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게시물 허위사실로 판단하지 않아...재판부, 금지행위 ‘열거’
  • 박원순 서울시장. ⓒ 뉴데일리DB
    ▲ 박원순 서울시장. ⓒ 뉴데일리DB

    박원순 서울시장이, 아들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누리꾼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내 승소했다는 언론 보도 대부분이, 법원 결정문의 핵심 내용을 누락한 것으로 취재결과 드러났다.

    지난달 29일부터 30일 사이,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 유력일간지, 주요 인터넷매체 등은, 박원순 시장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주장한 누리꾼을 상대로 ‘허위사실유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승소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나아가 상당수 언론은, “법원이 누리꾼에게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 관련 게시물 게시 중단을 명령하면서, 이를 어길 경우 1일 300만원의 간접강제금 지급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일부 언론은, 위와 같은 내용을 전하면서, 박원순 시장이 아들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누리꾼 등을 상대로, 지금까지 5번 가처분 신청을 내 모두 승소했다는 사실을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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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원순 서울시장이 아들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누리꾼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내 승소했다는 소식을 전한 기사들(위는 노컷뉴스, 아래는 TV조선). ⓒ 기사 화면 캡처
    ▲ 박원순 서울시장이 아들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누리꾼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내 승소했다는 소식을 전한 기사들(위는 노컷뉴스, 아래는 TV조선). ⓒ 기사 화면 캡처

    이들 기사를 본 독자들이라면, ‘법원이 박원순 시장 아들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 제기 자체를 금지한 것’처럼 인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독자들이 ‘박 시장 아들 병역비리 의혹을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일 여지도 있다.

    그러나, 위 기사 대부분은 법원 결정문의 중요 부분을 누락했다. 무엇보다 재판부가 금지한 행위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를 밝힌 기사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뉴데일리가 입수한 가처분 결정문의 내용을 보면, 해당 재판부가 중단을 결정한 트위터 게시물은, 채무자(누리꾼)가 지난 10월13일 올린 1건에 불과하다.

    나아가 재판부는 별지 목록을 통해, 누리꾼이 앞으로 해서는 안 될 ‘금지행위’를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따라서, 박원순 시장이 누리꾼을 상대로 제기한 ‘허위사실유포금지 가처분’에 대해, 법원이 채권자(박원순 시장)의 신청을 받아들인 부분은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법원은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 제기 자체를 금지한 사실이 전혀 없다.

    특히 재판부는 누리꾼이 올린 게시물 내용의 허위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하지 않았다.

    다만, 장래 채권자(박원순 시장)가 입을 수도 있는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일부 사항에 대해 금지결정을 했을 뿐이다.

    이런 사실을 종합할 때, 법원이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비리 의혹 자체를 금지한 것처럼 보도한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중요사실을 누락한, 사실상 오보(誤報)에 가까운 왜곡보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뉴데일리가 입수한 결정문을 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 51부는 지난달 19일, 박원순 시장이 김상진씨(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사이버감시단장)를 상대로 낸 허위사실유포금지 가처분 신청사건에 대해, 채권자의 신청을 받아들이는 인용결정을 내렸다.

  •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핵심쟁점으로 하는, ‘양승오 박사 재판’ 법정 안내문.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핵심쟁점으로 하는, ‘양승오 박사 재판’ 법정 안내문.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 사건 채무자인 김상진 단장은, 영상의학전문의인 양승오 박사(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센터 핵의학과 주임과장), 치과의사 김우현 원장 등과 함께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상진 단장은 지난 10월 13일, 트위터에 "박원순씨 영국에 숨어있는 박주신이 데려오세요. 6번 국가기관확인?? 궤변 뱉지 말고, 제대로 1번 합시다"라는 내용의 글과 함께 포스터 이미지를 올렸다.

  • 양승오 박사 재판 공동피고인 중 한명인 김상진 애국시민연합 사이버감시단장이 수령한 법원 결정문 중 일부. 김상진 단장이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 내용이 담겨 있다. ⓒ 김상진 단장 제공
    ▲ 양승오 박사 재판 공동피고인 중 한명인 김상진 애국시민연합 사이버감시단장이 수령한 법원 결정문 중 일부. 김상진 단장이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 내용이 담겨 있다. ⓒ 김상진 단장 제공

    김씨가 올린 포스터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들이 들어가 있었다.

    서울시장 박원순 측 거짓증언.
    아들 박주신 '기적의 사랑니'.

    10세 경에 생겨 20살에 뿌리까지 썩고 밀려 기울어지다.
    10살에 사랑니 나는 사람 없습니다.
    병역비리 100%.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박주신 병역(비리) 게이트.

    MRI 영상 바꿔치기에 의한 병역면탈!

    2012년 2월 22일 공개재검은 대국민 사기쇼!

    새로이 드러난 증거만 수십 가지.

    영국에 숨어있는 박주신을 강제소환하라!!


    위 게시물에 대해 박원순 시장은, 그 내용이 허위라며 게시물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박 시장은 가처분 신청서에서, 김상진 단장이 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게시물을 내리지 않을 경우, 하루 500만원에 달하는 간접강제금을 지급할 것을 함께 청구했다.

    박원순 시장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재판부는 “제반사항을 종합할 때, 채권자가 게시물 중단을 요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박 시장 측의 신청을 인용했다.

    이어 재판부는 “채무자의 행위로 인해 입게 되는 채무자의 손해 등에 비춰보면, 간접강제를 명해야 할 필요성도 소명된다”며, “간접강제금은 위반일수 1일당 3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채무자는 별지1. 목록 기재 트위터 게시물의 게시를 중단하고, 별지2. 목록 기재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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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원순 시장이 김상진 애국시민연합 사이버감시단장을 상대로 낸 허위사실유포금지 가처분 결정문 중 일부. 주문과 재판부의 결정이유를 볼 수 있다. ⓒ 김상진 단장 제공
    ▲ 박원순 시장이 김상진 애국시민연합 사이버감시단장을 상대로 낸 허위사실유포금지 가처분 결정문 중 일부. 주문과 재판부의 결정이유를 볼 수 있다. ⓒ 김상진 단장 제공

    결정문에서 언급된 <별지1>은 이 사건 채무자인 김상진 단장이 지난 10월13일 트위터에 올린 문제의 게시물을 말하며, <별지2>는 재판부가 결정한 ‘금지행위’의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재판부가 금지한 행위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별지2>의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결정문에 나오는 <별지2>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별지2. 목록

    ‘금지행위’

    채권자 또는 채권자의 아들인 박주신이 '병역비리를 저질렀다'거나, '병역을 면탈하였다'거나, 'MRI영상을 바꿔치기 했다'거나, '2012.2.22. 공개 재검은 대국민 사기'라거나, '병역비리 100%'라거나, '대국민 사기극에 개입하였다'거나, '거짓증언을 하였다'거나, '법정에 위증자료를 제출하였다'는 내용 및 이와 같은 취지의 문구가 담긴 사진, 동영상 기타 게시물을 인터넷 홈페이지, 페이스북, 트위터에 게시하거나 타인에게 전달 또는 유포하는 행위.


    위 내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재판부가 금지한 행위는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된 단정적 표현’일 뿐, 의혹 제기 자체가 아니다.

  • 박원순 시장이 김상진 애국시민연합 사이버감시단장을 상대로 낸 허위사실유포금지 가처분 결정문 중 ‘별지2. 목록’. 재판부가 금지한 행위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 김상진 단장 제공
    ▲ 박원순 시장이 김상진 애국시민연합 사이버감시단장을 상대로 낸 허위사실유포금지 가처분 결정문 중 ‘별지2. 목록’. 재판부가 금지한 행위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 김상진 단장 제공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핵심 쟁점으로 하는 ‘양승오 박사 재판’이 현재 진쟁 중이고, 주신씨를 상대로 한 고소사건 역시 현재 수사단계에 있음을 고려할 때, 주신씨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돼 ‘단정적 표현의 유포’를 금지한 재판부의 판단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언론이, 이런 사실을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일부 언론은 ‘박원순 시장이 아들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상대로 5번 가처분 신청을 내 모두 이겼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면서, 마치 법원이 박원순 시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처럼 비춰질 수 있는 보도행태를 보이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아들을 둘러싼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돼, “병무청과 검찰 등 국가기관이 이미 6번이나 검증을 한 사안”이라며, 양승오 박사 등 시민들의 의혹제기를 ‘정치적 음해’로 단정 짓고 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주신씨의 주소를 확인해 달라”는 양승오 박사 사건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 합의 27부, 재판장 심규홍 부장판사)의 협조요청도 외면하고 있다.

    양승오 박사 사건 재판부는 지난 5월 6일 열린 제1회 공판기일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의 신청을 받아들여 주신씨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박주신씨의 주소지를 알지 못해 증인소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판부는 지난 10월, 주신씨의 증인신문기일을 11월 20일로 정하고, 서울시장공관과 주신씨의 배우자가 유학 중인 영국 런던 소재 대학교로 소환장을 보냈으나, 주신씨는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판부는 주신씨에 대한 증인신문기일을 이달 22일로 다시 정했다. 주신씨에 대한 증인소환장은 지난달 25일, 서울시장공관으로 송달됐다.

    재판부는 주신씨가 끝내 법정에 불출석하는 경우에 대비해, 주신씨 명의의 엑스레이 및 MRI 판독을 담당할 별도의 감정인단을 구성했다.

    양승오 박사 등 피고인들은, 주신씨 명의의 엑스레이 비교판독 결과 나타나는 석회화 현상-극상돌기 배열 방향-흉곽의 모양-기관(氣管)의 뻗은 모습 등을 근거로,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김상진 단장은 가처분 결정 소식을 전한 언론보도와 관련돼, “박원순 시장 측이 재판부의 결정을 왜곡하고 있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재판부의 판단은, 단정적인 표현을 쓴 게시물 하나를 특정해서, 그것을 트위터 등에 올리지 말라는 취지였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 측은 승소를 얻어냈다고 물타기를 하고 있다.

    박주신씨 재검만 실시하면 해결될 일을 가지고, 무엇이 두려워 소송만 제기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