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계 일각 낙타에서 감염 의심, 고열, 호흡곤란, 급성신부전증…23개국서 발생
  • ▲ MERS는 2012년 9월 24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중동 지역에서 환자가 급증했다. ⓒ알 아라비야 당시 보도화면 캡쳐
    ▲ MERS는 2012년 9월 24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중동 지역에서 환자가 급증했다. ⓒ알 아라비야 당시 보도화면 캡쳐

    23개국에서 1,142명의 환자가 발생, 465명이 사망한 치사율 40%의 전염병.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면 기침, 발열, 호흡곤란을 일으키고, 시간이 지나면 급성신부전증을 일으켜 콩팥을 파괴하는 병, ‘중동 호흡기 증후군(MERS)’이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돼 전 세계를 긴장케 했던 ‘중동 호흡기 증후군(MERS)’이 한국에 상륙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0일 바레인에서 입국한 60대 남성과 간병하던 그의 부인이 ‘중동 호흡기 증후군’에 감염된 것으로 확진했다고 밝혔다.

    올해 68세의 이 남성은 바레인에서 농업에 종사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3일 한국으로 입국한 남성은 지난 11일부터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에 시달려 병원 2곳에서 진찰을 받은 뒤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는 21일, 이 남성을 간병하던 부인도 ‘중동 호흡기 증후군’에 감염됐으며, 함께 병실을 사용했던 70대 남성도 비슷한 증상을 보여,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 ▲ 중동호흡기증후군의 원인인 '코로나 바이러스(MERS-CoV)' 현미경 사진.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중동호흡기증후군의 원인인 '코로나 바이러스(MERS-CoV)' 현미경 사진.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중동 호흡기 증후군’의 정식 명칭은 ‘중동 호흡기 증후군 코로나 바이러스(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MERS-CoV)’다.

    2012년 9월 24일 이집트의 바이러스 학자 알리 모하메드 자키 박사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에서 처음 발견, 학계에 알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nCoV)’ 때문에 걸리는 전염병이다.

    당시 알리 모하메드 자키 박사는 급성 폐렴, 급성신부전 증세를 보이던 60세 남성의 허파에서 처음 보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추출해 냈다고 한다.

    알리 모하메드 자키 박사가 보고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는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와 비슷한 증상을 보여 ‘중동 호흡기 증후군’이라고 불리게 됐다. 일각에서는 ‘사우디 SARS’라고 부르기도 했다.

    ‘중동 호흡기 증후군’에 감염되면, 일주일에서 열흘 가량의 잠복기 이후에 고열, 기침, 호흡곤란 증상과 함께 가래가 나오기 시작하며, 시간이 지나면 중증의 급성 폐렴과 급성 신부전증 증상을 보인다.

    학계에서는 ‘중동 호흡기 증후군’이 기존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낙타의 몸 속에서 변이를 일으킨 뒤 사람에게 전염되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감염경로로 밝혀내지 못했고, 때문에 치료제도 없는 상황이다.

  • ▲ 美질병관리본부(CDC)가 2013년 공개한 MERS 관련 개요도. ⓒ어노멀라이즈 넷 화면 캡쳐
    ▲ 美질병관리본부(CDC)가 2013년 공개한 MERS 관련 개요도. ⓒ어노멀라이즈 넷 화면 캡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중동 호흡기 증후군’에 감염된 환자가 사망하지 않도록 간호하면서,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항생제를 투여하고, 투석을 제공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그럼에도 사망률은 40%나 됐다. 2012년 9월 발생한 이래 2014년 말까지 1,142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465명이 사망했다. 감염된 사람의 90%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이었다고 한다.

    ‘중동 호흡기 증후군’에 감염된 환자가 점차 늘어나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만성 질환에 시달리는 무슬림들은 성지순례에 참가하지 말 것”을 권고했고, 외국인의 출입을 제한하기도 했다.

    하지만 환자가 계속 증가하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2014년 4월 보건부 장관을 전격 해임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외에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중동 호흡기 증후군’ 감염자들도 대부분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감염된 뒤 유럽 등으로 입국한 것으로 알려져 한때 중동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해 세계 각국은 광범위한 검역을 실시하기도 했다.

    ‘중동 호흡기 증후군’의 경우 전염성이 높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지만, 공기 중으로 감염되기 때문에 한국 내에서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처음 발병한 중동의 경우 인구밀도가 낮고 대도시도 몇 안 되기 때문이다. 

    현재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중동 호흡기 증후군’에 대응하기 위해, 전염병 관리체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