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內 성인 영상물(야동)의 유통 실태

    탈북자 최진혁 "야동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이 평양…
    권력층은 주민의 性문화를 억제시키면서,
    자기들끼리는 다 챙겨보는 게 북한 사회의 모순 아니겠나"

    신준식(뉴포커스)   
     
    북한은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여성 속옷 포장지에 외국 모델의 속옷 사진만 발견돼도 공장이 문을 닫거나 징계를 받을 만큼 폐쇄적인 사회다. 성 자체를 굉장히 금기시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일반 주민들 또한 제대로 된 성교육 한 번 받지 못하고 성인을 맞이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올해 초 탈북해 한국 생활에 적응해나가고 있는 탈북자 김영민 씨는 열여섯 살이 다 되어서도 손만 잡고 자면 임신할 거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김 씨는 "북한은 그만큼 성에 대한 문화가 닫혀있는 사회다. 이 때문에 북한의 성은 더욱 더 음지로 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탈북자의 증언을 들어보면 "특히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한 청소년기에 올바른 성 지식을 가질 수 없게 되니 야동(야한 동영상)을 통해 간접 학습을 하게 된다. 물론 성인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자주 보지 못할 뿐"이라고 설명한다.
     
    북한에서 야동 CD는 장마당에서 은밀하게 거래된다. 김 씨는 "대부분 일본에서 건너오는 CD다. 북한에서는 이를 두고 '섹스R'이라고 부른다"고 증언했다. 성을 뜻하는 섹스와 CD-R(Recordable)의 합성어다. 장마당 내 야동은 화질별로 등급이 나눠져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값싼 중국산을 구입하는 탓에 화질이 좋지는 않다.
     
    2012년 탈북한 최진혁 씨는 "북한에서 야동을 처음 봤을 때 화면이 흐물거리면서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야동을 봤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 이후부터 친구들과 '밥은 굶어도 제대로 된 야동을 보자'며 돈을 모아 화질이 좋은 야동을 샀다. 화면이 나왔을 때 뒷걸음질칠만큼 엄청나게 충격적이었다. 성에 대해 제대로 접해본 적이 없으니 더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씨는 "국경지대와 평양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야동을 볼 기회가 흔치 않다. 공급이 안되기 때문"이라면서, "북한 내 가장 야동 수요가 많은 곳이 평양이다. 섹스R 중 반 이상이 평양으로 흘러 들어 간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권력층은 주민의 성문화를 억제시키면서, 자기들끼리는 다 챙겨보는게 북한 사회의 모순 아니겠나"고 덧붙였다.
     
    더 심각한 것은 북한 내 상당수의 청소년이 야동을 보고 그릇된 성 가치관을 확산시킨다는데 있다.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한 채 청소년기부터 야동으로 성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북한 체제에 있다.
     
    2011년 탈북한 박성현 씨는 "북한에서 야동을 보다가 총살을 당한 사람이 있다"면서, "본보기로 처형 했지만 본능적인 욕구는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북한 사람들도 일반적인 사람들이라 성에 관심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억누르기만 하니까 몰래 숨어서 야동을 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야동을 본다고 처형시키는 국가는 전세계 북한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과거 북한에도 성인 동영상을 만든 적이 있다. '공화국 비화'라는 제목의 비디오인데, 일본에서만 발매됐다. 비디오에는 '흥미 위주로는 구매할 수 없으며 연구용으로 일부 유통한다'라는 내용이 쓰여 있음에도 2650엔이라는 가격이 매겨져 있다. 여성을 당 간부들이 차례로 능욕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박 씨는 "북한 내에서 야동을 제작하다가 총살당한 사람도 있다. 이 때문에 제작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목숨을 걸고 제작할 바에는 차라리 단순하게 국경지대에서 들여오는 중국산, 혹은 그보다 조금 더 값이 비싼 일본산을 보는게 훨씬 낫다. 공화국 비화 같은 경우에도 설명에 나와있는 것처럼 일부만 유통 됐을 뿐, 실제로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일성 체제부터 경직되었던 북한의 성문화는 시장이 발달하면서 점차 느슨해지고 있다. 야동의 유통과 판로가 형성되면서, 북한 내에서도 성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갖게 됐다. 북한 정권은 이를 두고 '자본주의 황색바람'으로 규정하고, 철저한 감시를 하고 있다. 성에 대한 관심마저 감시의 대상이 되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