하고 절제된 태도와 말투로 아이오와 주민들에게 감사하고 2위의 기회를 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불과 몇 개월 전 아이오와에서 자신의 지지표가 벤 카슨에 밀려 1위에서 2위로 추락하자 “아이오와 사람들이 어찌 이리 바보일 수 있는가? (“How stupid are the people of Iowa?”) 하고 기세등등했던 것을 상기하면 아이오와 코커스 저녁의 트럼프 모습은 딴판이었습니다.



  • 아이와와 코커스에서 예상을 깨고 2위로 떨어진 트럼프 후보가 풀 죽은 모습으로 뉴햄프셔 운동에 나섰다.(연합뉴스)
    ▲ 아이와와 코커스에서 예상을 깨고 2위로 떨어진 트럼프 후보가 풀 죽은 모습으로 뉴햄프셔 운동에 나섰다.(연합뉴스)


    다음날, 뉴햄프셔 선거 유세장에 나타난 트럼프 모습 또한 전과 상당히 달랐습니다.
    목소리에 힘이 빠졌고, 지쳐보이면서 펄펄 넘치던 오만과 기세가 다소 수그러들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이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게 느껴지고, 아이러니칼 하게도 트럼프가 강력한 무기를 상실한 것 같은 느낌마져 들었습니다.
    트럼프가 돌풍을 일으켰던 막말과 허세, 막무가내의 독선이 개선이 된 것인지, 트럼프의 성격이 불안정하고 질환성이 있다는 비판을 입증해 주는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으로 의기소침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달라진 것은 확실해 보였습니다. 

    트럼프가 뉴햄프셔에서 이길것으로 보이지만, 만약에 패배의 이변이 일어난다면 트럼프 풍선에 구멍이 뚫리게 될 것입니다.
    민주당의 샌더스가 뉴햄프셔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것처럼, 공화당의 트럼프 또한 여기서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아이오와 코커스는 자기들 성향에 맞는 후보를 선출했기 때문에 당선 가능성이 먼 동떨어진 후보를 뽑는 것이 상례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은 조금 다릅니다.
    아이오와 코커스가 선택한 극우 성향의 크루즈는 남부 지역에서 상당한 기세로 트럼프를 뒤쫒고 있습니다. 크루즈가 뉴햄프셔에서 2위를 한다면, 크루즈의 앞길은 상당히 탄력을 받을 것입니다.
    크루즈가 뉴 햄프셔 주에서 2위를 해야 입지를 탄탄하게 할 수 있는 것처럼, 루비오도 2위를 해야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현재 뉴햄프셔 여론조사(RCP 종합)는 트럼프 33%, 크루즈 12%, 루비오 11%, 캐이식 10%, 부시 9%, 크리스티 6%입니다.
    2위를 놓고 혈투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오와에서 루비오가 3위를 했기 때문에 온건 보수 공화당 세력이 루비오 쪽으로 기울고 있으나, 누가 뉴햄프셔에서 2위를 하느냐에 따라 지지 바람이 다르게 불 수 있습니다.

    제도권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루비오, 크리스티, 캐이식, 부시의 지지도를 합치면 40%에 육박합니다.
    이들이 단일화되어 온건 보수 세력의 지지를 받게 되면, 트럼프나 크루즈가 아닌 합리적 공화당 후보자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지만, 후보 단일화가 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2월 첫 일요일 7일은 미국의 최대 스포츠 명절인 수퍼볼(Super Bowl) 훗볼경기가 열리고, 이틀 뒤인 2월 9일 화요일은 선거 축제의 최대 전야제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가 열립니다. 

  • 조광동 재미 언론인.
    ▲ 조광동 재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