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서방’ 우크라이나 정부, 러시아 동시 비판하는 ‘양비론자’ 독일, 프랑스
  • ▲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한 자리에 모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EU 주요 국가수반들. ⓒ中신문망 보도화면 캡쳐
    ▲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한 자리에 모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EU 주요 국가수반들. ⓒ中신문망 보도화면 캡쳐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분노에 EU 핵심국가들은 ‘쫄보’가 된 걸까.

    최근 독일에 이어 프랑스까지 EU 주요국가들이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시도에 우려를 표하며 반대하고 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프랑스의 한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를 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계획에 대해 우려했다고 전했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정부가 발표한 동부 고립정책과 나토 가입 계획도 우려를 불러 일으킨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 정부가 (친러 반군이 장악한) 동부 지역 주민들에게 연금을 주지 않겠다고 한 것, 우크라이나의 목표가 나토 가입이라고 밝힌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말을 거듭했다는 것이 러시아 인타르팍스 통신의 보도다.

    프랑스 외무장관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우려를 표한 것은 지난 23일 독일 외무장관이 비슷한 의견을 밝힌 것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23일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나토의 파트너가 될 수는 있지만 회원국이 될 수는 없다”는 주장을 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해 우려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슈타인마이어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정치사회적 수준, 러시아와의 관계 등을 생각해 보면 나토 회원국이 되는 게 적절치 않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독일에 이어 프랑스까지 EU를 대표하는 나라들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을 노골적으로 반대의 뜻을 밝히는 이유는 러시아와의 대결을 두려워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舊소련의 핵심적인 위성국가였고 지리상으로는 러시아 연방과 EU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때문에 지난 20년 동안 우크라이나가 어느 편에 설 것인지가 나토 국가들과 러시아의 관심사였다.

    舊소련이 해체된 뒤인 1996년을 전후로 미국과 나토 국가들은 ‘바르샤바 조약’ 회원이었던 동유럽 국가들을 나토에 가입시킬 것인가를 두고 활발한 논의를 벌였다. 이때도 러시아는 미국을 비난하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미국과 나토 국가는 항의를 완전히 무시했다.

    '나토'에 대하 논의가 계속되던 2000년 3월 블라디미르 푸틴이 집권한 뒤 내부 안정을 유지하고 군사력 현대화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부터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동유럽 국가의 나토 가입을 더 이상 적극적으로 권유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이런 상황에서는 나토나 러시아, 어느 쪽 편도 들지 않는 편이었다. 친러 성향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정권 시절이었던 2010년에는 “우크라이나는 나토, 러시아 어느 쪽에도 참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비동맹 지위법안까지 발표하기도 했다.

  • ▲ 페트로 포로센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親서방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당시 현지언론 보도화면 캡쳐
    ▲ 페트로 포로센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親서방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당시 현지언론 보도화면 캡쳐

    하지만 2014년 2월 ‘오렌지 혁명’으로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물러나고, 친서방 정권이 들어선 뒤부터는 나토 가입을 노골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에 반발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 반군들을 지원하고 배후조종하며 ‘내전’을 일으킨 것이다.

    지난 7월 17일 친러 반군이 말레이 항공 MH0017편 여객기를 격추시키고, 이로 인해 서방 강대국들이 대러 압력을 가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26일 총선에서 원내에 진출한 5개 친서방 정당이 11월 21일 연립정부 구성 협정에 서명을 하면서부터 나토 가입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도 11월 24일, “국민투표를 통해 나토 가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강력히 반대하는 러시아는 또 다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고, 친러 반군 또한 재무장을 시도하면서 우크라이나 정정이 다시 불안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 ▲ 지구본을 손에 든 푸틴. 그는 지난 9월에는 "2주면 우크라이나를 쓸어버릴 수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당시 채널A 보도화면 캡쳐
    ▲ 지구본을 손에 든 푸틴. 그는 지난 9월에는 "2주면 우크라이나를 쓸어버릴 수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당시 채널A 보도화면 캡쳐

    이 같은 우크라이나 상황은 최근 북한 김정은 정권과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는 러시아가 한반도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잣대'가 될 수 있다. 

    푸틴-메드베데프 정권은 공산주의 체제로의 회귀를 꿈꾸지는 않지만, 푸틴과 메드베데프를 우두머리로 한 ‘권위주의 독재체제’를 유지하면서, 국민들에게 ‘강대한 러시아’를 선사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러시아 국민들이 그리는 ‘강대한 러시아’는 냉전 시절 舊소련처럼 유럽에서 아시아에 이르는 지역의 모든 국가들이 러시아의 ‘힘’에 굴복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북한과 러시아 간의 관계 강화는 결과적으로 한반도 통일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