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신씨 명의 영상자료 감정 방법 결정...‘비과학적 요소’ 배제에 초점
  • 영상의학전문의 양승오 박사(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센터 핵의학과 주임과장)을 비롯한 시민 7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을 알리는 법정 안내문.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영상의학전문의 양승오 박사(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센터 핵의학과 주임과장)을 비롯한 시민 7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을 알리는 법정 안내문.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감정사항에 대한 의견이 다 있어야 한다. 결과만 나오는 건 무의미하다”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 심규홍 부장판사


    ‘양승오 박사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가,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박주신씨 명의의 영상자료 감정 방법과 관련돼, 중대 결정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합의 27부(재판장 심규홍 부장판사)는, 15일 열린 이 사건 11차 공판기일에서, 박주신씨 명의의 영상자료 감정을 맡은 6명의 의사가 14개의 감정항목에 대해 각각 개별의견을 밝히고, 그 내용을 감정서에 모두 기재할 것을 지시했다.

    검찰은 주신씨 명의의 영상자료 감정 방법과 관련돼, 감정위원들의 종합의견을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피고인 측은, 감정위원들이 항목별로 밝힌 개개의 의학적 소견을 감정서에 모두 첨부해야 한다고 맞섰다.

    주신씨 명의의 영상자료에 대한 감정 방법은, 이 사건 피고인들의 유무죄 판단은 물론, 핵심 쟁점인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변수라고 할 수 있다.

  • 박주신씨 명의의 공군훈련소 엑스레이(왼쪽)와 자생병원 엑스레이 비교. 양승오 박사 사건 피고인들은 "두 엑스레이를 비교 판독하면 극상돌기 배열 방향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대리신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의료혁신투쟁위 제공
    ▲ 박주신씨 명의의 공군훈련소 엑스레이(왼쪽)와 자생병원 엑스레이 비교. 양승오 박사 사건 피고인들은 "두 엑스레이를 비교 판독하면 극상돌기 배열 방향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대리신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의료혁신투쟁위 제공

    감정위원들이 합의한 14개의 감정항목에는 주신씨 명의 엑스레이 사진에서 나타나는 흉추1번-경추7번 극상돌기 배열방향의 차이, 석회화 현상의 존재 여부, 흉곽의 비율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각각의 감정항목은, 주신씨 명의의 영상자료 속 피사체의 동일인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표본이다.

    이 표본에 대해 감정위원들이 “피사체를 동일인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힌다면, 박주신씨가 대리신검 혹은 영상자료 바꿔치기 등의 방법으로 병역을 기피했을 것이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는다.

    반대로 감정위원들이 “피사체는 동일인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낸다면, 이 사건은 피고인들의 유죄로 결론을 맺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 2012년 2월22일,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된 박주신씨 공개신검 현장 모습. 당시 병원은 피검자 본인 확인을 위한 마커도 부착하지 않는 등 검진을 부실하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사진 서울시
    ▲ 2012년 2월22일,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된 박주신씨 공개신검 현장 모습. 당시 병원은 피검자 본인 확인을 위한 마커도 부착하지 않는 등 검진을 부실하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사진 서울시

    문제는 감정의 방법이다.

    주신씨 명의의 영상자료 감정과 관련돼, 그 방법론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어떤 방법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감정위원들이 14개의 감정항목에 대해 각각 개별적으로 밝힌 의학적 소견보다는, 종합적인 감정결과가 중요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변호인들은, 감정에 참여한 6명의 의사가 밝히는 종합의견 못지않게, 그 결과가 도출되기까지의 과정, 즉 14개 항목에 대한 감정의원들 각자의 의학적 소견 역시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측 의견대로 감정이 이뤄진다면, 6명의 감정위원이 밝히는 결론만이 감정서에 들어간다.

    예를 들어 A감정위원이 “주신씨 명의의 영상자료를 감정한 결과 피사체는 동일인이다”라는 결론을 냈다면, 감정서에는 그 결과만 들어간다.

    이 경우, 주신씨 명의의 영상자료에 대한 감정결과는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14개 항목 각각에 대해 A위원이 어떤 의학적 소견을 밝혔는지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그가 밝힌 감정결과 역시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각각의 항목에 대한 의학적 소견 없이 결론만 확인하는 구조라면, 감정위원의 개인적 정치성향, 학연이나 혈연과 같은 비과학적 요소가 결과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양승오 박사 사건 변론을 맡고 있는 차기환 변호사.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양승오 박사 사건 변론을 맡고 있는 차기환 변호사.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변호인들이, 각각의 감정항목에 대해 6명의 감정위원들이 밝힌 의학적 소견을 모두 기재할 것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감정방법론을 둘러싼 논란은 심규홍 부장판사의 소송지휘로 마무리됐다.

    심 부장판사는 이날 “감정사항에 대한 의견이 다 있어야 한다. 그 결과만 나오는 건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감정위원회가 재판부에 제출하는 감정서에는, 14개 항목별로 감정위원들이 밝힌 의학적 소견이 모두 포함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20일 열린 이 사건 10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검사 및 변호인과의 협의를 거쳐, 주신씨 명의의 영상자료(공군·자생병원·비자발급 엑스레이 등 3장) 감정을 담당할, 별도의 독립된 위원회 구성을 결정했다.

    감정위원은 모두 6명으로, 검사와 변호인 측이 각각 3명씩 추천했다.

    주신씨 명의의 영상자료 감정을 맡은 의학전문가는 오연상 전 중앙대 의대 교수(감정위원장), 김00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 이00 서울00재활의학과의원 원장(이상 변호인 측 추천), 류00 경희대 의대 영상의학과 교수, 박00 카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김00 흉부영상의학회 학술이사(이상 검찰 측 추천) 등이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열린 감정기일에서, 감정 대상 항목을 모두 14개로 정했다.

  • 양승오 박사 사건 피고인들이, 병역비리 의혹의 유력한 증거로 제시하고 있는, 주신씨 명의의 엑스레이 사진. 왼쪽부터 공군훈련소-자생병원-비자발급용 엑스레이. ⓒ 뉴데일리DB
    ▲ 양승오 박사 사건 피고인들이, 병역비리 의혹의 유력한 증거로 제시하고 있는, 주신씨 명의의 엑스레이 사진. 왼쪽부터 공군훈련소-자생병원-비자발급용 엑스레이. ⓒ 뉴데일리DB

    감정위원들이 판독할 주신씨 명의의 영상자료는 엑스레이 3장이다. 이 가운데는 양승오 박사 사건 공판을 통해 새롭게 확인된 공군훈련소 입소 당시 촬영된 엑스레이와, 주신씨가 영국 출국에 앞서 비자발급을 위해 촬영한 엑스레이가 포함돼 있다.

    감정위원들은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주신씨 명의의 영상자료에 대한 감정을 실시한 뒤, 23일 재판부에 감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검사나 피고인 측은 감정서 내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별도의 감정인 신문기일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