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수도권 의원 5명 접촉 등 전국정당 행보… 박지원도 시인
  • 무소속 천정배 의원(광주 서구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무소속 천정배 의원(광주 서구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친노 문재인 지도부를 위협하는 야권 재편·신당 창당의 움직임이 텃밭 호남을 넘어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적 중도개혁신당 창당을 모색하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시선과 발걸음도 호남을 넘어 수도권을 향하고 있다.

    2·8 전당대회와 4·29 재보선을 통해 호남 민심은 새정치연합 친노(親盧, 친노무현) 세력을 향해 분노를 드러냈다. 이 분노는 이미 광범위하게 확산돼, 더 이상 호남을 '새정치연합의 텃밭'이라 부르기 민망할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텃밭' 전라북도에서의 여론조사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새정치연합 전북도당이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북의 11개 국회의원 선거구 중 정당 지지도에서 새정치연합이 가상의 '호남 신당'을 앞선 곳은 1곳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호남 신당'이라는 것은 창당은 커녕 창당주비위원회가 구성되지조차 않은, 실체 없는 정치 세력임에도 원내 제1야당이자 이 지역의 맹주를 자처하는 새정치연합이 완패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어떤 후보를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호남 신당 후보'라는 응답이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물을 보고 판단하겠다'가 그 뒤를 따랐으며, '새정치연합 후보'라는 응답은 3위에 그쳤다.

    이 때문에 새정치연합 전북도당은 여론조사 결과를 전북 지역 의원들에게만 개별적으로 발송했을 뿐 결과 공개는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전북도당의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전해들은 새정치연합 전남도당에서도 여론조사 실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도당에서 여론조사 실시 여부를 놓고 숙고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민심 이반이 심각한 것은 감지되지만, 막상 그것이 수치로 드러났을 때 이를 충격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새정치연합의 심장'이라 불리는 전남의 여론 또한 친노 세력에 적대적이다.

    전남이 지역구인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 지역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수석최고위원으로 선출됐던 주승용 최고위원이 친노 세력에 의해 최고위원회의에서 수모를 겪고 축출되다시피 하지 않았느냐"며 "민심이 흉흉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고, 한마디로 반노(反盧)"라고 정의했다.

    이에 대해서는 전남 목포가 지역구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공공연히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6일 PBS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지난 주에 광주·목포를 다녀왔는데 민심이 더 악화되는 것 같다"며 "내게도 '왜 아직 새정치연합에 있느냐'며 많은 비난을 하더라"고 우려했다.

    '호남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광주 민심은 어떨까.

    4·29 재보선에서 친노에 대한 정치적 사형 선고를 내린 곳이 바로 광주다. 광주 서구을에 출마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52%의 지지를 받으며 압도적으로 당선됐다. 당시 문재인 대표는 내려오면 올수록 표만 깎아먹고 패배를 자초한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광주에 내려오다가 결국 참패를 맛봤다.


  • 무소속 천정배 의원(사진 왼쪽)이 1일 열린 아시아문화수도 광주 실현을 위한 원탁회의에 뒤늦게 참석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무소속 천정배 의원(사진 왼쪽)이 1일 열린 아시아문화수도 광주 실현을 위한 원탁회의에 뒤늦게 참석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후 야권 재편·신당 창당의 '태풍의 눈'으로 기능하고 있는 곳 역시 광주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서의 여세를 몰아 '호남 자민련'을 뛰어넘는 '전국적 중도개혁정당'의 창당을 모색하고 있다.

    광주 동구의 박주선 의원도 당 혁신위가 친노패권주의 청산을 못할 경우 대안 정당 모색이 불가피함을 역설하고 있다. 박주선 의원은 같은 날 라디오에 출연해 "새정치연합이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수 없다면 대안을 만드는 것은 정치인의 당연한 책무"라며 "당내 비노계 의원들과 논의해서 이기는 야당을 만드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광주 광산갑의 김동철 의원까지 혁신의 미비를 전제로 비노 연합 신당 창당설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이종걸 원내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 주승용 최고위원 등 최고위원과 전현직 원내대표라는 당의 최고위급 핵심 인사들이 함께 했던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만만치 않다.

    문제는 이러한 텃밭발 여론이 서울과 수도권까지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새정치연합은 현 야권이 27년간 수성해 왔던 서울 관악을을 지난 4·29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에 내줬다. 이 지역은 호남이 원적지인 유권자가 전체의 40%에 이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의 측근이며 친노 핵심 인사인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는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에 완패했다. 문재인 대표가 선거 전날 저녁까지 마지막 유세를 서울 관악을에서 진행할 정도로 힘을 실어줬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오히려 "친노가 보기 싫어 (기호) 2번 만은 안 찍겠다"는 유권자가 적지 않았다.

    전국적 중도개혁신당 창당을 호언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이 틈을 파고 들고 있다.

    천정배 의원은 최근 새정치연합 소속 수도권 의원 5명에게 야권 재편시 합류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중에는 심지어 당직을 맡고 있는 의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내 비노(非盧, 비노무현)계 의원은 "지금 민심을 보면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 공천을 받는 게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할 정도니, 호남과 수도권을 막론하고 의원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표를 둘러싼 친노 세력의 배타적이고 편협한 움직임도 이러한 고민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중요한 것은 문재인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소위 친노 중 어떤 분들은 '나가려면 나가라' '탈당하려면 하라'는 막말까지 하는 게 현실"이라며 "사실 천정배 의원도 만났고 그 주위 분들도 많이 만났다"고 털어놨다.

    이어 "경기도 일부 인사들이 '신당 참여를 권유받았는데 어떻게 하느냐'는 의견을 물어왔다"며 "내가 볼 때 신당 창당은 상수"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