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쓰레기는 돈
     
    박연미 기자 /뉴포커스

  • 쓰레기를 주어 하루하루 살아가는 북한 꽃제비 (자료사진)
    ▲ 쓰레기를 주어 하루하루 살아가는 북한 꽃제비 (자료사진)

     

    북한주민들은 공공 쓰레기장을 이용한다. 보통 10개 인민 반에 하나 씩 (400세대) 마련되어있다.  그 마저 구역별로 나누어져 있어 다른 구역 주민이 쓰레기를 버리다 적발되면 인민반장을 불러 단단히 문책한다.

    북한주민들이 쓰레기장에 예민한 원인은? 다수의 주민세대가 한 곳의 쓰레기장을 이용하다보면 순간적으로 쓰레기가 쌓인다. 이렇게 되면 쓰레기를 실어 나를 수 있는 화물차와 휘발유를 개인이 부담한다. 결국 다른 구역 주민이 몰래 쓰레기를 버리면 그 만큼 세대부담도 늘어난다.

    북한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없다.  그릇 씻은 물도 돼지먹이로 이용되다 나니 변한 음식도 쓰레기로 나오지 않는다. 주민세대에서 나오는 쓰레기 대부분이 탄재다. 경제의 빈번이 변변한 쓰레기조차 남기지 않는 것이다.

    평양거리와 큰 지방도시는 겉보기에 아주 깨끗하고 청결하다. 이는  북한주민의 의식 수준이 높거나 당국의 단속과 동원이 심해서가 아니다. 버릴 것이 없는데다 설사 버려진다 해도  경쟁적으로 주워가기 때문이다.

    가장 인기 있는 쓰레기품목은 바로 '병'이다. 유리병 5개면 장사꾼으로부터 술 한 병과 맞바꿀 수 있어 아예 버리는 사람이 없다. 그나마 구할 수 있는 것이 페트병인데 이마저 쉽지는 않다. 시장에도 페트병 수요자는 많다. 기름이나 술을 팔아도 페트병이 있어야 팔 수 있다.


    남한에서 골칫거리인 길거리 담배꽁초도 예외가 아니다. 꽁초 몇 대면 담배 한 대 종이에 말아 피울 수 있다. 남은 필터는 이불을 만드는 솜 재료로 쓰인다. 고철조각은 모아서 팔면 돈이 된다. 종이는 화장지나 불쏘시개로 쓰이기 때문에 구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고철, 종이, 플라스틱은 학교에 정기적으로 갖다 바쳐야 하는 물건이어서 학생들이 경쟁적으로 주워간다. 북한 학생 전체가 폐품수집원인 셈이다. 어쩌다가 커다란 고철이라도 발견되면 주민은 서로 자기 것이라 우기며 주먹다짐까지 벌어진다. 주민의 눈에 고철은 커다란 돈 뭉치로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자신들을  비방하거나 이해관계가 엇갈린 상대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쓰레기 같은'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쓴다. 특히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에게는 조국을 배반한 '인간쓰레기'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북한주민에게 쓰레기란 주어모아도 돈이고, 건사하면 언젠가 쓸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