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OEM 생산방식 수입” 요청하자 美의회 ‘수출금지’ 결정…호주, 이스라엘 눈독
  • 애프터버너(재연소장치)를 켜고 급가속 중인 F-22 전투기. ⓒ美공군 배포사진
    ▲ 애프터버너(재연소장치)를 켜고 급가속 중인 F-22 전투기. ⓒ美공군 배포사진


    미국을 방문 중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26(현지시간) ‘한국 사위’로 알려진 래리 호건 메릴랜드州 주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F-22 전투기를 사겠다”는 말을 했다.

    28일 국방부는 “한국은 F-22를 구매할 의사가 없다”고 공식 확인했다. 결국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F-22 구매의사 발언”은 해프닝으로 끝나게 됐다. 하지만 이 발언을 놓고 한반도 주변국은 귀를 쫑긋했다. F-22라는 전투기가 갖는 의미 때문이었다.

    F-22는 1981년 美공군이 “20년 뒤 소련과 전 세계 전투기들에 맞서 제공권을 장악할 수 있는 전투기가 필요하다”는 개념으로 개발한 전투기다. 1980년대까지 프로젝트 이름은 ‘고등전술전투기(ATF)’였다.

    美공군이 내놓은 ATF의 ROC(군 요구성능)은 스텔스 성능을 갖추고 ‘애프터 버너(초음속으로 급가속하기 위해 제트 엔진에 장착하는 재연소 장치)’를 사용하지 않고도 초음속으로 비행할 수 있으며, 기존의 전투기와 공중전을 벌일 정도의 기능성을 갖추고 무장은 기내에 장착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에 1990년대 초부터, 록히드 마틴은 YF-22, 노스롭 그루먼은 YF-23이라는 후보 기체를 내놓고 경쟁을 시작했다. 둘 다 스텔스 성능은 최고 수준이었고, 순항 속도, 작전 반경 등도 기존의 어떤 기체보다 나았다. 하지만 기동성과 최대 이륙중량에서 YF-22가 우세했고, 결국 록히드 마틴이 승리했다.

    이렇게 태어난 F-22는 1997년 4월 9일, 조지아주 마리에타에서 ‘랩터 4001’이라는 별명을 단 채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美정부는 당초 공군과 해군이 각각 ATF를 갖추게 할 계획이었지만, 재정 적자 등의 문제로 해군은 ATF를 포기, 공군만 750대의 ATF(F-22)를 구매, 美본토 상공을 지키던 기존의 F-15C를 모두 대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해군이 동종의 전투기 구매를 포기하고, 공군 또한 당초 구매하려 했던 대수가 크게 줄어들기 시작하자, F-22의 생산단가는 크게 높아졌다. 2006년 4월, 美회계감사국(GAO)의 발표에 따르면, F-22 생산단가는 대당 3억 6,100만 달러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 F-22 전투기의 편대비행. 윗쪽의 전투기가 F-22의 초기형인 '4001 랩터'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F-22 전투기의 편대비행. 윗쪽의 전투기가 F-22의 초기형인 '4001 랩터'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9.11테러 이후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들어가는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美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국내 정치에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자 美공군은 당초 339대의 F-22를 구매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총 195대를 도입하기로 한다. 이 가운데 실험기 등을 제외한, 실제 전투기는 187대다. 2011년 12월 생산한 F-22가 2012년 5월 2일 마지막으로 배달된 뒤 F-22 생산라인은 모두 해체됐다. 이후 훈련 중 사고로 2대가 추락, 美공군이 보유한 F-22는 모두 185대다.

    美공군은 F-22를 당초 계획보다 4분의 1로 줄어든 수만 보유했지만, 그 덕분에 세계 최강의 공군이라는 타이틀을 계속 유지하게 됐다.

    알래스카 엘멘도르프 기지에서 있었던 ‘공중전 시뮬레이션’에서, F-22는 2:2, 4:4, 등의 각종 대형으로 가상 공중전을 치렀는데, F-15C와 F-16을 상대로 1:144라는 황당한 전과를 올렸다. 이후에도 F-22는 각종 훈련에서 무시무시한 결과를 보여줬다.

    현대의 공중전은 강력한 레이더로 적이 탐지할 수 있는 거리 밖에서 적기를 먼저 발견, 공격한 뒤 사라지는 형태로 이뤄진다. 이를 ‘비가시거리(BVR) 전투’라고 부른다. 이때 F-22는 적의 레이더에 참새보다 더 작게 비춰지기 때문에 적은 누가 공격하는지도 모르고 당하게 된다.

    이 때문에 美공군은 물론 전 세계 공군 사이에서는 “만약 당신이 공중전을 하면서 F-22를 보았다면, 그건 천국이었을 것”이라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처럼 막강한 성능의 F-22이다보니, 미국의 동맹국들은 이를 수입하기 위해 각종 로비를 펼쳤다. 그 중 대표적인 나라가 이스라엘, 호주, 일본 등이다. 하지만 미국은 F-22를 팔지 않았다. 美의회가 나서 ‘판매금지 법안’을 내버렸다.

    일본은 90년대 후반부터 F-22에 눈독을 들여왔다. 이후 “F-22를 면허생산 하겠다”는 뜻을 美정부에 전달했다. 이전까지 영국, 호주, 캐나다는 물론 이스라엘에조차 판매할 생각이 없었던 F-22를 ‘면허생산’하게 해달라는 일본 정부의 제안이 美의회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하지만 日정부는 이에 포기하지 않고 온갖 로비를 벌이기 시작했다. 일부 일본 정치인들은 “F-22를 도입하기 위해서라면 GDP의 1%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美의회는 이 같은 제안이 나오자 1998년 “F-22와 관련 기술의 판매를 금지한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F-22는 미국 이외에는 어느 나라도 구매할 수 없게 됐다. 이 법안은 2015년 12월까지 유효하다.

    2015년 7월 현재, 호주는 F-22 대신 F-35로 눈길을 돌려 계약을 체결했고, 일본 또한 마찬가지 길을 밟았다. 이스라엘은 F-35 구매계약을 체결한 뒤에도 “어떻게 해서든 F-22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은연 중에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요구를 美정부가 받아들인다 해도 실제 생산, 구입까지의 과정은 매우 어렵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美공군이 F-22를 도입할 때 든 비용은 10년 전의 물가로 대당 3억 6,100만 달러나 된다. 게다가 현재 F-22 생산라인은 모두 해체돼 밀봉 컨테이너에 담겨 美전역에 흩어져 있다. F-22 생산 공장에서 일하던 관련 기술자들은 대부분 해고된 뒤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이런 F-22 생산라인을 다시 복원하고, 생산해 구입까지 하는 모든 과정을 책임진다면 가능하다. 대신 대당 생산비용은 4억 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2015년 한국 국방예산은 37조 4,560억 원. F-35를 구매할 때도 난리였던 한국 여론이 1대에 최소 4,000억 원, 최고 5,000억 원 이상을 주고 F-22를 구매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게다가 미군이 한국 주둔 기지 내에 ‘사드(THAAD)’ 미사일을 배치하려고 해도 난리를 피우는 中공산당이나 러시아의 영향력까지 고려한다면, F-22 구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 없이는 구매하기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