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군 파병해줄 동맹 찾는 美, 통일 지지할 확실한 동맹 절실한 韓
  • ISIS는 단순한 중동 테러조직이 아니다. [사진: ISIS 선전영상 캡쳐]
    ▲ ISIS는 단순한 중동 테러조직이 아니다. [사진: ISIS 선전영상 캡쳐]

    ISIS(Islam State of Iraq & Syria).
    수니 살라피스트들이 주축이 된 극악 테러조직이다.
    미국인 2명과 영국인 1명을 참수해 살해했고,
    이라크 군경 및 가족, 소수민족 수천여 명을 학살했다.

    오바마 美정부는 ISIS를 격퇴하기 위해 ‘국제연합군’을 구성하려 하지만,
    서방 국가들의 반응은 미지근한 편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라크에 지상군은 보내지 않는다”고
    거듭 밝힌 탓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때문인지 美정부는 현재 ‘비공식적’으로
    ‘ISIS 격퇴를 위해 병력을 파병해 줄 동맹국’을 찾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이것이 한국의 미래를 위한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을
    청와대 관계자는 알고 있을까. 


    14시간 비행기 타고 가 아무 것도 못 건진 국가안보실

  • 한민구 국방장관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과거 모습.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민구 국방장관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과거 모습.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7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에서 귀국했다.
    ‘사실상 빈 손’으로.

    김관진 실장은
    미국에서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만 1시간 남짓 만났을 뿐,
    존 케리 美국무장관, 척 헤이글 美국방장관은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미국과 어떤 주제를 놓고 논의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방미 전부터 숱한 예측이 나왔지만, 막상 방미 결과는
    “한국 정부가 하고 싶은 이야기”,
    즉 ‘통일구상’만을 반복해 들려준 수준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외교부의 설명에 따르면
    존 케리 美국무장관은 ‘파리 회의 참석’ 때문에 미국에 없었고,
    척 헤이글 美국방장관은 “ISIS 대응전략과 의회 청문회 때문에 워낙 바빠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만날 시간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국의 ‘국가안보 수장’과 미국 안보 수뇌부의
    전략적 시각, 시야 차이가 그대로 드러난다.

  • 이라크 문제에 대해 연설하는 존 케리 美국무장관 [사진: 美주이쉬 저널닷컴 보도화면 캡쳐]
    ▲ 이라크 문제에 대해 연설하는 존 케리 美국무장관 [사진: 美주이쉬 저널닷컴 보도화면 캡쳐]

    존 케리 美국무장관이 참석한 파리 회의의 정확한 명칭은
    ‘이라크 평화안보 국제회의’다.
    여기에는 EU 주요 회원국과 중동 국가들이 참석하고 있다.

    척 헤이글 美국방장관도 ‘같은 문제’ 때문에 정신이 없다.
    ISIS 문제가 미국 시민을 살해한 것은 물론,
    10년 넘게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한 ‘이라크 민주화’를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ISIS의 위협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것은 미국만의 시각이 아니다.

    ISIS가 ‘자칭 이슬람 국가(IS)’를 선포한 뒤
    전 세계 10억 명이 넘는 수니파 이슬람 가운데 이들을 지지하는 세력이
    서방국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고,
    러시아, 중국은 미국이 힘을 잃게 되기를 바라면서
    동유럽과 아시아에서 세력을 확장할 기회만 엿보는 등의 행동을 보여,
    EU는 물론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도 매우 신경 쓰는, 사실상 ‘글로벌 안보 문제’다.

    반면 한국 정부가 ISIS를 바라보는 시각은
    ‘일개 테러 조직’ 정도로 우습게 보는 분위기다.

    한국은 ISIS의 이라크 침공 이후 수십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한 것을 보고,
    100만 달러의 인도적 지원을 해준 게 ‘ISIS 관련 국제 공조’의 전부다. 


    ISIS 못 막으면, 한국의 미래 위험할 수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번 방미 전에도 기자들과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ISIS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기자들이
    “미국 정부가 ISIS 격퇴에 동참을 요구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묻자,
    마지못해 “한국 정부의 공조는 인도적 지원에 국한될 것으로 본다”는 답변만 내놨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미국을 다녀와서도
    전 세계가 관심을 쏟는 ISIS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美정부도 한국 주도의 통일을 지지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 구상'을 적극 지지했다”는 말만 강조했다.

    ‘국가안보 수장’의 이런 발언을 본 서방 국가들은
    한국 청와대를 어떻게 바라볼까.

  • 독일에서 ISIS 지지시위를 벌이다 진압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시위대 [사진: 이란인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 독일에서 ISIS 지지시위를 벌이다 진압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시위대 [사진: 이란인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서방 국가들은
    1980년대 열심히 실행했던 ‘다문화 정책’을 2005년 무렵 대부분 폐기했다.
    ‘다문화 정책’을 지지하던 급진좌파들의
    “다른 나라 국민에게 우리 국적을 주면
    문화적, 사회적으로 동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모두 틀린 것으로 드러나서다.

    특히 이슬람 교도와 중국인 이민자 문제는
    서방 국가들에게 ‘심각한 안보 위협’이 되고 있다.

    미국, 영국, 이탈리아, 이스라엘 정보당국 등은
    ISIS의 병력이 3만 1,500여 명을 넘었으며,
    이들 가운데 20~30% 이상이 서방 국가 국적자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가운데 90% 가까이가 이슬람 교도 이민자 2세들이다. 

    미국 또한 이슬람 교도의 급격한 증가와
    ‘고독한 늑대’형 테러리스트들의 출현으로
    ISIS에 대해 함부로 대응하지 못하는 약점을 갖고 있다.

    여기다 이슬람 교도들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표를 얻은 오바마 행정부 자체의 약점도 있다.

    때문에 ISIS 격퇴에 지상군 투입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청와대 등 한국 안보 수뇌부는
    ISIS 문제가 그저 ‘한 줌도 안 되는 소수파’의 문제 정도로 보고 있다.

    일부 고위층은
    한국이 ISIS와 같은 ‘이슬람 테러조직’으로부터
    영원히 안전할 것처럼 행동한다.

    한국도 지금처럼 ‘다문화 정책’을 적극 장려하는 추세를 유지한다면,
    2020년을 전후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길거리에서 만나게 될 수 있다.

    ISIS가 그들이 꿈꾸는 대로
    이라크와 시리아의 점령지에서 ‘국가’ 체제를 유지한다면,
    그보다 더 빨리 ‘한국계 이슬람 테러조직’을 구경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현재 청와대나 안보기관 수뇌부는
    ISIS 문제에 별 관심이 없는 모습이다. 


    美, ISIS 격퇴 동참 바라는 동맹국은
    ‘非이슬람’ 그리고 ‘이슬람’


    미국을 포함, 이슬람 교도들 때문에 이미 홍역을 치른 서방국가들은
    국내 안보 문제 때문에 ISIS 격퇴에 동참할 지상군 투입을 주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병력 파병’을 해줄 동맹으로
    이슬람 세력이 아직 정치세력화하지 않은 동맹국과
    ‘정교 분리’가 정착된 이슬람 국가들을 동시에 꼽고 있다.

    이 가운데 ‘정교 분리’가 정착된 이슬람 국가인
    GCC(걸프 협력 협의체) 회원국들의 병참 및 후방 지원 약속은
    이미 받아놓은 상태다.

    문제는 GCC 회원국들의 군사력이 매우 약체라는 점이다.

  • GCC 국가들의 회의 모습. GCC 국가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ISIS 격퇴작전에 이미 동참하기로 했다. [사진: 알 아라비야 영문판 보도화면 캡쳐]
    ▲ GCC 국가들의 회의 모습. GCC 국가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ISIS 격퇴작전에 이미 동참하기로 했다. [사진: 알 아라비야 영문판 보도화면 캡쳐]

    때문에 미국과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는
    상당한 군사력을 자랑하는 터키의 동참을 희망하고 있지만,
    국민의 다수가 수니파인 터키 정부 입장에서는
    “같은 수니파인 ISIS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미국과 나토 등이 주목할 수 있는,
    파병이 가능한 동맹국은 몇몇 아시아 국가 밖에 남지 않는다.   

    하지만 美정부가 ISIS 세력에 맞서 파병해달라고 말하기에는
    불편한 정치적 상황이 한둘이 아니다.
    반미 여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美백악관과 국방부, 국무부를 찾았어도
    ‘미국의 속내’를 제대로 들을 수 없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ISIS 격퇴에 필요한 전력, 한국에 있다?


    서방 국가들이 국내 정치와 안보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ISIS 격퇴는 사실 큰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의 경우
    수백만 명 이상의 이슬람 교도들이 선거권을 갖고 있는 데다
    2005년을 전후로 대규모 폭동, 테러 등을 겪었기에 움직이기가 어렵다.

    이런 서방 국가와 군사력은 비슷한 수준이면서
    국내 정치 문제에 이슬람 교도를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나라가 한국과 일본이다.

    그 중 ISIS 격퇴의 핵심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대규모로 보유한 국가는 한국뿐이다.
    그 ‘무기’란 바로 해외파병이 가능한 특수부대다.

  •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과 함께 한국군 특전사 요원과 사진을 찍은 척 헤이글 美국방장관. [사진: 美국방부 포토에세이 캡쳐]
    ▲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과 함께 한국군 특전사 요원과 사진을 찍은 척 헤이글 美국방장관. [사진: 美국방부 포토에세이 캡쳐]

    육·해·공군과 해병대에 모두 2만 명 이상의 특수부대를 보유한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찾아봐도 미국과 북한, 러시아, 중국, 한국 정도 밖에 없다.
    게다가 한국은 ‘해외파병전문부대’인 온누리 부대를 2010년 창설했으며,
    해군 특전단(SEAL)은 ‘아덴만의 여명’ 작전을 성공시킨 바 있다.

    특수부대를 파병한다고 해도 ISIS 소탕작전에 직접 투입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미국과 나토 국가들이 생각하는 ISIS 소탕작전의 개념은
    ‘직접 전투’가 아니라
    ‘외국 국내안보 안정작전(Foreign Intenal Defense)’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런 개념으로 한국군이 ISIS 소탕작전에 동참하는 것은
    한국과의 관계가 돈독한 쿠르드, 이라크 정부와의 관계 강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사업’을 이유로 현지에 남아 있는 900여 명 가량의 한국인들에게도
    자연스럽게 경각심을 줄 수 있다.

  • ISIS가 잔학행위를 벌이고 있는 이라크에는 아직도 한국인 기업인과 근로자 900여 명이 남아 있다. 사진은 국내 건설사의 이라크 현장 지도. [사진: 조선닷컴]
    ▲ ISIS가 잔학행위를 벌이고 있는 이라크에는 아직도 한국인 기업인과 근로자 900여 명이 남아 있다. 사진은 국내 건설사의 이라크 현장 지도. [사진: 조선닷컴]

    서방 국가들 또한
    한국군이 ISIS 소탕작전에 적극 동참하면
    한국과 한국인을 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주도의 통일 계획에 대해
    서방과 중동 국가들이 적극 지지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이 동맹국들의 ‘짐’을 나눠지는 형식으로
    ISIS 격퇴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⓵ 靑, ISIS에 무관심…美, ISIS 때문에 韓에 무관심
    ⓶ ISIS 격퇴 연합군 동참, ‘대규모 정규병력’ 필요없다
    ⓷ ISIS와 김정은 정권의 공통점 ‘광신도’, 막는 방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