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훈련, 대북전단 살포중단 등 다양한 요구하던 北, 한 가지 먹히자 다른 조건 요구
  • ▲ 영화 '신세계'에서 조폭두목 이준구가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살려는 드릴께'라고 내뱉는 장면. ⓒ유튜브 '신세계 명장면' 영상 캡쳐
    ▲ 영화 '신세계'에서 조폭두목 이준구가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살려는 드릴께'라고 내뱉는 장면. ⓒ유튜브 '신세계 명장면' 영상 캡쳐

    “뭐 해 줄 거냐고? 살려는 드릴께.”


    영화 ‘신세계’ 가운데 조폭 두목이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협상 아닌 협상 조건’을 제시할 때 쓴 말이다. 이와 비슷한 일이 남북 사이에서 벌어질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이번에는 ‘이산가족 상봉’의 전제 조건으로 ‘5.24조치 해제’를 요구했다.

    지난 16일 한국 정부가 김정은 측이 ‘남북대화의 선결조건’으로 요구한 것 중 하나인 ‘대북전단 살포자제’를 실행하자 등장한 ‘또 다른 남북대화 선결조건’이다.

    김정은 집단의 대남선전용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8일 “‘5.24조치의 해제’는 남조선 당국이 요구하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선결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민족끼리’의 주장 가운데 일부다.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을 바란다면 무엇이 선차이고 무엇이 후차인가를 똑똑히 알고 그를 위한 조건과 환경부터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중략)…‘리산가족 상봉’을 떠드는 자들이 왜 그를 위해 가장 먼저 없애야 할 5·24 조치 같은 것을 계속 끼고 있느냐.”


    ‘우리민족끼리’의 요구는 ‘5.24조치 해제’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며 “총포성이 울부짖는 속에서 가족, 친척들이 뜨거운 형제의 정을 나눌 수 없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심지어 “동족과의 만남이나 협력, 교류 자체를 법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자신들이 요구한 ‘선결조건’이 모두 해결되어야만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며 “모든 책임은 남조선에 있다”고 주장했다.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면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 문제는 물론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많은 일이 저절로 풀리며 또 빠르게 진척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

  • ▲ "남조선에서 계속 '이산가족 상봉' 요구하면, 조건 더 걸어. 우리는 급할 거 없어."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화를 제의할 때 '조급한 모습'을 보일수록 협상은 더욱 어려워진다. ⓒ北선전매체 보도화면 캡쳐
    ▲ "남조선에서 계속 '이산가족 상봉' 요구하면, 조건 더 걸어. 우리는 급할 거 없어."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화를 제의할 때 '조급한 모습'을 보일수록 협상은 더욱 어려워진다. ⓒ北선전매체 보도화면 캡쳐

    ‘우리민족끼리’가 18일 올린 글은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계속 요구한 ‘대화 제의’에 대한 ‘비공식적 답변’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12월 29일 통일준비위원회 명의로 김정은 집단에게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포함한 남북 회담”을 제안했다.

    한편 김정은은 박근혜 정부의 제안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2015년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남북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히는가 하면, 미국에게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일시중단하겠다”고 제안하는 등 ‘한미동맹 흔들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정부는 지난 16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등을 찾아가 ‘대북전단 살포 자제’를 요청하는 등 김정은 집단의 요구를 조금씩 들어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남북대화'에 집착하며 조급함을 보이는 듯 하자 일각에서는 "90년대 김정일이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살라미 전술(연어 살을 바르듯 조금씩 요구조건을 관철시키는 것_'을 사용했던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북한과의 협상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