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임금님은 우리 곁에 있다

    이법철(이법철의 논단 대표)
  • “우리 임금님은 우리 곁에 있다”라는 말은 국민, 특히 서민들이
    신명나게 살 수 있는 태평성대를 만들어 주는 왕(王)을 찬탄하는 말이다. 

    조선조 역대 왕들은 서민들의 삶을 직접 살펴보고 국정에 반영하기 위해 왕의 복색을 벗어놓고
    보통 선비의 옷을 입고, 역시 변복한 수행내관과 함께 밤이면 서민들을 찾아 민생을 살폈는데,
    가장 역사에 화제가 되는 왕은 숙종(肅宗)으로 전해온다. 

    왕이 변복하여 밤에 서민들을 찾아나서 민생을 살피는 것을 일컬어 미행(微行) 또는 잠행(潛行)
    으로 불렀다.

    왕의 미행과 잠행는 고달픈 서민들에게는 큰 위안이 되었다.
    왜냐하면 변복한 왕이 밤에 언제 나타나 요즘의 크리스마스 밤에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를 주듯이, 가끔씩 가난한 서민들의 집에 익명으로 식량과 고기를 주는 인의(仁義)를 베플었기에 서민들은
    임금님이 우리 집에도 찾아올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가 있었던 것이다. 

    숙종의 미행, 잠행의 예화를 하나 들어보자.
    달 밝은 추운 어느 겨울 날, 숙종은 변복하여 남산골 가난한 서민촌을 찾아 나섰다.
    밤이 깊어 대다수 사람들은 불을 끄고 잠이 들었는데, 무너져가는 듯한 낡은 초가집 방에 불이 켜져 있었고, 방안에서 웬 사내가 낭낭히 “ 공자와 맹자왈” 글을 읽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글 읽는 목소리는 어린 청소년이 아닌 늙수구레한 사내의 음성이었다.
    숙종은 소리죽여 초가집의 싸립문 앞에 서서 글읽는 소리를 듣고는 점잖게 “주인장”을 찾았다. 

    사내는 문밖의 인기척을 느끼고 방문을 열고 나와 손님에게 예를 갖추었다. 
    숙종은 자신은 지나가는 과객(過客)인데, 야심한 밤에 글읽는 소리가 너무 좋아서 주인을 만나 대담을 하고 싶어 주인을 찾았노라고 전제하고, “무례를 용서하시라.”는 인사말을 정중히 했다. 

    글 읽던 사내는 “내 집에 귀한 손님이 왔는데….” 하며 숙종을 방안으로 안내했다.
    방안에 불빛을 통해 보니 글읽던 사내는 40대 중반이었다. 사내는 숙종과 수인사를 정중히 한 후 부엌에 들어가 삶은 고구마 몇 개를 그릇에 담고, 물 그릇과 함께 작은 밥상에 얹어 오더니 숙종에게 권하며 부끄러운 듯이 이렇게 말했다. 

    “집안이 가난한지라 대접할 것이 이것 뿐입니다. 드시지요.”
    숙종은 예의로서 고구마를 권하는 것에 감동하여 고구마를 먹으면서 이것 저것 물어 보았고,
    사내는 자책하며 말했다. 집안이 너무 가난하여 병든 아내를 좋은 약으로 치유시켜주지 못한 지아비의 무능력에 병든 아내는 죽고, 자식도 없이 혼자 살며 동네 아이들에게 천자문 정도의 글을 가르키는 훈장(訓長)으로서 호구지책(糊口之策)을 삼고 있다고 했다. 

    숙종은 훈장에 대한 측은지심(惻隱之心)에 이렇게 말했다. 
    “과거 시험에 합격해서라도 집안을 일으켜야 하지 않겠소?”
    훈장은 더욱 부끄러운 얼굴이 되어 답했다. 
    “저는 20전부터 과거시험을 준비하고, 응시했었지만, 운(運)이 안좋아서인지, 실력이 부족해서인지, 시험만 치면 낙방할 뿐이었습니다. 번번히 낙방을 하자 아내는 희망이 없어 슬피 울다가 울화 병이 들어 신음하다가 그만 먼저 세상을 떠나버렸지요.” 

    훈장은 장탄식을 토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공자님께서도 세상만사는 다 운명이 정해졌다(萬事皆有定)고 하셨듯이 다 정해진 것같습니다.” 
    훈장은 이어서 탄식하듯 “저도 이제는 과거 시험을 보겠다는 생각을 접은 지 오래입니다. 잠이
    오지 않아 성현의 글을 조금 읽었을 뿐입니다.”

    숙종은 착하고, 예의바른 훈장에게 기회를 주어야 겠다는 생각에 나직히 말해주었다. 
    “내 친구가 대궐에서 일하는데, 일주일 안으로 임금님이 인재를 구하기 위해 특별시험 전시(殿試)를 한다는 정확한 정보가 있습니다. 답안지(答案)에 대해서도 정보를 알려 주는 데….”
    숙종은 주위를 살피는 척 하더니 훈장의 귀에 시험의 답안지에 대해 정보를 알려 주고, 주머니에서 약간의 돈을 내주며 말했다. 
    “내 친구 정보는 추호도 틀리지 않으니, 정답을 그렇게 써서 제출하면 분명 합격될것입니다.
    그리고, 이 돈으로는 시험 전 날, 원기를 돋우워 시험장에 나오시라는 뜻에서 드리니 이 돈으로
    고깃국과 쌀밥으로 배부르게 먹고 시험장에 나가시기 바랍니다.” 
    숙종은, 돈을 한사코 사양하는 훈장의 방바닥에 돈을 놓고 대궐로 돌아갔다. 

    다음날 오시(午時)에 대궐과 대로의 게시판에 임금님이 특별히 인재를 발탁하기 위해서만 시행하는 특별시험인 전시(殿試)가 있다는 소식과 날자와 시간이 적힌 방문(榜文)이 붙여졌다.
    벽보를 본 훈장은 어제밤 찾아온 선비의 친구가 대궐속의 정확한 정보통이라는 것에
    혀를 내두루며 감탄했다. 그는 미리 알려준대로 답안지를 연습하여 만들어 보았다. 

    마침내 학수고대 하던 과거 시험 전날이 되었다. 훈장은 변복한 숙종이 준 돈으로 쌀을 사고, 푸줏간에 가서 한우 고기도 듬북 사왔다. 내일 역사적인 시험을 치기 위해서는 원기회복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배부르게 먹어두자는 생각이었다. 
    시험 날, 숙종은 자신은 왕의 신분으로서, 훈장은 특채된 관인(官人)으로서 만날 것을 믿어 의심하지 읺았다. 

    그런데 기믹힌 일이 벌어졌다.
    기대했던 훈장은 시험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훈장의 제자가 대신 나타나 숙종이 미리 알려준 정답의 답안지를 제출했다. 숙종은 훈장의 제자에게 사연을 하문하니 훈장은 시험전날 원기회복을 위한다는 취지에서 소고기와 소고기 국을 너무 많이 먹어 급체가 발생하여 인사불성이 되어 일어나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숙종은 자탄하듯 이렇게 독백했다는 전언이 있다. 

    “역시 세상 만사는 다 정해졌는가!” 
    삼세(과거, 현재, 미래)에 부지기수(不知其數)의 남녀가 이 세상에 태어나지만, 정해진 운명에
    의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 하고 만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에 바란다. 선거 때만 표를 의식해서 재래시장 등의 서민들을 찾아 미소속에 손을 잡는 것이 아니라, 어느 때라도 숙종이 잠행하듯, 서민들을 찾아 손을 잡아주고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정치를 많이 해줄 것을 간절히 소망한다. 

    박대통령은 남북통일에 너무 조급해 하는 언행은 깊이 숙고(熟考)해야 한다고 나는 주장한다.
    평화통일은 절대 오지 않는다. 근거는 과거 신라의 통일, 고려의 통일은 전쟁을 통해 시체로 산을 쌓고, 피바다(尸山血海)같이 되고 난 후 통일이 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남북통일은 남북이 어느 날 합의한다고 해서 통일이 오는 것이 아니다.
    찰거머리 같이 남북에 붙어 조종하는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를 우선 통찰해야 할 것이다. 

    北은 ‘6,25 전쟁’을 일으키고도 또 전쟁준비로 북핵까지 완성하여 국제사회에 핵보유국으로 자칭하고 홍보하고 있다. 전망하건대, 北은 최후의 총알 한 알까지 대한민국 국민을 향해 발사하면서, 대한민국이 김일성 왕조로 투항을 바랄 뿐이다. 궁지에 처한 쥐가 고양이를 물듯, 北은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국지전(局地戰)이라도 벌일 수 밖에 없다. 

    끝으로, 박대통령은, 남북통일은 천천히, 오직 서민들이 신명나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부터 만드시기를 바란다. 박대통령이 숙종을 능가하는 미행, 잠행이 있기를 나는 진심으로 거듭 바란다.
    미행, 잠행에 감동한 서민들의 입에서 박대통령을 두고, “우리 대통령은 우리 곁에 있다.”는 찬탄성이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

    이법철(이법철의 논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