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친구가 뒤통수에 칼 꽂았다” 보복 경고…터키, 美 “영공 방어 정당한 권리”
  • ▲ 터키 공군 F-16 전투기에 격추된 Su-24 공격기의 추락 당시 모습. ⓒ투르크멘 반군의 유튜브 영상 캡쳐
    ▲ 터키 공군 F-16 전투기에 격추된 Su-24 공격기의 추락 당시 모습. ⓒ투르크멘 반군의 유튜브 영상 캡쳐


    지난 24일 오전 9시 24분경(현지시간) 터키 공군의 F-16 전투기 2대가 터키와 시리아 접경지역 상공에서 ‘영공 침범’을 이유로 러시아의 Su-24 공격기를 격추했다.

    러시아 Su-24 공격기가 격추된 직후 터키와 러시아 정부는 모두 “러시아 공격기가 격추된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조종사 2명은 낙하산으로 탈출했으나 모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정부는 “F-16 전투기 2대가 출격해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Su-24 공격기에게 5분 동안 10차례 경고했지만, 이를 무시해 공격, 격추했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 정부는 처음에는 “격추된 Su-24 공격기는 시리아 상공에서 작전 중이었으며, 지대공 미사일 공격을 받고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가 뒤늦게 터키 공군의 F-16에 격추되었다고 확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후 긴급 TV연설을 통해 “이번 사건을 보면 친구라고 믿었던 테러리스트의 공범(터키)이 등 뒤에서 칼을 꽂은 것”이라며 “터키는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가 대쉬(ISIS) 편에 서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 터키 정부를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철저히 할 것이며, 이번 비극이 러시아와 터키 간 관계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러시아 정부는 오는 25일로 예정됐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터키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자국 주재 터키 무관을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이를 두고 일부 외신들은 “푸틴 대통령이 터키에 보복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 ▲ 터키 정부는 Su-24 공격기의 비행경로를 공개하기도 했다. ⓒ터키 정부 공개자료
    ▲ 터키 정부는 Su-24 공격기의 비행경로를 공개하기도 했다. ⓒ터키 정부 공개자료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경고가 나오자 터키 정부는 Su-24 공격기를 격추할 당시의 항행경로 레이더 영상 화면을 공개하며 “러시아 공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했다”고 해명했지만, 러시아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새다.

    러시아 국방부는 “Su-24 공격기가 시리아 흐메이밈 공군기지로 복귀하던 중 시리아 영공에서 터키 F-16 전투기에 격추됐다”며 “관제 자료를 분석한 결과도 Su-24가 터키 영공을 침범한 적이 없었음을 보여준다”고 반박했다.

    한편 터키 공군이 러시아의 Su-24 공격기를 격추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NATO는 긴급회의를 열었고, 美정부는 “터키에도 자국 영공을 지킬 정당한 권리가 있다”며 일단 터키의 편을 들기 시작했다.

    세계 주요 언론들은 터키가 러시아 공격기를 격추함에 따라 프랑스, 미국, 영국, 러시아 등이 손을 잡고 추진하려던 테러조직 ‘대쉬(ISIS)’ 소탕전에 상당한 차질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 터키 F-16 전투기가 격추한 Su-24 공격기. 주로 지상군의 화력을 지원하는 임무를 맡는 공격기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터키 F-16 전투기가 격추한 Su-24 공격기. 주로 지상군의 화력을 지원하는 임무를 맡는 공격기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터키와 NATO는 지난 10월 3일과 4일에도 테러조직 ‘대쉬(ISIS)’를 공습하는 러시아 공군기들이터키 영공을 수 차례 침범했다며 강력히 항의한 바 있다.

    터키 공군 F-16 전투기가 격추한 러시아 공군의 Su-24 공격기는 1967년부터 1,400여 대를 생산한 공격기로 아프가니스탄 전쟁, 레바논 내전, 사막의 폭풍 작전, 제2차 체첸 전쟁 등에도 등장한 대지공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