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위원회 만장일치 심의 부결, 주민 및 상인 반발 여전
  • 서울역 고가도로. ⓒ 뉴데일리DB
    ▲ 서울역 고가도로. ⓒ 뉴데일리DB

    서울시가 지역 상인 및 주민들의 반발과 노숙자 슬럼화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업 추진을 강행하고 있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에 대해 경찰이, 관련 심의를 두 차례 연속으로 보류하면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가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27일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 관련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를 열고, ‘교통 및 안전에 대한 대책 부족’을 이유로 심의를 보류시켰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28일에도 ‘주변 지역에 대한 교통대책 미흡’ 등의 이유로 심의를 보류했다.

    이에 따라 2017년 완공을 목표로, 오는 10월부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던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은 사업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서울시는 “서울역 동서를 잇는 고가도로가 없어지면, 서울역 일대 교통 흐름이 나빠질 것”이라는 지역주민과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사업 강행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서울시는 서울역 교차로에서 남대문시장 방향 좌회전 신호와, 염천교 방향 우회전 신호를 새로 만들어 교통대란을 해결할 수 있다며 주민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서울시가 내놓은 대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시의 주장대로 교통신호를 변경하는 경우, 서울역 교차로에서 남대문시장 방향으로 좌회전하는 차량들이 서울역 고가 교각 사이로 지나가야 하는데, 이 경우 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주변 상인과 주민들의 사업 반대 여론이 여전한 점도 심의를 보류시킨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지난달 말 경찰의 심의 보류 결정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경찰의 지적 사항을 계획에 반영해 재심의를 받으면 된다”며, 사업 강행의사를 밝혔으나, 경찰의 안전 심의를 통화하는데 실패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이 진행됐을 때 서울역 교차로의 교통량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숭례문 로터리를 신설했을 때 본선 교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보류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시의 고가공원화 사업은 다른 유관부처인 문화재청으로부터도 퇴짜를 맞았다.

    문화재청 소속 문화재위원회는 지난 18일 서울시의 ‘구(舊)서울역사 주변 고가도로 보수보강 및 광장시설물 설치 현상 변경 신청안’을 참석자 만장일치로 부결시켰다.

    문화재위 근대문화재분과위원회는 “출석위원 7명은 모두 서울역 고가도로 진입로와 시설물이 서울역 옛 역사를 가려 경관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부결이유를 밝혔다.

    분과위는 서울시에 서울역 옛 역사와 주변 경관을 가리지 않도록 시설물 규모와 위치를 재설계할 것을 요구하며, “문화재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 서울역 주변의 역사와 환경 등을 계획에 반영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문화재청 등 유관부처가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서울시가 계획대로 사업을 강행 추진하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의견이 많다.


  • 남대문시장에 걸려있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 반대 현수막 모습. ⓒ 뉴데일리 윤진우 기자
    ▲ 남대문시장에 걸려있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 반대 현수막 모습. ⓒ 뉴데일리 윤진우 기자

    주변 상인 및 주민들의 반발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사업 추진을 바라는 박원순 시장의 시름을 깊게 만들고 있다.

    지역 상인과 주민들로 구성된 ‘서울역고가 대체도로건설 범시민대책위원회’ 소속 시민 200여 명은, 지난 27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모인 시민들은 “서울시는 하루 5만대 이상이 이용하는 서울역고가를 폐쇄하고, 그 자리에 공원을 만들겠다는 사업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대체도로 없이 서울역 고가도로를 폐쇄하면 남대문시장·중림동 등 지역상권이 침체에 빠지고, 인근 상인과 주민의 생존권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사업 추진에 앞서 대체도로 건설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가 380억원이 넘는 세금이 드는 대형사업을 졸속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2013년 6월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서울역 고가도로는) 안전에 문제가 있으니 빠르게 철거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9월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하이라인 파크’를 방문한 뒤, “서울역 고가를 철거하기보다는 원형을 보존한 채 안전, 편의, 경관을 고려한 사람중심의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을 바꿔 논란을 초래했다.

    무엇보다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은, 지역 주민 및 상인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을 비롯한 인근 시민들은, ‘상권 붕괴’와 ‘교통대란’, ‘노숙자 슬럼화’ 등을 이유로, 서울시의 사업추진에 강한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

    상인들은 방치돼 버려져 있던 ‘하이라인 파크’와 달리, 제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고 있는 ‘서울역 고가’를, 대체도로도 없이 공원화할 경우, 차량의 흐름이 더욱 막힐 것이라며 심각한 교통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진입로 폐쇄에 따른 상권 붕괴, 인근 노숙자들의 유입 등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