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국가안보와 직결된 핵심 사업, 비난 앞서 국익에 미칠 영향부터 생각해야
  • ▲ 정두언 국방위원장.ⓒ뉴데일리 DB
    ▲ 정두언 국방위원장.ⓒ뉴데일리 DB

    국회 국방위원장인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지난달 29일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원 감사를 요청하면서, KF-X 사업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두언 의원은 “(KF-X) 외형은 그럴싸하지만 내부 알맹이 부품은 80~90% 이상 외제품”이라며 평가 절하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KF-X에 대해 사실상 난도질을 했다.그는 "우리 군이 자체 개발 할 수 있다면 왜 지금까지 미국에 달라고 애걸복걸 했겠느냐"며, "정확한 내용은 모르지만, 미국에서 안준다니 갑자기 이제 가능하다고 하는건 신뢰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두언 의원은 "기술적인 검증이 안된 상태에서 막가다 보면 나중에 돈은 돈대로 들고 껍데기만 만들게 될 것"이라며, "충정을 가지고 박 대통령께 편지도 썼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에 대해선 "국회 국방위원장으로서 입이 너무 가볍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KF-X는 미래 국방력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국책사업이다. 따라서 KF-X의 성패는 미래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와도 직결돼 있다. 그런나 안타깝게도 KF-X 사업에 대한 정두언 의원의 비난에서 전문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사업의 핵심 쟁점이 무엇이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무엇인지를, 밤을 새워가면서 고민한 흔적도 찾기 어렵다.

    미래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업을 놓고, 정밀한 검증과 분석없이 아마추어적인 자기 주관만을 앞세워 그 타당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1일 김재경 예결특위원장은 KF-X 예산과 관련돼 "정두언 위원장이 나한테도 사업이 사기라는 식으로 얘기했다"며, "정 위원장이 이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DD가 4대핵심기술을 공개한 이후에도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 17일 국회국방위에서 열린 KF-X 공청회에서도 정 의원은 "지금 사업추진을 주장해온 사람들중 사업 완료 목표연도인 2025년에 그 자리에 있을 사람은 없다. 책임질 사람이 없다”며 “결국 책임질 사람들은 정부가 아닌 국회다. 그래서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 ▲ KF-X 예상도.ⓒ뉴데일리 DB
    ▲ KF-X 예상도.ⓒ뉴데일리 DB


    ◆ 정두언 의원, 사업 타당성 비판 앞서 전문성부터 높여야

    국방과 안보는 경제와 서로 상관관계를 가진다. KF-X도 마찬가지다. 국방과 안보차원에서 KF-X는 우리가 만들고 개조할 수 있으며, 우리가 개발한 무기를 마음껏 탑재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개발과 양산에 들어가는 예산은 물론, 운용 및 유지 측면에서 해외의존율을 최소화해야 한다.

    항공기는 새로운 모델을 붕어빵처럼 찍어내는 물건이 아니다. 특히 군용기의 경우는 더욱 까다롭다. 군용기를 제작하는 국가라고 해서 모든 기술을 100% 보유하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T-50 개발 성공을 계기로 이제 겨우 완제품 군용기 제작경험을 쌓은 한국의 경우, 미들급 이상의 전투기를 자체 기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매우 많다. 

    때문에 KF-X 사업에 관한한 여야도, 좌우의 이념적 대립도 있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함께, 사업예산을 심의하고 그 타당성을 논하는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들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최근 정두원 국회 국방위원장이 보이고 있는 행태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KF-X 사업은 개발비용이 8조 5천억 원으로 차기전투기사업(F-X)의 절충교역을 통해 핵심기술을 이전받아 2025년 초도기를 개발하고, 이후 연간 10~20대 수준의 생산 능력 확보를 목표로 삼고 있다.

    KF-X는 F-16 전투기보다 성능이 우수한 미디엄(Medium)급 전투기를 국내기술로 개발해, 최종적으로 120대를 양산할 계획이다.

    전투기 양산에 성공한다면 산업분야 50조원, 기술분야 40조원 등 총 90조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수출을 포함해 1,000대 판매 목표를 달성할 경우, 경제적 파급효과는 2~3배 더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T-50 고등훈련기를 보면 'KF-X' 성공이 보인다 

  • ▲ T-50 고등훈련기.ⓒ뉴데일리 DB
    ▲ T-50 고등훈련기.ⓒ뉴데일리 DB


    T-50 이전에 대한민국은 면허생산을 제외하곤 단발 프로펠러기조차 만들지 못했던 항공 후진국이었다. 그런 한국이 T-50을 만든다고 했을 때,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냉소적 반응이 주를 이뤘다.

    T-50은 1989년 6월, 한국형전투기사업(KFP)에 따른 절충교역(Offset)의 일환으로, 고등훈련기 및 경공격기 개발기술 이전 결정에 따라 사업이 시작됐다. 1992년 12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KTX-2라는 이름으로 탐색개발에 착수한 뒤, 1997년 10월부터 2006년 1월까지 당시 삼성항공(현재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 록히드마틴과 함께 체계개발을 완료했다.

    결국 KAI는 2005년 10월 T-50을 공군에 처음으로 인도했고, 2008년 3월 1차 납품을 마쳤다. 2차 납품은 2008년 4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진행됐고, 2010년 5월 공군은 T-50 50대를 전력화했다.

    T-50 개발 과정은 위기의 연속이었다. 1997년 KDI(한국개발연구원)는 T-50을 직구매하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한국이 고등훈련기를 자체 개발하는 것은,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정부는 방산의 미래를 보고, 1조 7,000여억원을 예산을 투입해 T-50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T-50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성능을 갖춘 고등훈련기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인도네시아, 이라크, 필리핀, 태국 등 4개국에 모두 56대를 수출했다.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27억 달러 규모다. T-50 개발에 성공한 KAI는 한발 더 나아가, 10조 원 규모의 미 공군 훈련기 시장도 노리고 있다.

    KF-X는 미들급 전투기를 자체 기술로 개발하는 것으로, 고등훈련기 및 경공격기 성능을 가진 T-50 개발과 단순 비교를 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T-50 개발을 통해 기본적인 경험과 지식을 쌓은 이상, 미들급 전투기 자체 개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KF-X의 가장 큰 현안은, 군 당국 및 방사청이 약속한 2025년까지 시제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지난 6일 KF-X 사업 4대 핵심기술 개발 현황을 공개했다. KF-X(국산차기전투기)개발에 필요한 핵심 4대 기술 이전과 관련돼, AESA(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 등 개발단계의 장비를 공개하면서, KF-X 기술 국산화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최근 남중국해 한 가운데에 있는 인공섬을 둘러싼 미·중간 갈등이 무력충돌 위기로 비화되면서, 동아시아 전체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자주국방의 포기는 국권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다.

    정두언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장으로서, KF-X 사업을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이 꺼낸 말이 국익에 미칠 영향부터 생각해야 한다.

    국회 국방위원장은 연예인이 아니다. 처신은 신중할수록, 입은 무거울수록 국민이 정두언 의원에게 갖는 신뢰는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