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생이빨 뽑는 일" 공무원연금 개혁, 눈치보지 말아야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무성 대표가 최근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 "(그동안) 공무원연금 개혁이 중요한 문제라고 나에게 말해준 사람이 없었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1일 의원회관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권적 차원에서 꼭 이것은 성사시켜야 하는 문제라고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자면 김무성 대표의 상황 인식은 다음의 두 가지 중 하나가 된다.

    첫째로는, '공무원연금 개혁은 중요치 않은 문제인데 굳이 개혁을 하고 싶다면 나에게 미리 이야기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뜻일 수 있다.

    둘째로는, '누가 말해줄 때까지는 공무원연금 개혁이 중요한지 아닌지 몰랐다'는 뜻이 된다.

    둘 중 어느 쪽이라도 문제다.

    지난해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고에서 지원한 금액은 1조9,982억 원으로, 2조 원에 육박한다.
    기대수명이 길어지고 금리가 낮아짐에 따라 해가 갈수록 적자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한국연금학회에 따르면 2030년 공무원연금의 적자액은 14조5,000억 원에 달할 예정이다.

    국민들이 피땀흘려 일해 낸 세금을 퇴직 공무원의 연금 지급에 쏟아붓게 되는 셈이다.
    특정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 차원의 문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야당조차 공무원연금이 재정적자에 미치는 심각성을 인식해 21일 각 당에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는데 합의했다.

    모든 사람들이 심각성을 부르짖고 있는데 집권여당 당대표만 중요치 않은 문제라고 생각했다면, 이는 모두가 '예스'라고 할 때 혼자만 '노'를 외치는 기이한 독창성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 국민은 아이폰을 고안해냈음직한 기이한 인재를 정치권에서 썩이고 있는 것일는지도 모르겠다.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누가 말해줄 때까지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중요성을 판단하지조차 못한다고 하면 더욱 심각한 문제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중요성을 혼자서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이 다섯 번에 걸쳐 내리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집권여당의 당대표도 할 수 있는 것이 우리네 정치권의 현주소라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로소 '누군가'가 공무원연금 개혁이 중요하다고 말해줬기 때문일까?

    22일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무성 대표는 "고령사회 진전으로 연금에 대한 재정 압박과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등으로 더 이상 현 제도의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러서 근본적인 개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뒷북이다.

    이미 전날 열렸던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모든 참석자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했기 때문이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연말까지 공무원연금 처리를 원칙으로 야당과 즉시 협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뒤, 잠시 후에 열린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이를 실제로 양당 합의사항으로 이끌어냈다.

    전날 자신이 대표최고위원으로 있는 당의 공식 회의 석상에서 문제점이 심각하게 제기됐고, 그 후 원내대표가 해결책에 시동을 건 상황에서, 뒤늦게 목청을 높이는 모양새다.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뒷북을 치기보다는 앞장서서 현안을 돌파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것은 무리한 기대였을까.


  • ▲ 21일 오전 공무원연금 개혁의 중요성을 역설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당일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TF 설치 합의를 이끌어내고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와 이를 발표하기 위해 국회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21일 오전 공무원연금 개혁의 중요성을 역설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당일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TF 설치 합의를 이끌어내고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와 이를 발표하기 위해 국회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은 마치 잠자는 호랑이의 입을 벌리고 생이빨을 뽑아내는 것과 같이 위험하고 힘든 일"이라고 비유했다.

    조직된 표를 가진 전공노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데다, 노조에 동조하지 않는 공무원들조차도 연금에 손을 댄다고 하면 당장 동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으로서는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부상하기라도 했다면, 자기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공무원연금은 당장 개혁하지 않는다고 수 년내로 나라가 망하는 것은 아니다.
    김재원 원내수석의 말대로 지금 당장은 '잠자고 있는 호랑이'다.
    장기적으로 나라의 재정에 끼치는 악영향에는 눈을 질끈 감고, 대중추수주의(大衆追隨主義)로 일관하는 정치인이라면 신경쓰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김재원 원내수석의 말대로 "아마 그 호랑이는 곧 민가를 덮칠 것"이다.
    우리 국민이 바라는 집권여당 당대표의 모습, 5선의 경력을 가지고 나라를 이끌만한 경륜 있는 정치인의 모습은 '민가를 덮칠 호랑이를 방관하는 모습'이 아닐 것이리라 믿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20일 발표한 10월 3주차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김무성 대표는 15.7%를 기록, 2주 연속 2위를 유지하며 유력한 대권 주자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한 나라의 운명을 양 어깨에 짊어질 대통령감으로 국민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정치인답게 이해타산과 일부 기득권층의 반발을 넘어 스스로의 판단으로 솔선해서 개혁을 이끄는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