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지역 시민사회단체 "거만함 그 자체… 재발방지대책 마련해야"與 "예결위 간사 사퇴해야… 윤리위 제소 등 모든 조치 취할 것"
  • 새누리당 이장우 대변인이 28일 현안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장우 대변인은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의 예결위 간사 사퇴를 요구하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윤리위 제소 등 모든 조치를 취할 것임을 경고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이장우 대변인이 28일 현안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장우 대변인은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의 예결위 간사 사퇴를 요구하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윤리위 제소 등 모든 조치를 취할 것임을 경고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경기 오산)의 "노래 한 곡에 (예산) 100억 원"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 비판과 규탄의 목소리가 높아진 데 이어, 마침내 중앙 정치권에서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야당 간사 사퇴론까지 제기됐다. 안민석 의원은 뒤늦게 해명에 나섰지만, 불붙기 시작한 논란이 쉽게 가라앉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뉴스1〉의 보도에 따르면, 안민석 의원은 지난 22일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오산의 시·도의원과 보좌진, 그리고 호남 향우회원 등 180여 명과 함께 전북 부안으로 야유회를 떠났다.

    이어 점심 시간에 술판을 벌이다 자신을 영접나온 김종규 부안군수가 노래 부르기를 사양하자 "군수가 노래를 하면 부안에 예산 100억 원을 내려주겠다"고 압박했다. 이 때문에 서너 차례 더 손사래를 치던 김종규 군수는 결국 부안 출신 가수 진성 씨의 히트곡인 '안동역에서'를 열창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 "노래를 하면 예산 100억 원을 내려주겠다"는 발언 외에도 "(예결위) 간사가 되고 보니까 현직 장관도 굽실거리고 국회의원도 눈을 맞추려고 한다" "권력이 무엇인지 알겠다"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행태에 대해 오산과 부안, 양쪽 지역사회에서의 후폭풍이 거세게 일었다.

    새누리당 전북도당은 26일 성명을 통해 "마치 정부 예산을 자신의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이라며 "이같은 자세로 예결위가 운영된다면 (내년도 예산안은) 선심성 예산·쪽지 예산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규탄했다.

    오산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인 오산발전포럼의 이권재 의장도 28일 경기 오산시 청학동 현대빌딩 포럼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안민석 의원이 김종규 부안군수에게 노래 한 곡을 부르면 100억 원을 주겠다고 한 발언과 태도는 도를 넘는 거만함 그 자체"라며 "3선·총 12년의 오산 국회의원으로서 쌈짓돈 100억 원을 오산 발전을 위해 가져온 적은 있느냐"라고 힐문했다.

  • 지난 22일 전북 부안으로 야유회를 가 술자리에서 김종규 부안군수에게 노래를 부르면 예산 100억 원을 내려주겠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경기 오산).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 22일 전북 부안으로 야유회를 가 술자리에서 김종규 부안군수에게 노래를 부르면 예산 100억 원을 내려주겠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경기 오산).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어 "안민석 의원의 부적절한 처신은 정치인이자 공당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국회의원으로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오산시민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킨 안민석 의원과 같은 당 소속 시·도의원,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당 차원의 대시민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은 같은 날 중앙정치권으로도 번졌다.

    새누리당 이장우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국가 예산은 안민석 의원의 쌈짓돈이 아니다"라며 "국민의 혈세를 가지고 '내려주겠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갑질'을 행한 안민석 의원은 예결위 간사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고 안민석 의원을 즉각 예결위 간사직에서 사퇴시켜야 할 것"이라며 "만약 새정치민주연합이 안민석 의원을 예결위 간사직에서 사퇴시키지 않을 경우 국회 윤리위 제소 등 모든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여야 양당은 국회에서 각각 비공개 의원총회와 의원 워크숍을 개최했는데, 한 의원은 "나도 (안민석 의원 앞에서) 노래 한 곡 부르면 100억 원을 주려나"라고 농담을 할 정도로 안민석 의원은 정치권의 웃음거리로 전락한 모습이었다.

    이 사실을 최초로 보도한 〈뉴스1〉의 수 차례의 사실 확인 및 해명 요구에 "바쁘다" "나중에 전화하겠다"며 언론을 회피하고 부적절한 침묵을 지켜오던 안민석 의원도 같은 날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 자료를 통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신중했어야 했는데, 국민과 당원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며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가벼운 발언이었지만, 깊이 반성하고 더욱 자중하겠다"고 일단 사과의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처음 예결위 간사를 맡았을 때의 초심처럼 국민의 편에서 기득권과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국가재정 편성을 위해 더욱 힘쓰겠다"며 예결위 간사 사퇴에는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