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전부터 화제몰이를 했던 SBS 새 수목극 '괜찮아, 사랑이야'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노희경 작가의 '그겨울 바람이 분다' 이후 최신작으로 '노희경' 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화제성과 달리 시청률은 동시간대 꼴찌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4일 방송된 '괜찮아 사랑이야'는 9.1%의 전국시청률을 보였는데, 이는 이전 방송분의 기록보다 0.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비슷한 시간대 방송한 KBS2 '조선총잡이'는 11.9%,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10.6%의 전국시청률을 각각 보였다.

    타 방송사 드라마의 완성도가 높다거나, 시청자들의 흥미를 끈다거나하는 점들을 차치하더라도 '괜찮아 사랑이야'(괜사)는 화제성에 비해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갈리며 예상보다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 못하고 있다.

    조인성의 새 드라마라는 점. 또한 공효진이 드라마 촬영 중 팔 부상을 당하며 이들이 '드라마를 찍고 있다'는 것이 더 부각되면서 관심을 모았으나, 막상 베일을 벗겨보니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이 드라마에서 작가 노희경은 완벽한 새로움을 추구했다. 인기 드라마 작가들 중에서도 가장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 중 한명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내가 사는 이유', '그들이 사는 세상', '거짓말',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바보같은 사랑'과 더불어 지난 해 방송된 '그 겨울, 바람이 분다'까지 두터운 마니아층을 갖고 있는 작가다.

    노희경표 드라마 하면 사회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가족이나 사랑에 대해 한 번 더 되짚어 보게 만드는 결코 가볍지 않은 드라마들이 많다.

    사람들은 노희경표 드라마에 대해 '시청률은 중박이지만, 작품성은 대박나는 노희경 작가의 작품', '최초의 폐인드라마'라는 표현을 즐겨 하기도 한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그런 노희경표 드라마 중에서 가장 트렌드하고, 가장 '미드' 같고, 가장 섹슈얼 하고, 가장 로맨틱한 드라마다.

    '괜찮아, 사랑이야"에 좋은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사람들은 주로 직설적이고 시원하다, 이런 드라마는 없었다는 평을 한다.

    남자 친구의 배신에 속 앓이 하고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바로 직설적으로 물어보고, 아무리 마음이 가는 여자라 하더라도 이치에 맞지 않는 행동에는 자신의 규칙대로 바로 되갚아 주는 등 더운 여름 사이다를 마신 것처럼 속시원하다는 것이다.

    또 트렌디 드라마가 갖고 있는 장점 답게 화사한 색감의 영상과, 세련된 세트 디자인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는 점도 많다.

    그러나 이에 반해 너무 작위적인 설정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 지난 23일 방영된 1회분에서 인기추리소설 작가인 장재열(조인성 분)과 정신과 의사 지해수(공효진)은 한 토크쇼에 출연하면서 처음 만나게 되는데, 이후 조인성은 공효진에 호감을 갖게 된다.

    토크쇼에서 그들이 말하는 것 자체가 작가가 주제의식을 드러내기 위해 너무 작위적인 설정을 했다는 느낌을 줬고, 조인성이 공효진에 끌리는 데에도 딱히 이유가 나오지 않는다.

    이 둘이 출연한 토크쇼에서 장재열과 지해수는 두 명의 토론자로 나와 은근한 기 싸움을 벌이며 주장을 펴게 된다. 토크의 주제는 '대중문화 속에 숨겨진 인간의 심리'. 

    장재열은 "인간은 누구나 잔인하고 비열한 면이 있다"고 주장하고 지해수는 방청객들을 예로 들며 "그런 상상은 누구나 해 볼 수 있지만 누구나 그 일을 실제로 저지르지는 않는다"며 인간의 본성에 대해 두둔한다.

    마치 인간은 잔인한 본성이 있으나 이성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라는 작가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하나의 작위적 설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트렌디 한 드라마 속에 (작가가 말하고 싶은) 무거운 주제를 심어 넣기 위해 그런 것 이겠지만, 너무 부자연스럽고 작위적이다.

    또한 이후 조인성과 공효진은 클럽에서 만나게 되는데 정신 분열을 앓고 있는 공효진의 환자가 난동을 부리며 이것저것 집어 던지다가 공효진이 위험에 처한 상황을 조인성이 막아 준다.

    이후 환자는 조인성을 공격하고 조인성이 유리병에 뒷통수를 가격당하게 되는데, 그 모습을 보고도 공효진은 '병원가라'는 말만 남기고 환자를 따라가 버린다. 그런데도 조인성은 공효진을 따라간다. 이 무슨 개연성없는 황당한 설정인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볼 수 있는 드라마는 맞지만 시청자에게 먹혀들어갈지는 의문스럽다.

    물론 '역시 노희경'이라는 반응도 많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직설적이고 쿨함은 물론 거기에 사회적 메시지까지 담고 있으니 그야말로 톡톡 튀는 신선한 드라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시각.

    노희경표 드라마의 마니아 층에 조인성-공효진이라는 그야말로 핫한 스타들이 가세해 드라마를 이끌어 가고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마니아 드라마'인지, '트렌디 드라마' 인지 '로맨틱 코미디' 인지 '미드를 표방한 드라마'인지, 말그대로 현실적으로 '시청률을 공략하는' 드라마인지, 그냥 이것저것 겨냥한 '짬뽕 드라마'인지 정체성을 분명히 하지 않는 한 이 두 배우에게 큰 아쉬움을 남길 작품이 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사진='괜찮아, 사랑이야' 티저, 방송 캡처]