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로 대표되던 남미 좌익 포퓰리즘 정권…최근 선거에서 줄줄이 패배
  • 지난 11월 23일(현지시간) 대선에서 승리한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자. ⓒ알 자지라 보도화면 캡쳐
    ▲ 지난 11월 23일(현지시간) 대선에서 승리한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자. ⓒ알 자지라 보도화면 캡쳐


    남아메리카 대륙 12개국은 좌익 성향이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가톨릭 내의 예수회 도움을 받은 ‘해방신학’이 남아메리카를 휩쓸고 냉전 질서가 끝난 뒤인 1990년대 말부터 좌익 포퓰리즘 정권이 이들 12개국에서 정권을 잡았었다. 하지만 최근 경기불황 때문에 이들 좌익 포퓰리즘 정권의 인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마우리시오 마크리가 승리함에 따라 남아메리카에서 우익 정권이 들어선 나라는 콜롬비아, 파라과이를 포함해 3곳으로 늘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는 당선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포퓰리즘 종식’을 선언했다. 전기, 가스, 교통요금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삭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소식에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아르헨티나의 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조정했다고 한다.

    세계 언론들은 아르헨티나에서 마우리시오 마크리가 당선된 것과 함께 남아메리카 국가 내에서 좌익 정권들의 지지율이 갈수록 추락하는 점도 눈여겨보고 있다.

    오는 12월 6일에 치러지는 베네수엘라 총선에서는 우익이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론 조사에서 우익 야당의 지지율은 좌익 여당을 20% 이상 앞지르고 있다고 한다. 최근 베네수엘라의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고 차베스의 뒤를 이어 집권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지지율은 22%로 급락했다고 한다.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지지율은 10%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물가 상승률보다 낮다”는 평가까지 내놓고 있다고 한다. 집권 좌익 여당 의원들이 국영 에너지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건 때문이라는 평가다.

    칠레의 바첼레트 대통령의 지지율도 첫 번째 임기 말에는 85%에 달했던 것이 올해 9월에는 24%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1.9%대의 낮은 경제성장률에다 아들 세바스티안 다발로스가 칠레은행으로부터 불법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서라고 한다.

    이런 점들 때문에 세계 언론들은 앞으로 남아메리카에서 치러질 선거에서 좌익 여당이 몰락하고 우익 야당이 집권하거나 다수당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남아메리카는 가톨릭 교파 가운데서도 일찍이 진출한 예수회의 영향으로 1950년대 말부터 ‘해방신학’이 유행했다. 공산주의와 가톨릭을 교묘하게 뒤섞은 사상이었다. 이는 빈부격차가 심한 남아메리카 사회에서 좌익 포퓰리즘이 큰 인기를 얻게 만든 토양이 됐다. 여기다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비난하던 좌익 정당들의 선전도 한 몫을 했다. 하지만 이런 ‘해방신학을 바탕으로 한 좌익 포퓰리즘 지지 토양’이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남아메리카 국가들에서 이처럼 좌익 정권들의 인기가 떨어지게 된 것은 세계 경제 동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몇 년 동안 이어져 오던 원자재 가격의 급등세가 2014년부터 크게 꺾이면서, 원자재 수출로 호황을 누렸던 남미 경제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와 내수 불황은 남미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 경제가 호황일 때는 남미에서 나오는 목재, 광석, 석유 등을 ‘웃돈’까지 주면서도 구매할 곳이 있었지만, 중국 경제가 차지하던 자리가 크게 줄면서 이제는 ‘떨이’로 내놔도 팔리지 않게 됐다. 전체 수출액의 50~90%를 원자재에 기대고 있는 남아메리카 국가들에게는 지옥 같은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 2012년 이란을 찾아 아흐마니네자드 대통령과 악수를 하는 우고 차베스 前베네수엘라 대통령. 암으로 사망했다. ⓒ이란 관영 PRESS TV 보도화면 캡쳐
    ▲ 2012년 이란을 찾아 아흐마니네자드 대통령과 악수를 하는 우고 차베스 前베네수엘라 대통령. 암으로 사망했다. ⓒ이란 관영 PRESS TV 보도화면 캡쳐


    여기다 남아메리카 좌익 정권들이 ‘호황’일 때를 기준으로 ‘묻지마 복지정책’을 펼치고, 권력층 측근들의 부패와 비리도 낱낱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마음이 크게 돌아섰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한국경제’가 29일 보도한 ‘글로벌 리포트’에 따르면,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2003년 당선된 이후 정부 재정의 30%를 복지정책에 사용했고, 2007년 남편 키르치네르의 뒤를 이어 당선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정부가 지급하는 연금액을 2배로 인상했다고 한다.

    2002년 당선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2005년 당선된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도 아르헨티나와 큰 차이가 없는 ‘묻지마 복지 정책’을 펼쳤다고 한다.

    남아메리카 국가 가운데 가장 유명한 ‘묻지마 복지’의 주인공은 암으로 사망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다.

    그는 1999년 집권한 뒤 미국 뉴욕의 할렘가에 휘발유를 공짜로 제공하기도 하고, 미국과 서방 세계가 제재를 가하는 북한, 이란 등과 원자재 거래를 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것으로 유명하다. 그 또한 국가 수출액의 95%를 책임지는 국영 석유회사 PDVSA가 고유가 시절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자 국민들에게 선심성 복지를 무차별적으로 펼쳤다. 하지만 이 때문에 베네수엘라의 국고는 거덜이 났다.

    베네수엘라는 우고 차베스가 사망한 뒤에도 그의 좌익 포퓰리즘 정책을 그대로 이어갔다. 국민들을 위한다며 공산품 판매 가격만 통제, 자국 제조업체들의 줄도산을 초래했던 베네수엘라는 원유 가격이 폭락한 뒤 외화가 부족해지면서 해외에서 공산품을 수입할 길이 막막해졌다. 돈도, 상품도 부족해지면서 베네수엘라는 극심한 스태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고 한다. 2014년 물가 상승률은 68.5%, 2015년 물가 상승률은 80%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남아메리카 좌익 포퓰리즘 정권의 현황을 눈여겨보던 해외 언론들은 “남아메리카 국민들도 더 이상 좌익 정권이 청렴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경제 성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앞으로 있을 베네수엘라 총선, 2018년의 브라질 대선에서도 우파 진영이 승리할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자원이 풍부한 남아메리카에서마저 좌익 포퓰리즘에 기반을 둔 정치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셈이라는 평가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