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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전당포 '시장의 중심'이 되다
     
    신준식 /뉴포커스

  • 중국 내 개혁 · 개방 초기, 사금융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전당포의 인기가 치솟았던 적이 있다. 사경제의 발달은 '돈주(개인)'를 탄생시켰고, 그들이 운영하는 전당포는 소규모 단기자금을 운용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개인 사업가들이 전당포를 애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도 마찬가지로 전당포가 있다.

    시장을 통해 돈을 번 개인들이 돈주가 되어 물건을 저당잡고 돈을 빌려주는 식이다.
    과거에는 전당포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지만 김정일 정권 7.1 경제관리개선 조치 이 후
    전당포가 급속도로 북한 사회에 뿌리내렸다.

    김정일은 '전당포를 많이 만들어 인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라'면서 전당포 관리 운영 지침까지 내렸다. 그 내용 중 일부는 '전당을 하고 나서 제대로 갚지 못하면
    하루에 0.1%의 이자를 물리게 된다'와 같은 규정이 있다. 이 밖에도 '공매, 경매를 하고 그 경매에 대해서 들어오는 예산은 지방 예산으로 흡수한다'와 같은 강제적 내용도 담겨 있다.

    북한 전당포는 저당물 가치의 50~60%를 주고 현찰을 빌려준다. 과거에는 상황 기간이 짧아 일반 인민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근래에는 시장의 발달로 종잣돈을 마련하고자 하는 주민들이 애용하고 있다.

    전당포에서 취급하는 물건은 냉장고, 세탁기, TV, CD플레이어 등 다양하다. 전당포 저당품은 '믿고 사는 물건'으로 통한다. 북한에서 전당포 관련 일을 했던 이민석 씨는 "일부 사람들은 돈을 갚지 못해서 저당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물건에 이윤을 붙여 일반 주민들에게 판다. 주민들은 전당포 물건은 신뢰가 간다고 말한다. 돈이 오고 가는 물품이기 때문에 꼼꼼하게 검사하고 받아주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전당포 물건은 일정 기간 내에 고장나면 A/S도 해준다. 물건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전략이다. 돈주가 전당포를 운영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돈주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평가한다. 그만큼 전당포에 대한 인식도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밀수꾼들도 전당포를 이용한다.

    가구 제품 등을 저당 잡아놓고 밀수에 필요한 물건에 사기 위해 돈을 빌린다. 밀수에 성공하고 나면 중국에서 들여오는 고급 제품을 저당받고 또 돈을 빌린다. 그렇게 해서 규모를 키우는 밀수꾼들이 많다.

    북한 내 밀수 경험이 있는 최규환 씨는 "밀수꾼들에게 전당포는 '믿음직한 은행'과 같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은행은 큰 돈을 맡기거나 찾을 때 일종의 '세무조사'가 들어오는데, 전당포는 그런 것이 없어서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자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전당포는 북한 내 시장 중심 경제에 중심이 되었다. 장사 밑천을 마련해보고자 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맡긴 저당물을 일반 주민들에게 팔아가면서 상점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북한의 전당포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