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평양이 "공화국의 감옥"이 됐다.
     
    신준식  /뉴포커스 


  • 북한을 흔히 '평양공화국'이라고 부른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모두 평양에 집중되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때문에 평양은 북한 주민에게 항상 '살고 싶은 곳'으로 인식되어 왔다.
    특히 바깥 세계를 구경해보지 못한 주민들에게 평양은 모든 것이 '가장 완벽한 곳'이었다.

    하지만 평양의 명성이 더이상 예전같지가 않다고 한다.
    시장의 혜택이 평양보다 상대적으로 통제가 덜한 지방에 집중되면서
    평양은 충성만을 강요하는 "정치의 수도"가 됐다는 것이다. 

    2010년 북한에서 탈출한 평성 출신 김미영씨는
    "평양에 있으면 다른 지역보다 행사에도 더 많이 참여해야 하고, 통제도 심해
    돈도 적게 벌어 지역이득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중국과 장사를 할 수 있는
    지역을 더 선호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녀는 "현재 북한 주민들은 평양보다 중국과의 장사나 밀거래가 많은 북중 국경연선에 더 가고 싶어합니다. 특히 신의주가 인기가 높습니다. 북한에서 모든 시장가격은 신주의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할 만큼 많이 활성화 돼 있습니다, 나진-선봉지구는 북한에서 제일 개방지역이어서 우선 간부들 부터가 그 곳으로 배치받고 싶어합니다. '뇌물 사회'인 북한에서 돈이면 당증조차도 살 수 있으니, 차라리 수입을 낼 수 있는 곳으로 모여드는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그녀는 혁명의 수도라는 이유가 이제는 오히려 삶의 족쇄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평양 외 지역에서는 장마당이나 국경지역에 접근하기가 수월한 반면,
    평양에서는 오히려 외부에 연고가 없으면 아예 내보내질 않는다는 것이다.

    '평양공화국'이 이제는 '공화국의 감옥'이 된 것이다.

    회령 출신 탈북자 오지홍씨는 "북한의 신흥 부자로 떠오르는 사람들은 거의 국경지대에 살고 있습니다. 국경지대는 평양과의 거리가 멀어 지방 간부들을 잘 매수하면 정권의 통제가 무의미해집니다. 평양에서 장사를 해서 돈을 벌게되면 당의 감시를 받고 언젠가는 몰수당할 위협이 있겠지만, 국경지대같은 경우에는 중국으로 넘어가면 그만이지 않겠습니까?"라고 증언했다.

    평양은 인민들이 원한다고 들어갈 수 있는 지역은 아니지만, 그 인기가 시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북한 내부에 변화의 조짐이 있다는 증거이다. 이제 평양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중 '정치'만이 남았다. 나머지 분야는 전부 국경지대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이다.
    앞으로 '평양공화국'이란 말보다도 '지방공화국'이라는 말이 커보일지도 모른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