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관계보다 당청관계 선택한 새누리, 정의화도 협조
  • ▲ 정의화 국회의장이 6일 국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정의화 국회의장이 6일 국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이 청와대를 향한 사과의 손짓을 했다. 당청(黨靑)의 깊게 파인 갈등의 골이 메워질지 주목된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최근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는 국회법 개정안 사태를 기폭제로 극심한 마찰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호통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논란으로 번지면서 당청 관계는 먹구름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당내 분열조짐까지 보이는 새누리당은 결국 6일 국회법 개정안 재의 표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여기에 현 정부의 경제활성화 법인 크라우드펀딩법 등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면서 박근혜 대통령를 향해 적극적으로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는 지적이다.

    이날 통과된 법안 중 주목할 법안은 크라우드펀딩법(자본시장·금융투자업법 개정안)이다. 온라인으로 소액 투자자들을 모집해 창업이나 벤처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소규모 기업들의 부족한 자금을 투자형식으로 조달하는 이 법은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창조경제 활성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도급 거래 공정화관련 법률 개정안과 대부업관련 법률 개정안 등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 온 경제정책을 뒷받침하는 법률들이다. 다만 하도급과 대부업 관련 법률 개정안은 자유시장경제 질서에 제한이나 규제를 설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도 있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성 언급과 동시에 국회의 발목잡기로 경제활성화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했었다.

    이에 새누리당 내 친박계 의원들이 들고 일어났다. 친박의 화살은 당청관계 악화의 원흉으로 꼽히는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했다. 야합으로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법안에 대해 충실히 설명하지 않은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았다는 점과,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 여론 확대,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가 반등한 점 등이 새누리당 지도부와 비박계 의원들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이날 단독으로 경제·민생관련 법 등 61개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 표결이 좌절돼 기분이 상한 야당이 본회의를 보이콧했음에도, 법안 처리를 강행한 것은 청와대를 향한 적극적인 사죄의 의미로 해석된다.

    평소 여야의 합의가 아니면 본회의 의사진행을 꺼려하던 정의화 국회의장도 깊은 늪에 빠진 당청관계를 감안한 듯 본회의 진행에 협조했다. 이는 여야 관계보다 당청 관계 회복이 파국으로 치닫는 국회를 정상화하기에 부합하다고 판단했다는 지적이다. 당분간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살피며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입장에서도 새누리당의 이같은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경제불황과 메르스 사태, 극심한 가뭄까지 겹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내수시장이 침체되는 경제 상황을 볼 때, 이번 법안 처리가 단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러한 새누리당의 태도를 비꼬고 있다. 새정치연합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7일 "청와대 눈치 보기로 일관하며, 당내 정치적 손익계산에만 매몰된 새누리당"이라며 "상호존중의 정치회복을 위해 야당과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표시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